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40주년 맞은 연극 '에쿠우스' 인터뷰_③ '알런'역 배우 서영주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명작이 명작으로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시대가 변해도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본질을 다루기 때문이다. 극작가 피터 쉐퍼의 대표작 '에쿠우스'가 다시 한 번 관객을 찾는다. 특히 올해는 1975년 한국 초연 이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무대다. 영국에서 26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구간지기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적 화두인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고민과 잠재된 욕망에 대해 심도 있게 그려낸 '에쿠우스'. 9월 4일 충무아트홀에서의 개막을 앞두고 '문화뉴스'에서 이한승 극단 실험극장 연출·대표, 배우 김태훈, 서영주, 남윤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 달 공연을 앞둔 '에쿠우스' 연습실의 막내는 19살. 만 나이로는 17세다. 세계 '최연소'로 '알런'역을 맡은 배우 서영주 군을 만났다.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서 군은 10대 같지 않은 10대다.

'고등학생이 작품성 있는 작품을 어떻게 소화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 연습이 시작되자 "고3이긴 해도 게임을 좋아한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다.

연극은 처음이지만 서군은 이미 2012년 영화 '범죄소년'과의 인연으로 도쿄국제영화제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와 민규동 감독의 '간신' 등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수상 후 "'서영주'라는 이름에 주목하라"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묻자, "성장했다기보단 이번 연극을 통해 천천히 기초적인 것부터 다시 쌓아가고 있다"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그가 출연했던 작품은 나이에 비해 어두운 느낌이다. 어려워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서 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팬들이 많다. 그는 "밝은 배역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배역을 맡는 자체가 의미 있고 좋다"며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이번 배역도 마찬가지다. 어딘가 음침한 구석이 있는'에쿠우스'에서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 군이 연기하는 '알런'은 순수하고 원시적인 동시에 야만적이다. 광신도 어머니에게조차 순종하는 17세 소년이지만,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억압의 탈출구로 '말'을 택하면서 참고 있던 욕망과 열정을 가차 없이 토해낸다.

'알런'역은 전라를 노출해야 하는 부담감과 겹겹이 쌓인 내면의 감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1975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20대, 30대의 배우들이 연기했다. 그만큼 10대 배우가 역을 맡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최연소'라는 타이틀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의 질문에 "처음엔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알런'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연출가가 기존의 19금이었던 등급을 17금으로 낮추면서까지 서 군을 캐스팅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한승 연출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알런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며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세계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서 군에게 있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이번 도전에서 서 군은 자신만의 '알런'을 연기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같은 10대라는 공통점 외에도 '알런'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서 군은 "알런 역시 저처럼 하나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으로 해석했다"며 알런의 그런 '순수함'에 중점을 두고 원작의 무게감을 표현하겠다고 전했다. 

서 군은 20대와 10대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10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배우 서영주 군의 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에쿠우스'는 9월 4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글·인터뷰] 문화뉴스 전영현 기자 ntp@mhns.co.kr
[사진·영상 촬영] 문화뉴스 김관수 기자 gs@mhns.co.kr
[영상 편집]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