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기지개를 켠 상품 수출활황과는 달리 서비스 수출이 전 세계적인 교역 호황에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기록적인 마이너스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이러한 서비스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회복세에 부담으로 작용해 자칫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국제수지 서비스 수출액(명목 원계열 기준)30011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이는 OECD 39개 회원국 중 덴마크(-20.0%) 다음으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OECD 평균 서비스 수출 증가액 9.7%에도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서비스 수출액은 20224분기를 시작으로 4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4개 분기 연속해 서비스 수출액이 줄어든 건 한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에 불과하다. 이러한 서비스업 부진은 수출 경쟁력과 경상수지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상품 수출 규모는 전 세계 6위인 반면 서비스 수출액은 2022년 기준 1,302억 달러로 15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1~11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26억 달러에 달했다. 상품수지로 벌어들인 2595000만 달러를 거의 대부분 까먹은 셈이다.

 

서비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이유는 상품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콘텐츠 수출액이 2010년 약 32억 달러에서 2021년 약 124억 달러로 4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약진한 분야도 있지만 아직 관광의료정보통신기술(ICT) 등 주요 분야에선 미진하다는 게 정부 평가다. 실제 전체 수출액에서 서비스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넘도록 15% 안팎에서 변함이 없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6월 민관 합동 서비스산업발전전담팀을 출범시키면서 2027년까지 서비스 수출 규모를 세계 10위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서비스업 수출 1원당 부가가치 창출액(2018년 기준)0.812원으로 제조업 즉, 상품 수출 0.613원보다 높다. 한국은행이 밝힌 서비스산업의 수출 100만 달러당 취업유발계수(2018년 기준)12.8명으로, 제조업 6.2명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만큼 정체된 서비스 수출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서비스업은 제품의 형태가 없는 무형의 산업이어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일상 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건물의 임대, 출퇴근 때의 대중교통, 음식점, 유통, 스마트폰·PC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통신·금융·물류·의료·교육·관광 업종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느 국가나 산업구조가 고도화할수록 콘텐츠·금융·의료 등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미국의 GDP 대비 서비스업의 비중(세계은행 2021년 통계)은 무려 77.6%에 이른다. 제조업 중심 국가인 일본도 서비스업의 비중이 69.5%, 독일은 62.9%에 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71%에 달한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은 이런 서비스산업의 혁신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고작 57%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서비스업 생산성 격차는 49.8, OECD 평균(80.2)을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고용률로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고용의 70.7%,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치의 72% 수준에 머물러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28위에 불과하고 일자리는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생계형 저부가가치 산업에 쏠려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조금만 경쟁력을 높여도 또 다른 성장 축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비스업 생산성을 OECD 수준으로만 올려도 성장률이 약 1%포인트 높아진다는 것이 정부의 추산이다.

 

이런 이유로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고도화하는 정책의 필요성과 절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비스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 지난해 말 본격화한 상품 중심의 수출 회복세를 상쇄해 경제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고 고학력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 전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게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기술혁신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상생 발전하게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서비스산업 발전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내 일자리의 70% 이상이 서비스업에서 창출되고 있는 만큼 실업 해소 차원에서라도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대 정부들도 기회있을 때마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직접 ‘2027년 서비스 수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가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끼며 관련 입법 추진을 주저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수출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수출이 더디게 회복되고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그 혜택은 대기업 등 일부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2011년에 발의됐지만 무려 13년째 국회에서 폐기와 발의만 반복하며 겉돌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의료계와 노동계 등이 의료 민영화를 위한 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온라인 영업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도 마찬가지로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내수와 일자리를 동시에 늘려 경제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 서비스산업임을 유념하고 국내의 서비스산업을 키워야만 한다. 임시 국회가 21일 열린다.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4월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일 가능성이 높다. 설 연휴가 임박한 데다 여야 모두 총선 공천 과정에 돌입하면 국회 본회의가 또 언제 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정부도 금융·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는 물론 연구개발(R&D) 투자 촉진 등을 통해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업의 고부가화(高附加化)를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K콘텐츠처럼 서비스업을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살려낼 수 있고 지긋지긋한 저성장 고착화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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