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우리 경제의 주요 지표가 온통 적신호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물가·환율·고용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4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100)로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1% 각각 상승하여 여전히 3%대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고, 한국은행은 지난 4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높은 물가 수준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하반기 금리 인하도 속단하기 어렵다며 10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5.25∼5.50%)보다 상단 기준 2.0%포인트 차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낮다.

지난 4월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기준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73.3원으로 전주 대비 26.3원 상승했고 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51.3원으로 전주보다 11.1원 올랐다. 지난 4월 1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3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357.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달러 강세로 계속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 국가채무가 1,126조 7,000억 원으로 1년 사이 60조 원 가까이 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어 50.4%를 기록했다. 세수 감소 여파로 인해 지난 1년 나라 살림도 87조 원(관리재정수지 기준)의 적자를 기록해, 정부가 당초 예산안에서 제시한 전망치 58조 원보다 무려 29조 원 더 많았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1년 전 대비 17만 3,000명으로 3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호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킬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을 감당해야 할 판이다. 이제 총선 잔치는 끝났고 가시밭길 같은 경제의 험로를 마주 대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민생의 축이라 할 고용과 물가 상황도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이 지난 4월 12일 발표한 ‘2024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39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만 3,000명(0.6%)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2.4%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하였으나,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 1,000명 감소하였고, 고용률은 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021년 2월 47만 3,000명이 줄어든 이후 최저 증가세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8개월 만에 최대로 감소했다. 고용 둔화는 기저효과, 저출산의 영향이 없지 않지만 결국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내수 시장 부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2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3.1% 감소하였고, 건설업 동향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시공 실적 기준 1.9% 감소했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게 취업시장을 냉각시킨 셈인데 앞으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4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금의 물가 상황을 냉철히 진단했다. “지금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라며 “금융통화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의 깜빡이를 켰다”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아직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깜빡이를 켰다는 건 차선을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라며 “저희는 깜빡이를 켤까 말까를 자료를 보면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갔다가 2~3월(각 3.1%) 두 달 연속 3%대로 올라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향 안정세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과 유가 움직임이 가장 큰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강달러 영향으로 이날 장중한 때 1,375.4원까지 치솟아 올라(원화 가치 하락) 연일 연고점을 갱신 중이다. 국제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여파로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치솟은 데 이어 100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온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엎친 데 덮쳐 물가가 단기간 낮아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수입 물가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고물가 → 소비 침체 →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당분간 요원해졌다.

올해 들어 우리 경제가 모처럼 반도체의 봄을 맞으며 수출 중심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소비를 포함한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치솟는 고환율,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에 고용 부진으로 민생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지난해 부실채권 규모는 12조 4,425억 원에 달해 팬데믹 기간 중인 2020년의 8조 7,254억 원보다도 42.6%인 3조 7,171억 원가량 늘었고, 최근엔 1분기 만에 1조 원이나 늘었다. 부실채권 중 기업여신이 10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도한 PF대출로 폭탄이 돼버린 2금융권들과 달리 보수적인 운용을 해온 5대 금융지주조차도 이런 처지라는 것은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기도 하다. 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로 국력을 결집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이렇듯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엄혹하기 그지없다. 경제·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함을 명찰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과거처럼 정쟁으로 일관할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협치는 위기에 처한 경제 살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 2년의 구태를 반복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선(經濟船)은 침몰할 수밖에 없음을 각별 명심해야만 한다.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과일·채소 등 밥상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따라서 우선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고물가는 실질소득을 줄이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견인할 최적의 우수 인력을 키울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탄소제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큰 그림에서부터 국가 존망마저 위태롭게 하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은 물론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와 가계의 기본 생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거세지는 경제·안보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앞장서서 총선 기간 사분오열된 국론을 통일하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갈기갈기 찢기고 상처로 얼룩진 가슴들을 치유하고 대립과 반목 그리고 질시와 증오에서 벗어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국력을 결집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묘안과 비책을 모색해야 한다.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만 치열한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고 격변하는 안보 소용돌이에서 평화와 주권을 지킬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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