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백현석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에 위치한 맥화랑에서 초대 개인전 <강혜은>展이 2월 16일부터 3월 9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1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물감에서 실을 뽑아내는 기법을 완성하였다.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어가듯, 유화물감을 손아귀 힘만으로 적정한 압력을 가하여 굵고 가는 색 선을 뽑아낸다.

팔레트에서 조합한 색상을 붓으로 펴바르는 것이 아니라 물감 덩어리를 손가락의 힘으로 짜내어 선들을 쌓아가며 전체적인 형태와 색감을 조화시킨다.

실처럼 보이는 유화물감의 선들이 겹겹이 겹쳐지면서 층을 만들고 그 사이에 작은 공간을 형성한다. 평면의 캔버스이지만 전체적으로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유화물감의 색 선들이 층을 쌓으며 만들어낸 공간 때문이다.

 

line - piece 2403, 80×80, oil on panel, 2024
line - piece 2403, 80×80, oil on panel, 2024

작가는 항상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채 허리를 숙여서 물감을 손으로 흩뿌리듯 작업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 과정 자체가 일종의 수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고행에 더 가깝다.

호흡을 조절하고, 손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작업을 하면 어느새 마음도 숙연해진다. 물감 덩어리를 손에 꼭 쥐고 색 선을 잣다보면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과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 응축되어 캔버스 위에 쌓인다.

옛 여인들이 손으로 직접 실을 뽑고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듯, 강혜은 작가는 캔버스 위로 허리를 굽혀 끊임없이 고단하고 지루하게 선을 쌓아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맥화랑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20여 점의 작업은 지난 겨우내 작업실에서 꼼짝 않고 작업에만 전념한 결과물이다.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이 지난 세월의 결과물이라 하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그렇게 만들어냈던 색(色)과 형(形)으로부터 다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어른답게 나이가 든다는 것, 멋있게 늙는다는 것은 무언가에 사로잡혀있던 ’고집‘과 ’아집‘을 스스로 내려놓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화뉴스 / 백현석 기자 bc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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