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6일 오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프레스콜이 열렸다.

프레스콜은 약 40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이뤄졌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여주인공 연옥이 위암을 선고받은 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삶의 연인이자 친구, 천적인 정민과 함께 매주 목요일마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하는 작품이다. 연옥 역에 진경, 윤유선, 정민 역에 조한철, 성기윤, 젊은 시절의 정민과 연옥인 남자와 여자 역으로 김수량과 김소정, 딸 이경 역에 박정원, 덕수 역에 김주영과 김승용이 출연한다. 지난 6월 27일 개막해 8월 20일까지 공연된다.

▲ 좌측부터 황재헌 연출, 김소정, 김승용, 성기윤, 진경, 윤유선, 조한철, 김수량, 박정원, 김주영

하이라이트 시연은 연옥이 위암을 선고받고 삶을 되돌아보기로 한 극의 첫 번째 장면으로 시작해 연옥의 딸 이경이 임신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지는 장면, 연옥과 정민 두 사람의 첫 번째 목요일, 비겁을 주제로 한 세 번째 목요일, 연옥의 비밀을 알게 된 정민이 이경을 찾아간 장면까지 총 5장면으로 구성됐다.

미니멀한 배경 속에서 책상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하이라이트 시연은 각 캐릭터의 강한 개성을 선보이는 장면들이었다.

정민의 화려한 언변 속에 감춰진 잘난 척과 연약함, 무겁지 않지만 정곡을 찌르는 연옥의 말들, 상처 투성이인 연약한 내면을 겉으로 표출하는 이경과 그의 남자친구 덕수까지 각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의 삶이 어떤지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었다.

작가이자 연출인 황재헌 연출은 작품 전반적으로 남녀가 고정된 성 역할에 갇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사회적인 의미에서 규정된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족을 구성하는 두 개의 성별을 그려내려 했다"고 밝히며 '본질'의 중요함을 언급했다.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난 후 황재헌 연출과 조한철, 진경, 윤유선, 성기윤 배우까지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오랜만의 연극인데 복귀한 소감과 매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한철 배우는 손을 다친 건지.

ㄴ 조한철: 7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고향에 온 것 같고 행복하고 좋다. 매체와 다른 점은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고 손은 공연과 관게 없이 다쳐서 면목 없다(웃음). 공연에 지장은 없을 것 같고 열심히 하겠다.

ㄴ 진경: 저는 무대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열심히 준비했다. 저희 공연에 중장년층 관객이 많더라. 이야기가 아무래도 50대 중반 이야기니까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작품에 공감하시는 중장년층 관객의 반응이 많아서 뿌듯하다. 이 분들이 볼 수 있는 공연, 젊은 친구 위주의 공연이 아닌 다른 선물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서 무척 뿌듯하게 공연하고 있다.

ㄴ 윤유선: 저도 11년 만에 공연을 하는데 저는 공연을 많이 안해봐서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소극장에서 호흡하는 건 오랜만이라 여러가지 저의 한계를 많이 느끼고 발성, 딕션이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구나 깨달았다. 같이 공연하면서 (진)경이가 함께해서 든든했는데 많이 배웠다. 처음 연습때부터 진경, (조)한철 커플이 열심히 해서 자극도 되고 도움도 받고 조언도 많이 들었다. 성기윤 씨도 공연 워낙 많이한 친구니까 극장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해주고 조언을 많이 받았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고 작품도 좋고 무대 위에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좋다.

ㄴ 성기윤: 저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세 분에 비하면 신인 연기자다. 뮤지컬을 25년 넘게 했는데 세어 보니 이게 제 프로 무대 두번째 연극이다. 마이크차고 대극장에서 하는 연기 계속 하다가 몸으로 부대끼고 숨쉬는 공연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좋다. 여러 파트너와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공연 보신 분들도 오랜만에 세련된 연출의 작품을 봤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ㄴ 황재헌 연출: 저야 예전에도 했었고 제가 쓴 작품이라 소감이라면 일단 무거운 책임감? 그런 게 있다. 저도 네 분과 같이 작업하는 게 뜻깊고 좋다. 개인적으로 다 각자 조금씩 인연이 있다. (조)한철, 진경 선배님은 저랑 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각자의 길에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분들과 다시 공연을 하게 돼서 기쁘다. 진경 선배님은 학교 입학 했을 때 워낙 미인이어서 제겐 일종의 페르소나였다. 학교에서 공연할 때도 너무 기뻤고. 윤유선 배우님은 저 어렸을 때 책받침에 존재하던 하이틴스타인데 지금 같이 작업하니 설렌다. 성기윤 선배님은 뮤지컬에서 모르시는 분이 없는데 여기 모시게 돼서 기쁘다. 고민 많이 하고 생산적인 연습을 오랜만에 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즐겁다.

 

대사가 무척 스피디하고 빠른데 매체와 달리 실수해도 다시 갈 수 없다. 긴 호흡을 풀어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연출이 대사의 맛깔스러움을 살리길 요구한 게 있는지.

ㄴ 조한철: 보통 저는 공연도 예전에 해올 때 대사를 일부러 외운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연습을 오래하니까 맞추다 보면 자동으로 되는데 이 작품은 고등학교 때 공부하듯이 외워야 했다. 연습 초반에는 대사 외우는데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공연하면서 대사량이 워낙 많으니 깜박할 때도 있다. 그런걸 어떻게 잘 넘어가는지도 다른 재미인거 같고 전체 맥락이 있기에 잘 진행되는 것 같다.

ㄴ 진경: 연습기간에는 공연 때 뭔가 대사에 문제 생기면 큰일나는 거니까 압박감이 심했다. 대사 까먹는 꿈도 꿀 정도다. 연극을 오래했었지만, 촬영 때는 끊어서 하니까 다시 그 무서움을 깨달으며 진짜 열심히 외웠다. 지금은 거의 툭치면 나올 정도로 다들 숙지된 상태라 그런 어려움은 없다. 또 워낙 대사도 많고 템포가 중요하기에 연출님이 템포감을 살리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셨고 그런 사이들이 잘 조화되면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ㄴ 윤유선: 대사가 대화만 있는 게 아니라 문학적인 느낌도 있어서 저도 하다보면 두 달 연습하니까 당연히 외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고 처음 대본 리딩할 때는 연출님이 대화 많이 하면서 섬세하게 잡아주실 시간이 잠시동안 행복했다. 너무 오랜만에 행복을 느낀다하면서 작업했는데 다 외우고 났는데 대본 놓으면 까먹고 100분동안 하니까 호흡도 중요하고 해서 전 첫공 끝난 후 마치 내가 웅변대회 나온 거처럼 마음이 무너졌다. (진)경이나 연출님과 이야기 많이 했다. 내가 왜 바닥을 드러내고 이걸 하나 해서 마음이 힘들었는데 두 번째부터 많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힘들었던 만큼 제게도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소극장을 이기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어떤 관객은 공연하는데 제게 질문을 던지시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게 소극장이구나 싶고 재밌었다.

ㄴ 성기윤: 모두 느꼈지만 대사의 압박감은 컸다. 연출과 극작을 같이 하신 연출님이 너무 섬세하게 글을 써두셔서 그 상태로 말을 하면 그 다음 대사가 자동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게 있어서 그걸 쫓아가며 왔다. 저도 처음에는 이걸 다 외워야돼 하면서 대본을 던지려다가 노래로 안 하는 게 어디냐 하고 마음을 부여잡고 여기까지 왔다(웃음).

ㄴ 황재헌 연출: 공식적인 자리를 빌어 네 분께 죄송하다(웃음). 글을 쓸때부터 본의 아니게, 아니 본의로 정교하게 작업해서 입장을 바꾸면 무대 위에서 실수나 상황에 따른 애드립이 나올 수 있는 건데 저희는 그게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 좋게 말해서 정교하고 나쁘게 말하면 깐깐한 대본이다. 거기서 분량도 많고 선배님들이 말씀하셨지만 대사에 리듬감이 있다. 무조건 빠른 게 아니라 어떨 땐 빠르고 어떨 땐 쉬고 그런 걸 요구하는 입장에서 죄송했다. 한 가지 뿌듯한 점은 네 명의 배우가 대사의 압박이라 생각하셨겠지만, 그걸 체화하는 과정이 결국엔 캐릭터가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네 분의 개인이 각 배역으로 창조되는 과정을 대사라는 매개체로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작업에 동참하게 됐다는데 의미가 부여됐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그런류의 연극을 본지가 오래됐다. 배우가 배우가 아닌 배역이 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힘들었지만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닌 스스로 극을 끌고가는 것에 대한 소감은?

ㄴ 성기윤: 이 이야기 자체가 정말 흔치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대부분 살아가면서 4, 50세가 되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로서 존재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인물은 본인을 지키고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인식하려고 애쓴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고 그걸 관객이 생각하게끔 해준다는 게 이 공연이 가지는 큰 의미인 것 같다. 다른 수식어 없이 본인으로서 존재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게 제가 이번에 공연하면서 남다르게 느끼는 답인 것 같다.

 

누가 공연을 보러 오면 좋겠다고 추천하는 관객이 있다면?

ㄴ 윤유선: 일단 여성 관객들이 많이 공감하고 우는 분들도 계시고 남자분들도 종종 우신다고 하셔서 왜 우는지 여쭤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부모로서 살아가는 중년이 아니라 한 번쯤 정말 특별한 상황이지만, 남자, 여자 혹은 나 개인으로서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고 같이 살아간다는 것도 그렇고 나의 젊은 시절, 젊은 분이라면 앞으로의 나를 미리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제 주변에 대학로에 잘 안 나오는 분들이 이 작품 보러 10년 만에 연극 보러 왔다고 하시더라. 다들 너무 재밌게 보셨다고 하시고 힐링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다고 하더라. 한 번쯤 연애를 해본 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2, 30대부터 저희 나이까지 잘 즐기실 수 있게 까다롭게 잘 쓰신 것 같다.

 

매체와 달리 무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진경 배우에 대한 반가움이 있는 것 같다. 여배우가 끌고 가는 것 같은데 극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이 있을 것 같은데.

ㄴ 진경: 제가 좀 센 캐릭터를 많이 했어서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말씀하셨듯이 보러온 분들도 힐링되지만, 제게도 너무 고마운 작품이다. 저는 연기하러 오면서 제가 매일 힐링받으러 오는 느낌이다. 공연하고 나면 제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배역과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그냥 고민과 관객들이 느끼는 고민이 맞닿는 지점이 생기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가장 좋은 스승은 죽음인 것 같다. 그 앞에서 여러 생각하고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소재인 것 같은데 우리 연극에서도 모두 공통으로 직면하는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며 공감대 형성할 수 있고 저도 자신을 돌아보게 돼다. 자신이 치유받을 수 있는 공연인 것 같고 어떤 지인 분이 이 연극을 보고 생각나는 영화가 두가지 있다고 하더라. 하나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둘의 관계적 측면에서. 또 '그래비티'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한 인간이 절대 고독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연옥에게 볼 수 있었다고 해서 저도 공감하고 이 작품은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 한 번 해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예전 작품에 비해 너무 느낌이 달라졌다. 예를 들면 의상도 달라졌는데 과거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ㄴ 황재헌 연출: 일종의 영업비밀 같은 건데 저는 스스로 연출할 때나 글을 쓸 때 예술적이라거나 자신을 아티스트로서 생각하진 않는다. 저는 좀 수학적인 판단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학교 때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이 작품을 쓸때도 남자와 여자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추상화를 하려고 많이 애썼다. 우리가 공급과 수요의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뻔한 이론이 있는데 그 사실이 현실에선 절대 그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만 가격의 본질에 그런 요소가 크다는 정도인데 이 작품 역시 대단히 현실적인 옷을 입고 있지만,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많이 추상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보신 분들 중 개연성 있고 좋은데 현실에 저런 사람이 어딨을까. 싶게 의도하려 했다.
예를 들면 저는 종군기자의 현실감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본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추상화한 거였다. 저는 이 공연이 본질에 가까우려면 종군기자의 리얼리티보단 배역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제가 실제로 조사한 종군 기자들은 그렇게 클리셰적인 옷을 입지도 않더라(웃음).
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배우님들과 작업했고 도움 많이 받았는데 그 때마다 달라진 건 좀 더 의도에 맞게 연옥과 정민이라면 남자와 여자라면 그런 본질적인 접근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네 분의 배우 개인의 특성을 넘어 배역에게 좀 더 접근할 수있도록 훨씬 더 신경 썼다.
또 다음엔 더 잘하고 싶고 이게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배우나 연출, 의상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남고 남자 아니면 여자인 관객들이 본질을 곱씹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드리고 싶은 거시적인 플랜이 있었다. 그래서 초연보단 좀 더 추상화됐고 또 다음 공연을 올리면 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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