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최종 후보 선정 이사회 단독 진행…3중 바닥 철밥통 카르텔"
'연임 우선 심사' 조항 삭제, 선임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제고
국민연금에도 화살 "국민 노후자금 관리하는 데 원칙, 행동 없어"

KT&G 백 사장 4연임? 더 이상은 반기지 않는 주주들, 국민연금은 침묵
KT&G 백 사장 4연임? 더 이상은 반기지 않는 주주들, 국민연금은 침묵

 

[문화뉴스 김예품 기자] KT&G를 이끄는 백복인 사장이 4연임에 도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소유 분산형 기업에서 CEO 연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도 이에 대해 “말장난 밀실 투표”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KT&G 차기 사장 선임 후보 모집 시작, 3단계 절차 거쳐야

KT&G는 지난달 28일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내부적으로 기존 사장 선임제도가 변경되어, 공개 모집 및 헤드헌팅 대행 전문업체인 서치펌의 추천으로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후보들이 구성될 예정이다. 사장 후보에는 담배 혹은 소비재 기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거나, 기업 대표 또는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업부의 손익 관리에 종사한 사람에 한해 외부 인사도 응모할 수 있다. 즉, 백복인 사장을 포함해 후보와 사내 경합을 벌여 주총에 단일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3년 12월 28일 KT&G 이사회와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 선정 계획과 시장 후보 심사 기준을 논의했다.  이에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절차로 진행된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사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확정하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한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대상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후 이사회의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이 선임된다. 

이미 10년 연임한 백 사장... '연임 우선 심사' 조항 삭제에도 4연임 도전할까 

백복인 사장의 사장 임기는 올해 3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1993년 입사해 2015년 대표로 취임했고, 공채 출신 첫 대표로 9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백 사장 취임 이후 KT&G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해 성장했다. 2016년 4조 원대였던 매출은 2022년 6조 원 가까이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백 사장은 2018년과 2021년, 총 3연임에 성공했다. 만약 이번 4연임에 성공하면, 12년 동안 KT&G의 수장을 맡는 것이다. 

지난 12월 이사회는 '셀프 연임' 논란이 됐던 '연임 우선 심사'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 사장의 4연임 도전 여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KT&G 주주 행동주의 펀드 FCP, "사장 후보 선임 기구는 3중 바닥 철밥통 카르텔" 

사진=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
사진=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

KT&G 주주인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로 이어지는 3단계 사장 후보 선임 기구가 모두 백복인 사장이 임명한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3중 바닥 철밥통 카르텔"이라며 "가장 중요한 최종 후보 선정을 이사회 단독으로 진행됐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KT&G의 지배구조위원회 5명은 전원 현직 사외이사로 구성, 사장후보추천위원회 8명 중 6명이 백복인 사장 재임 중 선임됐다.

FCP는 지난해 KT&G의 경영 개선을 요구한 데 이어 사장 후보 선임 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보내기도 했다. 2021년 백 사장 연임 당시 11일만에 백복인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한 것 등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FCP는 백 사장 연임에 뚜렷한 명분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임 기간 영업이익이 '16년 1조 4,688억 원에서 '22년 1조 2,676억 원으로 감소한 것을 들어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조사한 증권사 추정 KT&G 작년 영업이익 기대치도 1조 1,692억원으로 이전보다 더 적었다.

그러면서 FCP 이 대표는 “장기 집권 같은 후진적 지배 구조만 개선돼도 현재 8만 9,000원 대로 만성 저평가된 KT&G 주가가 14만 원으로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 포스코와 KT의 수장 연임 막았으면서... KT&G 4연임에는 침묵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FCP는 국민연금공단에도 백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일관된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KT&G는 정부의 소유분산 기업으로 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다. KT, 포스코 등 통상 민영화된 기업도 정부의 소유분산 기업에 포함되는데 위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반대로 연임 우선 심사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구현모 전 KT 대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KT&G의 2대주주(6.31%)로 있는 국민연금이 백 사장의 4연임에는 침묵하고 있다. FCP는 이러한 국민연금의 행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바라보는 입장이다. 한편, 2분기 말을 기준 최대 주주 중소기업은행(6.93%)은 2018년 백 사장의 2연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사장 선정 과정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이번 KT&G 사장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사장 선임 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서 약 3개월에 걸쳐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및 주총 승인‘의 3단계 프로세스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총의를 반영해 사장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 투자만이 아니라 주주로서 투자한 기업의 경영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문화뉴스 / 김예품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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