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팬텀' 공연 사진 ⓒ EMK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푸딩'이 사로잡고 가면과 '밀당'하게 만드는 공연.

뮤지컬 '팬텀'은 대중에게 익숙한 가스통 르루의 추리 소설 '오페라의 유령'에서 출발했다. 동명의 뮤지컬이 인기리에 공연되며 많이 회자하고 있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팬텀'은 전지적 팬텀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덕분에 지하 세계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픔,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과 갈망을 조금 더 깊숙이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에릭의 비참했던 유년기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다. 그가 왜 가면 뒤에 숨어 팬텀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작품은 발레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에릭의 어머니는 촉망받는 무용가이자 오페라 가수였지만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함으로 인해 죽음을 결심한다. 이때 먹은 독초 때문에 아름다운 벨라도바의 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벨라도바가 아름다운 만큼 끔찍한" 에릭이 태어난다. 벨라도바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지만, 에릭은 결국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얼굴이 세상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하단 사실을. 그래서 평생 얼굴을 가면 뒤에 숨기고 지하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 뮤지컬 '팬텀' 공연 사진 ⓒ EMK
그런 그에게 크리스틴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에릭의 유일한 안식처인 지하 세계에 들려온 청아한 목소리. 음악적 재능이 풍부했던 에릭에게 자신의 기량을 모두 선사할 디바가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그의 삶에 한 줄기 빛이 찾아온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자신의 음악의 천사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 농락당하는 것을 본다면 누구라도 그들로부터 크리스틴을 지켜내고자 하지 않을까.

'팬텀'은 뮤지컬에 성악과 발레 모두 아우르는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훌륭한 재료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진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팬텀'은 적절히 맛있는 콜라보레이션을 만들어낸 것 같다. 오페라 극장의 디바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성악가로 활동하는, 혹은 성악을 전공한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라 칭할만하다. 성악이 능숙한 배우들 덕분에 크리스틴의 솔로곡을 더욱더 빛나고 음악레슨 때 에릭과의 케미가 덩달아 높아진다. 에릭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크리스틴이 '음악의 천사'인 이유다.

▲ 뮤지컬 '팬텀' 공연 사진 ⓒ EMK
무엇보다 발레를 통해 극의 정체성이 명확해진다. 뮤지컬과 성악을 접목한 극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기에 이 같은 특징만으로 '팬텀'의 정체성을 논하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발레를 통해 팬텀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극대화되고, 작품만의 색깔이 뚜렷해진다.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벨라도바가 발레를 통해 보여주는 여자로서의 사랑, 어머니로서의 사랑은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한편 많은 배우들이 열연하는 뮤지컬 '팬텀'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바로 신영숙의 '카를로타'다.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주연배우들 못지않게 신영숙이 카를로타 역을 맡았다는 데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믿고 보는 배우 신영숙이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갖춘' 카를로타 역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신영숙의 카를로타는 화려하고 자기중심적이란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작품의 MSG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작품의 배경과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설명되는 1막에서 신영숙이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극이 진행되는 동안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괴롭히고 오페라 극장의 화장실도 다 내 것이라며 표독스럽게 외쳐도 카를로타를 마냥 미워할 수 없다. 1막이 끝나고 관객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는 장면은 "푸딩"을 외치는 카를로타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다.

▲ 뮤지컬 '팬텀' 공연 사진 ⓒ EMK
다만, 1막에서 신영숙이 돋보이는 것은 다른 인물들의 행동에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이기도 해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부의 극적인 진행을 위해 필요한 배경들을 설명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요도보다 이야기가 늘어지는 느낌이다. 1막이 뮤지컬 '카를로타'가 되지 않기 위해 팬텀이 가면을 고쳐 쓰는 시간을 관객이 그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장면으로 대체했으면 어땠을까.

또, 주인공 에릭이 끝내 가면을 벗지 않는다는 점도 공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만 하다. 극의 감정을 끌어가기 위해 가면을 벗지 않는 것이 옳다는 반응과 공연이 모두 끝난 커튼콜 때까지 가면을 벗지 않는 것은 너무 하단 반응이 팽팽하다.

3시간가량 관객들을 웃고 울린 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팬텀'이기에 가면을 벗을 듯 말듯 관객과 '밀당'하는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형형색색의 가면과 기꺼이 '밀당'을 하겠다면 오는 7월 26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팬텀'을 만나보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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