성북예술 창작터 '오소독스 vs 오소독스 Orthodox vs Orthodox'
서울대학교 미술관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공중정원'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가을의 끝자락, 마음에 숨을 고르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소개한다.

오소독스 vs 오소독스 Orthodox vs Orthodox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성북예술창작터 페이스북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성북예술창작터 페이스북

이번 전시는 2023 성북 N 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5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이솝, 최유정, 우먼즈랩탑(팀), 이해련 작가와 장은하 리뷰어가 참여한다.

전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현대, 기술 친화와 비판적 태도 등 서로 다른 양극단의 요소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를 탐구하는 전시다. ‘오소독스’는 종교적 어원을 기반으로 한 용어로 정통과 전통, 보수 관련 의미를 가지며, 스포츠 용어에서는 오른손잡이를 뜻한다. 따라서 ‘오소독스 vs 오소독스‘는 ’오른손잡이 vs 오른손잡이‘를 뜻하기도 한다.

예술은 전통과 관습에 대한 저항과 전복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예술가들은 각자 정통과 정설의 영역을 점하고자 하는 이율배반적인 열망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예술 또한 反 미술이 주류 미술이 되곤 한다. 이것이 ‘오른손잡이 vs 왼손잡이’가 아닌 ‘오른손잡이 vs 오른손잡이’로 선택한 이유다.

복싱에서 ‘오소독스 vs 오소독스‘가 대결하면 선수들이 왼쪽 방향으로 돌게 되는데, 이것은 이율배반적인 각축장이 결국 예술이 가진 저항정신과 새로움에 대한 추구와 실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방향이 결코 고정된 값이 아닌 상대적인 값이라는 것을 상기해 볼 수 있다. 이것은 경고일 수 있고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전시 제목이 내포하는 좌(左)와 우(右)의 상징성과 상대성이 궁극적으로 ‘성북 N 작가 공모’ 및 참여 예술가들의 지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과 희망적 신호라는 점을 주목해 본다. 

'오소독스 vs 오소독스 Orthodox vs Orthodox'는 성북예술 창작터에서 개최된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서울대학교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서울대학교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이 전시회는 그 반추가 진행되는 의식 내부에 관한 일련의 보고서들이다. 의식은 자신이나 사물을 ‘깨어있는 인식’으로 마주하는 정신의 행위다. 이 깨어있는 인식에 기반할 때만 예술은 사회적인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정화의 선두로 나설 수 있다. 사회적인 것의 힘, 플라톤이 말한 ‘거대한 짐승’에 복종하는 이 시대의 예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이다. 깨어있는 예술은 속이는 사회적인 것,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것에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그리고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요인들,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측면을 지속적으로 감지해낸다.

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혼돈, 구성과 줄거리의 부재 속에서 시간과 비시간,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조밀하거나 성긴 이야기, 기억(경험)과 꿈 사이의 추상적이고 복잡 미묘한 왕래, 기억은 시간의 함축이고 꿈은 잡을 수 없는 것들의 비유다. 푸르스트적인 ‘의식의 흐름’ 이 과거에서 현재로, 기억에서 몽환으로 종종 표류를 감수하면서 이어진다. “확실히 존재하는 것 혹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것”, 즉 진리와 영원 어느 하나라도 아니면 둘 다 손에 쥐길 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에 대한 감각적 고증의 방식이다. 적응할 수도, 혁명이라는 환상에 더는 매몰될 수도 없는 역사적 단계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원근법이 제거된 풍경들..., 형식주의는 더는 거론할 것조차 없다. 여기서 리얼리즘은 혁명이 아니라 혁명이라는 환상을 조소하는 용도고, 추상은 일상적 삶과 사소한 불행이나 행복을 위한 언어체계를 관용한다. 추상과 구상이라는 근대회화의 이항대립은 성립 불가능하다. 붓질은 미래를 향하도록 할 만큼은 아닌 상상력으로 운용된다. 초자연, 초현실에 이르지 않는, 다만 조야한 현실에 일정량의 타격은 분명히 가하는 비현실과 그것에 의해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영원의 유사물로서 몽환 사이를 불안정하게 오가는 자아로 귀환하자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전시는 이달 26일가지 이어진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주말 갈만한 곳] 가을 주말,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로 마음의 쉼표를 /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이번 전시는 개념주의 미술, 모더니즘 미술, 공공미술에 걸쳐 다층적인 작업을 전개해 온 김용익(1947~)의 미학과 태도, 사유와 실천에 주목하는 전시다. 특히 김용익이 2000년대부터 전개해 온 생태주의적 관점과 우리 문명, 환경, 삶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후기 작업에 주목하고, 김용익 아카이브를 통해 이러한 작업을 발아시켜 온 그의 주요한 미술 철학을 살펴본다.

김용익은 작업 초기부터 당대의 미술, 사회와 호흡하며 자기반성과 편집, 대화로서의 예술이라는 개념을 통해 작가와 미술의 권위에 균열을 내고, 권력화된 제도와 사회에 비평적 시선을 던져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용익의 작업은 점차 미술을 넘어 우리 사회와 인류의 차원으로 확장하며 우리의 삶에 밀착된 메시지를 담아 나갔다.

전시 제목인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는 이러한 그의 삶과 작업의 여정을 은유한다. 김용익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생각과 행동, 소외된 존재들에게 대화를 건네며 그들에게서 대안적인 가능성을 찾아왔다.

이번 전시회는 팬데믹과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는 21세기의 언저리에서 김용익의 여정이 우리의 삶과 사회의 대안을 생각해 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기획됐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에게, 김용익'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개최된다. 매주 평일(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전시는 이달 19일까지 이어진다.

공중정원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인간이 창조한 정원은 자연에 대한 모방과 자연 속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어 독립된 하나의 세계, 혹은 생태계로 조성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형성한다.

정원은 ‘담장이나 울타리로 둘러싸인 폐쇄된 공간’이라는 어원에서 출발한다. 주로 자연 재료와 인공물을 세심하게 배치하고 조합하여 완성되는 정원은 자연과 문화의 정교한 결합체로 인간의 오랜 미적 욕망과 자연을 즐겨온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 전시는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이자 상징적 의미로서 ‘정원’을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된 작품들은 실재와 허구, 모방과 복제의 문제를 다루거나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참조하고 재현하는 방법론적 실험을 시도한다.

자연을 모티프로 하여 개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심리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는 세계를 향한 작가들의 예민한 시각과 감각, 그리고 해석의 결과이기도 하다.

전시명 ‘공중정원’은 고대 바빌론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계단식의 옥상 정원이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나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에서 당시의 건축 기술로 높은 지대에 물을 끌어올려 조성한 수목 가득한 정원은 인간이 이루어 낸 가장 기적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공중정원은 메마른 땅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푸른 산과 같은 풍경을 조성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간 욕망의 산물이자 실천이었다. 오늘날 자연에 대한 욕망의 형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세계를 짓고자 하는 태도는 예술의 오랜 원동력으로 존재해 왔다.

'공중정원'은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경유하며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전시 참여 작가 5인이 조성한 각각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여러 경로로 관람객과 공유되고 의미의 확장을 이루기를 바라며 이 전시가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공중정원'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매주 평일(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전시는 이달 19일까지 이어진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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