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국립극단이 장 주네의 유작 '스플렌디즈'를 오는 21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육감적이며 스산한 죽음의 춤을 연상케 하는 '스플렌디즈'는 프랑스 현대연극의 선두주자 아르튀르 노지시엘의 연출로 지난 1월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서 초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이번 무대에서 일곱 명의 갱스터가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게 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연극적 미학과 영화적 미장센을 통해 아름답게 선보인다.

한 편의 필름 누아르를 보는듯한 이 작품은 미국의 실력파 배우들과 브로드웨이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 리카르도 헤르난데스, 스캇 질린스키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호흡을 자랑하며 존재론적 비애를 이야기한다.

   
▲ ⓒ Frederic Nauczyciel

장 주네의 유작이 된 '스플렌디즈'는 작품이 쓰인 해로부터 45년이 지난 1993년이 돼서야 그 존재가 알려졌다. 장 주네는 1948년에 이 작품을 자신의 번역가이자 미국 에이전트인 버나드 프레츠만에게 보낸다. 프레츠만과 장-폴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높게 평가했고, 심지어 사르트르는 이 작품이 작가의 대표작인 '하녀들'보다 더 훌륭하다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장 주네 자신은 이 작품이 공연되기를 원치 않았고, 출간하란 주변의 권유를 계속 뿌리쳤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복사본을 파기한다.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작품 '스플렌디즈'는 장 주네의 출판담당자가 가지고 있던 한 부의 복사본을 통해 작가 사후에 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연극은 장 주네가 만든 영화 '사랑의 찬가'로 시작한다. 장 주네가 감독한 유일한 영화인 '사랑의 찬가'는 1950년에 제작됐지만 높은 수위의 선정적인 표현으로 인해 오랫동안 상영되지 못했다. 이후 1990년대에 퐁피두센터, 뉴욕현대미술관 등에서 상영되면서 '관능을 통해 해방의 혁신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사랑의 노래2'란 평을 받으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가 끝나면 막이 걷히면서 고풍스럽고 우아한 '스플렌디드 호텔'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호텔 복도는 영화 속 배경이 된 프랑스 감옥 복도와 묘하게 겹쳐진다. 호텔을 장악한 일곱 명의 갱스터들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비극이 시작된다.

   
▲ ⓒ Frederic Nauczyciel

'스플렌디즈'는 할리우드 스릴러 코드를 가미한 다양한 색채와 음영을 통해 위태로운 상황을 더 극적으로 전달하며, 작가가 말하는 존재론적 비애를 풀어낸다. 화려한 무대 위, 죽음을 맞이한 순간까지 인간적 품위를 지키는 그들의 모습은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스플렌디즈'는 연극과 영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적 미장센과 더불어 원작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1940년대 할리우드 범죄스릴러물의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플렌디즈'의 생생한 체현을 위해 프랑스어로 쓰인 희곡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태연한 듯 무심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극언어를 표현하기에 미국 배우들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연출가는 또 한 번 미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미국식 '갱스터' 이미지를 무대로 불러왔으며, 무대, 조명, 의상·타투, 안무 등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국제적인 창작팀과 화려한 볼거리들을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특히 갱스터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이 공연을 위해 연출가가 의상디자이너 조세 레비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으로, 1930년대 프랑스 죄수들을 참고해 그려졌다. 1881년 최초의 범죄인류학자인 알렉상드르 라카사뉴 교수에 따르면 문신은 글을 못 쓰는 사람들이 영원히 남기고 싶은 것들을 몸에 새겨 넣은 것으로, 이 작품에서는 갱스터들의 마지막 순간의 영원성을 극대화한다.

국립극단은 2009년 명동예술극장 개관 이후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사용해 관객들이 더욱 가까이에서 무대 위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