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16년 '프로듀스 101'을 시작으로 엠넷은 여자 편과 남자 편, 두 차례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런칭해 엄청난 흥행몰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두 번의 대박을 거둔 엠넷은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른 콘셉트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경쟁해서 데뷔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직접 육성해서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이돌학교'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아이돌학교'가 탄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두 번에 걸쳐 한반도 전역에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왔던 '프로듀스 101'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시즌 1을 통해 각 연예기획사의 뛰어난 연습생 11명이 모여 탄생한 아이오아이는 엠넷 측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의 영향력을 끼쳤고, 당시 활동하던 최정상 걸그룹 못지않은 음원 파워 및 팬덤, 인지도를 자랑했다. '1년만 활동'이라는 제약만 없었다면, 걸그룹 판도는 아이오아이에 의해 좌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시작한 시즌 2는 시즌 1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데뷔도 하기 전에 엄청난 팬덤과 다른 콘텐츠들이 파생되었고, 방영하는 내내 콘텐츠 영향력지수 1위를 기록하는 위엄을 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워너원은 이미 데뷔도 하기 전에 최정상 보이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엠넷은 계약이 끝나면 해산되는 아이돌 그룹이 아닌 '진짜 아이돌 그룹'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에 참여하는 이들에겐 소속사가 없어야 한다는 명분과 엠넷이 직접 키워 데뷔시킨다는 흔적이 필요했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그러한 이유로 '아이돌학교'는 직접 육성해서 데뷔시키겠다는 명목으로 '학교' 콘셉트를 강하게 밀고 나갔다. 교장과 교직원, 교육방침 및 커리큘럼, 교가, 교무까지 만들었다. 거기다 진짜 교육기관처럼 '걸그룹 육성 프로젝트'란 개념을 사용했다. 오로지 '교육'을 통한 '육성'이라는 그들의 취지를 담았다. 그래서 현재 연예기획사 연습생들은 애초에 입학 자격조차 없으며, 입학 시 춤과 노래 실력도 보지 않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프로듀스 101'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콘셉트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돌학교'를 가려왔던 베일이 하나둘씩 벗겨지면서 '아이돌학교'가 내걸었던 콘셉트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최초 취지에서 변질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최종 데뷔조 9명'이었다. '아이돌학교'는 최종등수 9등까지 든 학생들을 아이오아이나 워너원처럼 기간한정이 아닌 9인조로 진짜 데뷔시키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이런 달콤한 열매는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을 유혹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었고,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기획사를 나와 학교에 입학했다.

▲ ⓒ 엠넷 '아이돌학교'

이 변질은 곧바로 '아이돌학교'의 두 번째 변질로 이어졌다. 첫 회부터, 입학생들의 춤과 노래 평가가 곧바로 이어졌다. 최초 내걸었던 '교육'과 '육성'에서 정반대인 '경쟁'과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 방영되는 내내 '육성회원'으로 일컫는 시청자들과 팬들의 실시간 투표로 순위가 결정되는 등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 방영된 2회에서 "2주 뒤 하위성적 학생 8명을 퇴교한다"는 공지까지 발표하면서 '아이돌학교'는 무색무취가 되었다.

겨우 단 2회만에 자신들이 내걸었던 최초 콘셉트를 스스로 번복해버린 '아이돌학교', 앞으로 '학생들을 직접 육성한다'는 목표는 지킬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부가적으로 엠넷 특유의 인기 학생 위주의 분량 편집과 극적인 요소를 위한 엠넷 특유 악마의 편집 또한 시작되어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변했다. 이에 맞춰 시청률 또한 하강 중(닐슨코리아 기준 - 1회 1.5%, 2회 1.2%)이다.

총 11회 방영예정으로 앞으로 남은 방송 동안 '아이돌학교'가 무색무취로 바뀐 이 시점에서 어떻게 바뀌어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학생들에게 '함께 성장하자'가 아닌 경쟁을 부추긴 만큼, 그들 또한 다른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소비자들의 욕구와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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