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괴물을 만들어낸 문단이 이번 기회에 스스로를 물갈이하지 않는다면 문학에 관한 한 진짜 환멸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신경숙 표절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끝장 토론회'에서 1부 '신경숙 표절 사태의 진실 찾기 발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위와 같이 밝혔다. 정문순은 2000년에 문예중앙 가을호에서 신경숙씨의 '전설'이 일본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문제를 처음 제기한 평론가다.

정문순은 "신경숙 글쓰기의 자의식과 당당함은 다분히 과장과 허위를 벗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신경숙은 1970년대 산업화의 '역군'으로 성장기를 보냈던 자신의 또래인 '그녀들'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으나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귀결됬다"라 밝혔다.

정 씨는 신경숙의 대표작 '외딴 방'을 분석하면서 신 씨의 내면세계가 삶의 고통에 대한 깨달음과, 자신을 각성시키는 형벌마저 포용하는 당당한 자의식으로 구축되었다고 보았다. 그녀가 표절을 외면하는 이유로 강한 자의식과 역사의식의 부재를 꼽았다.

이어 "소설을 일기 쓰는 행위쯤으로 생각하며 자기 위로에 치우친 신경숙 문학은 남성중심주의 문단의 진영논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품어줄 엄마나 아내로 받아들여졌다."라며 신경숙 사태의 원인을 분석했다.

또한, "여성작가로서 신경숙의 계급적 내면의식은 사회 변화보다 현상유지를 바라고, 관심사라고는 자산 증가나 아파트 값 상승에 집중된 중산층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신경숙은 문단에서 진영 논리가 설 공간을 잃으면서 문단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기획하고 새로운 이윤 동기를 개척한 문화상품으로서 효과적으로 소비되었다"고 분석했다.

정 씨는 "실력이 모자란 신씨는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표절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며 "문단의 기대와 상찬, 일방적 띄워주기 등과 자신의 실체가 현격하게 괴리됐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것은 그의 상습적인 표절"이라고 말했다.

'우국' 표절 논란에 선 신경숙의 '전설'에 대해서는 "문장부터 사상까지 모조리 다 베꼈다"며 "일본 극우 작가의 정신까지 베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인 작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식적으로 남이 쓴 문장이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보자는 항변을 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신경숙을 옹호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한편 이날 토론 2부는 성균관대 천정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잡지와 출판, 계몽과 권력-한국 문단과 지식인 공론장의 소사·전망'을 주제로 발제하며 김명인 문학평론가와 김남일 실천문학 토론이 이어졌다. 3부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의 발제 '한국 문학 장의 생태적 위기와 대안적 문학생산 주체'에 이어 가톨릭대 홍기돈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임태훈 문학평론가의 토론이 진행됬다.

이번 표절논란 속에 한국 문학에 작동하는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등 대형출판사 편집위원들은 참석을 거절했다.

문화뉴스 조현제 기자 jhj@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