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연극협회 극단 물 맑고 깊은 창단공연 안톤 체홉 원작 닐 사이먼 각색 이승옥 예술감독 황현주 연출의 굿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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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소월 아트홀에서 성동연극협회 소속 극단 물 맑고 깊은 창단공연,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 원작, 닐 사이먼(Marvin Neil Simon) 각색, 이승옥 예술감독, 황현주 연출의 <굿 닥터 (The Good doctor)>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안톤 체홉(Anton Pavlovich Chekhov)의 단편 <재채기(The sneeze)> <치과의사(Surgery)> <의지할 곳 없는 신세(A defenceless creature)> <늦은 행복(Too late for happiness)> <물에 빠진 사나이(The drowned man)> <생일선물(The arrangement)> 등을 각색해 만들었다.

연극은 도입에 해설자 겸 작가가 등장해 단편을 엮어간다. <재채기(The sneeze)>는 공연장에서의 이야기다. 한 관객이 공연중 재채기를 하고, 그 침이 앞자리에서 관람하던 장군에게 튄다. 관객은 장군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 장군은 괜찮다고 하는데, 관객은 계속 사과를 한다. 장군은 참다못해 꺼지라고 소리친다. 관객은 집으로 돌아와 죽어버린다.

<치과의사(Surgery)>는 치과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제가 이가 아파서 찾아온다. 그런데 경험이 없는 조수가 자신이 치료를 하겠다며 나서서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코미디다.

<의지할 곳 없는 신세(A defenceless creature)>는 한 은행에 웬 노파가 찾아온다. 다리가 아파 누군가가 조금만 큰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건드리기만 해도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는 노파가 은행의 지배인과 마주한다. 이 노파에게 은행을 찾아온 이유를 묻는 지배인에게 다짜고짜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요구사항을 열거한다. 지배인은 정당한 이유를 들어 노파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노파는 자신의 오갈 곳 없는 신세를 들먹이며 급기야 소동까지 피우는데....

<늦은 행복(Too late for happiness)>은 공원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노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에 대해 호감을 느끼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 내어 고백하지는 못하고 그냥 마음속으로만 끙끙거리다 결국 그냥 헤어지게 되는, 소박하지만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요즘의 많은 사랑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

<물에 빠진 사나이(The drowned man)>는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며 살아가는 한 건달의 이야기다. 우연히 마주친 작가에게 다가와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냐며 접근한 건달.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절하던 작가도 어느새 가격을 흥정해가며 결국 그 모습을 보기로 하는데...

<생일선물(The arrangement)>은 작가 자신이 열아홉 살 때 겪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다. 아들의 19회 생일을 맞아 생애 첫 사창가 체험을 시켜주려는 아버지와 이에 반해 너무나 순수하고 어리기만한 아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아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생일케이크를 사주기로 마음을 고쳐먹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를 한다.

무대는 우뚝 서있는 등대와 방파의 계단, 그리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스티로폼이 시선을 끈다. 조명으로 장면변화에 대처하고,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다음 에피소드에 대처한다. 작가의 해설과 관객과의 소통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서 극이 펼쳐지고, 출연자들의 전문연극배우 못지않은 호연과 연출력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는 중부구립극단장 이광휘, 주부 조영화·임미경, 직장인 신종민·윤도원· 문재성, 학생 박보룡·윤지선·김효선 등 비 전문 연극인들이 대거 출연해 전문연극인 못지않은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스태프 이정미, 강병주, 이형륜, 강교연, 김민지, 안인규, 김보연 등의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성동연극협회(회장 이승옥) 소속 극단 물 맑고 깊은 창단공연 안톤 체홉 (Anton Pavlovich Chekhov) 원작, 닐 사이먼(Marvin Neil Simon) 각색, 황연주 연출의 <굿 닥터(The Good doctor)>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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