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사람은 누구라도 태어난 그 순간부터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 그것은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내 옆에 있던 사람들. 가장 많은 싸움을 하지만 헤어질 순 없는, 그래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바로 가족이다. 항상 곁에 있기에 고마운 줄 모르고 그래서 표현에도 야박한 그러나 떨어질 순 없는 가족. 때론 그 무엇이 징글징글 맞고 자신의 삶을 몹시도 피곤하게 만들어도, 뗄 레야 뗄 수 없는 가족. 그 가족이란 게 대체 뭘까?

연극 '가족의 탄생'은 가족 간의 오해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돈, 성격, 사회생활 등으로 거의 언제나 티격태격했던 최국호, 국보 형제가 어머니 기일을 맞아 여동생 국희의 애인 만진의 차를 타고 다 같이 여수로 내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만나기만 하면 언제나 갈등을 일으키며, 소원해졌던 형제, 남매가 다시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과정을 이 작품은 일상적인 무대 언어와 소소한 유쾌함으로 연극 무대 위에 살포시 얹어놓는다.

'가족의 탄생'의 포인트는 일상성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를 무대의 과장이나 꾸밈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다. 일상적인 언어와 자유도 높은 빈 무대, 그리고 유쾌한 캐릭터의 만남은 극을 지루하지도, 어둡게 만들지 않고 마치 따뜻한 봄날의 따사로운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날 때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 깊은 한구석에 먹먹함을 느끼게 된다.

   
▲ 연극 '가족의 탄생' 연습 모습.

또한, 등장인물이 주는 다양성은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언제나 조용하고 신중한 형 국호와 자상한 아내 정화,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동생 국보와 당찬 며느리 서현, 거침없고 솔직한 매력의 국희와 그 매력에 빠진 소심한 남자 만진, 그리고 지적 장애아로 태어나 아버지 국도와 둘이 여수에 사는 마음은 바다, 국환. 이런 다양한 등장인물이 주는 생동감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결합하여 선선한 유쾌함을 불어넣고 마치 옆집에서 있을 법한,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도 있을 법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관객들에게 리얼리티를 만든다.

픽션과 리얼리티의 합성어인 픽얼리티라는 신조어를 사용하여 리얼과 픽션에 경계에서 관객과 일상성의 공감을 추구하는 픽얼리티 그룹 극단 가탄의 창단 공연인 연극 '가족의 탄생'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극 창작산실 시범공연에 선정된 작품으로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이번 공연은 7월 5일까지 연극 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본 공연의 막이 오른다.

요즘 가족들의 관계가 무너졌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자식들은 자기들 멋대로 살아가고, 부모들은 부모의 책임을 회피하고 등한시하는 장면이나 기사를 우린 종종 접하고 있다. 극 중 국희의 말 대로 어느 가족이든 어떠한 문제들은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가족들과 한 번쯤은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다투고 그러면서 다시 보듬어 주고 뉘우치고 서로 그리워하며, 그러한 반복을 무대를 통해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 현미경 보듯, 관객들에겐 마치 자신에 일들을 보는 것 같은 착각과 자신이 느꼈던 가족에 대해 먹먹함과 애증, 외면, 관심과 무관심 등 여러 가지 가족의 마음을 느끼고 되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공간과 시간을 마련하고,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연극 '가족의 탄생'은 손용환 연출이 직접 작품을 집필했다. 정우준, 이승원, 김송이, 남승혜, 배서현, 노현우, 서태영, 김경환, 박교빈, 강아가 출연하며, 모든 자리 2만5천 원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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