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광화문 블랙 텐트 극장장으로 광장을 지켰던 연출가 이해성이 연출한 연극 '불량청년'이 5월 25일부터 6월 11일까지 30 스튜디오에서, 6월 17일부터 25일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개막한다. 

광화문 광장을 배경으로 한 무대는 이순신 동상에 조명이 비치자 다양한 사람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중년의 한 남성이 "무시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러대는가 하면, 부당해고에 맞선 노동운동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 종북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태극기 부대,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실제 광화문 광장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학자금 대출이자와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묻혀 사는 청년실업자 김상복은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김상옥 의사 동상 대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정면으로 물대포를 정조준 맞으며 1921년 경성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일본인에게 고문과 조사를 당하던 김상복은 '길현옥'에 의해 종로경찰서에서 구출되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의열단에 합류하게 된다.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은 김상복이고 곧 9급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그가 고문을 심하게 받아 머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일본인의 밀정이 아닌가 오해까지 받게 된다. 처음에는 밖에서 당당히 다닐 수도 없고, 굶주림에 시달림에도 무기를 사 온다거나, 죽음 앞에서 슬퍼하기보다는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는 의열단 청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던 상복은 1921년과 2017년의 삶을 비교하며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들과 지내면서 정이 쌓일수록 의열단의 결말을 알고 있는 것이, 그런데도 역사대로 흘러가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묵직한 역사의 한 현장 속에서 스마트폰은 역사극의 무거움을 덜어주고, 관객의 흥미와 몰입도를 살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다. 알람이 울릴 때면 곧 터질 것 같은 폭탄인 것만 같고, 화면이 꺼지면 고장 냈다 나무란다. 신통한 그 기계는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기록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야기 사이사이 등장하는 만요(漫謠)는 스윙재즈에 민요적 정서가 섞여 낭만과 해학이 가득한 노래로 일제강점기 때 조상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장르이다. '볼빨간사춘기'를 좋아한다는 상복의 말처럼 요즘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익숙지 않고 우스꽝스럽게만 들릴지도 모르겠다.

연극 '불량청년'은 현시대의 사람이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설정으로 역사 속의 청년과 현시대 청년의 삶을 비교 대조하는 듯 보여주지만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보여주는 작품이다. 청년실업자 김상복과 의열단 김상옥은 결국엔 서로 다를 바 없는 그 시대를 살아갔던 평범한 청춘들일 뿐이다. 이육사의 '광야'를 노래하는 커튼콜도 마음을 울린다. 공연시간 120분. 10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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