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전력 구입 단가-판매 단가 격차로 인한 적자

한전 임금 반납, 직원 탓할 일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전을 탓할 수도 없다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한전 임금 반납, 직원 탓할 일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전을 탓할 수도 없다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올해 3분기에만 7조 9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자금을 마련하고자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하는 거 없이 특혜만 받았으니 좀 내놓으라는 반응이지만 한전의 적자 상황은 직원들의 책임이 아니라 전력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결과로 보인다.

지난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전 임금 반납 동의서 관련한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한국전력공사 소속이라는 A씨가 작성한 게시물은 "전 직원 약 50~60만 원 정도 임금 반납 예정"이라며 "고과 불이익 등 언급해서 동의율 높을 예정이고 모인 반납금은 희망퇴직금 재원으로 사용"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문제는 희망퇴직 희망자들이 어차피 나갈 사람들이라 고과는 상관없다는 태도 유지하며 동의 안 하는 중이다"라며 "반납 동의한 직원들 사기 저하 막심해서 미동의한 사람들 희망퇴직 제외하자 했는데 근거 없다고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임금 반납 동의서 사진도 첨부됐는데. 해당 동의서에는 "희망퇴직 위로금 재원 마련 및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지급받을 급여 일부에 대한 반납 동의를 진행하고자 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밖에도 "한전 망했다", "한전 직원들 억울하겠다", "국가에서 자잿값은 오르는데 가격 인상 못해서 적자 나는 건데 직원들이 무슨 죄냐, 왜 직원들보고 반납하라는 건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동의서에 언급된 반납 금액은 2022년 경영평가성과급의 20%로 반납 방법은 다음 달 말 지급 예정인 성과 연봉에서 공제하는 식이다. 한전은 22일부터 26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희망퇴직 재원 마련에 필요한 지원을 거절한 영향에 따라 자구책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보도된 기사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그동안 꿀 빨았잖아, 고통 분담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없지?", "여태 일하는 거 없이 놀고먹으면서 온갖 특혜는 다 받아먹고 성과금이라고 받아먹었으면 회사 힘들어지면 좀 내놓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적자 상황은 직원들의 책임이 아니라 전력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의 결과로 보인다는 반론도 있다.

한전 임금 반납, 직원 탓할 일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전을 탓할 수도 없다 / 자료 = 전자공시시스템 
한전 임금 반납, 직원 탓할 일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전을 탓할 수도 없다 / 자료 = 전자공시시스템 

한전의 재정적 어려움은 전력의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 격차에서 기인한다.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손해를 보며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도매전력시장을 통해 판매용 전기의 대부분을 발전사업자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누적 도매전력시장을 통한 구입량은 총구입량의 96.0%에 이른다. 

2023년도 3분기 누적으로 한전이 구입한 전력의 총 평균단가는 145.73원/kWh이다. 반면 판매단가는 주택용149.65원/kWh, 일반용 168.59원/kWh, 교육용 138.24원/kWh, 산업용 150.94원/kWh, 농사용 74.68원/kWh, 가로등 154.00원/kWh, 심야전력 99.61원/kWh이다.

주택용은 고작 2.69% 비싸게 팔고 있으며 일부 교육, 농사, 심야전력 등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판매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 판매로 인한 매출액 63조 112억 1천만 원인 반면 전력 구매에 든 비용은 69조 7,820억 2천7백만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수치는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된 상황이다. 22년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2년도 한전이 구입한 전력의 총 평균단가는 155.17원/kWh데 반해 매출단가는 주택용 121.32원/kWh, 일반용 139.10원/kWh, 교육용 111.53원/kWh, 산업용 118.66원/kWh, 농사용 56.89원/kWh, 가로등 124.53원/kWh, 심야전력 74.26원/kWh에 불과했다. 

22년도에는 23년보다 더 큰 폭으로 손해를 보면서 판매를 한 것이다. 이로 따라 22년 한전의 전력 판매로 인한 수익은 67조 8,445억 7천5백만 원에 불과하지만, 전력 구매에 든 비용은 100조 696억 4천8백만 원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해 11월 17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IMF는 한국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국제 원자재 가격과 연동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IMF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상품 가격 급등으로 인한 높은 에너지 비용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상당한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IMF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올해 들어 도입된 전기 가격의 적절한 조정으로 23년 한전의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한전의 재정 건전성을 더욱 회복시키고 향후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 비용과 전기 가격을 연결하는 가격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