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난소암과의 전쟁, 8년의 기록’ 
“현란하던 여름의 모든 색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작가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 출처: 홀리데이북스 제공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 출처: 홀리데이북스 제공

[문화뉴스 이규원 기자]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난소암과의 전쟁, 그 8년의 기록을 담다

■ 책을 쓴 이유
“아내의 암을 확인 했을 때 환자는 물론 나도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가 다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모든 게 황당하고 난감했다. 내 아픈 경험담이 뒤에 올 사람들의 그 황당함과 난감함을 조금 덜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 아내와의 이별
“옆에 있던 간호사가 “마지막 호흡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보았을 땐 그는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더 이상 숨결이 없었지만, 얼굴은 편안했다. 아내는 잠에 빠져들 때의 그것처럼 편안하게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 상태에서 다음 세상으로 건너갔으리라 믿고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와 이별할 수 있도록 잠깐만 비켜달라고 했다. 아이들과 간호사가 밖으로 나가고 나는 소리내어 울었다. 얼굴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안았지만, 아내는 아는 척하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에 만나 46년 동안 매일이다시피 보고 만진 얼굴이었다. 이제 다시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 안녕, 나의 반쪽이여 안녕…”

Space in space, 30F, Acrylic, cuivre on canvas, 2015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Space in space, 30F, Acrylic, cuivre on canvas, 2015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 혼자 산다는 것
“혼자 된 내게 하루 중 언제가 힘드냐고 물으면 해질녘이라고 말한다.(중략) 전화를 걸던 그 시간에 전화를 찾지만 이제 내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할 데가 없는 것이고 이는 내 안부를 크게 궁금해할 사람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은 내가 이 세상 어떤 누군가의 보호자도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내 존재의 필요성과 존엄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갖는 일이 이 시간이면 되풀이되곤 한다.” 

■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은?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은 8년간 아내의 난소암 투병을 간병한 남편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아내의 난소암 진단 후 겪었던 당혹감, 불안, 그리고 암 환자와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에세이다.

단순한 소화불량인줄 알았던 아내의 질병이 난소암, 그것도 4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일 것인가. 저자 김영만은 아내의 병을 알게 되었을 때 “현란하던 여름의 모든 색이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다.”고 표현했다.

여인, Mixed media on canvas, 80cm×70cm, 2012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여인, Mixed media on canvas, 80cm×70cm, 2012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아내의 암 진단 후 암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 저자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서점에는 암 관련 서적들이 적었고, 대부분 일본 의사들이 쓴 자극적인 내용의 책들이 많았다. 국내에서 암 환자를 다루는 전문의들이 환자나 보호자를 위해 쓴 책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저자는 투병과 간병의 길이도 물론이거니와 끝의 존재 여부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들어간 모양새라 말한다. 이 황당하고 난감했던 당시의 순간을 다시 글로 되새기게 된 이유에는 이런 점도 작용했다. 암과의 싸움에서는 패배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자신이 제때 아내의 건강을 잘 챙기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운 점이라고 고백했다.

“도둑맞으려면 동네 개도 짖지 않는다고 했다. 눈을 뜨고 짖는 개가 한 마리는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집에서 잠을 자지 않고 크게 짖어야 할 역할을 맡았던 워치 독은 남편인 나였다.”

블로그에 이 내용을 조금씩 써내려가는 동안 아내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도 있는 환우들과 가족들이 댓글로 절절한 공감과 격려의 메시지들을 보내주었다고 해 책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암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전체 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아내의 간병 8년 동안 내내 안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었다. 그 안개속을 조금이라도 더 환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아내에 대한 간병과 대처가 더 효율적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은 아직도 남는다.”

잔설, 65.2cm×53cm, Oil on canvas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잔설, 65.2cm×53cm, Oil on canvas /김영희 /출처: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 캡처

■ 지은이 김영만
하동에서 나서 고려대를 졸업했다. 서울신문 수습기자로 들어가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냈다.

■ 그린이 김영희(1958~2021)
서울에서 나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치료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기도 가평 설악에 화실을 짓고 서양화(비구상)을 공부했다.

◇ 나의 반쪽 그대여 안녕/김영만 글/김영희 그림/홀리데이북스(HOLIDAYBOOKS)/2만 원
◇ 발행일 2024년 04월 05일
◇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53*225*20mm
◇ ISBN139791191381153

문화뉴스 / 이규원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홀리데이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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