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박희순(가운데)이 뮤지컬 '무한동력'으로 연출에 도전한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여기 있는 배우들이 아직 대학로의 수면 위엔 떠오르진 않았지만, 떠오르자마자 스타가 될 재목들이기 때문에 캐스팅했다."

영화 '용의자', '의뢰인'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희순. 2007년 '세븐 데이즈'에서 김성열 형사를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여 이듬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의 첫 무대는 대학로였다. 1990년 극단 목화의 연극 '심청이는 왜 두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로 데뷔한 그에게 첫 연출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그 무대 역시 대학로였다.

박희순이 처음 연출하는 작품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 '무한동력'이다. 무한동력기관을 만드는 괴짜 발명가 '한원식'의 하숙집으로 모여둔 청춘들이 녹록하지 못한 현실을 유쾌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어찌 본다면 판타지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로 주변에 있을 만한 캐릭터가 곳곳에 등장한다.

9월 4일 대학로 TOM 1관에서 첫 공연을 앞둔 가운데, 21일 오후 대학로 TOM 연습실에서 연습실 공개 행사가 열렸다. 배우들의 진지하지만 유쾌한 연습 하이라이트 시연 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희순 연출과 이지혜 작/작곡, 취업준비생 '장선재'를 맡은 박영수, 이상이, 박정원, 철물점 주인인 '한원식'을 연기한 김태한, 이한밀, 말로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진기한' 역의 이강욱, 유제윤, '한원식'의 딸이자 고3 수험생인 '한수자'를 연기한 박란주, 함연지, 4차원 미인 '김솔'을 맡은 안은진, 김다혜, '한원식'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 '한수동'을 맡은 김지웅과 김경록이 참석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현장으로 초대한다.
 

   
▲ 박희순이 뮤지컬 '무한동력'으로 처음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됐다.

 

먼저 소감을 듣고 싶다.
ㄴ 박희순 : 소극장 뮤지컬에 이렇게 많은 기자분이 오신 것 같아서 당황스럽고 한편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처음 연출을 도전하게 됐다. 관심과 성원을 해주신 덕에 우리 배우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의 탄탄한 원작이 있고, 이지혜 작곡가의 좋은 연주가 있어서 제가 조금 묻어갈 수 있을까 싶어서 용기를 냈다.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이지혜 작곡가를 만나게 된 계기는?
ㄴ 박희순 : 2년 전에 이지혜 작곡가의 콘서트 초대를 받았다. 그전부터 아주 좋은 음악을 만든다고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얼굴도장을 찍으러 갔는데, 대사가 없이 음악만 하는 콘서트라고 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콘서트를 보는 데 음악이 좋으면서 재미난 것을 쉽게 접할 수 없는데, 그 콘서트는 음악이 좋으면서 정말 재밌었다. 이게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굉장히 좋겠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저에게 연출 제의가 와서 고민했다. 대본을 받아보자 했는데 2년이 흘러서 엎어진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대본이 와서 이제 도장만 찍으시면 된다고 해서 도장 찍고 하게 됐다.

작품의 음악 스타일은 어떠한가?
ㄴ 이지혜 : 동시대의 사람이 듣기 쉽게 만들어졌다. 어떤 장르라고 미리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컨트리로 시작해서 '진기한'이 혼자 '가늘고 길게' 넘버를 부를 때 장기하 스타일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스타일을 재밌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 이지혜(오른쪽) 극/작곡가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처음 연출을 하게 됐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ㄴ 박희순 : 극단 목화에서 배우를 하면서 연기를 하면서 스태프 일을 같이하기도 했다. 조연출로도 많이 일해서 연출에 대한 꿈이 있었다. 연기하면서 연출의 시선에서 작품을 보다 보니 내 캐릭터를 깊이 빠지지 못하고 전체만 봐서 배우로 손해 보는 것이 많았다. 연출은 내가 입지를 자리 잡은 후에 해도 늦지 않겠다 싶었고, 결국 지금 하게 되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한다. 배우는 자기 것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연출은 모든 배역을 내 배역처럼 알아야 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나무만 보다가 숲을 보는 입장이 되니 힘들고 부담스러웠고, 이걸 내가 과연 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배우를 하면 작가나 연출에게 잘하려고 한다. (웃음)

박희순을 연출로 섭외한 이유가 있다면?
ㄴ 이지혜 : 사석에선 '술친구 오빠'같다. 극단 목화의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했다. 극단 목화의 오태석 선생님은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하는 분이다. 그 스타일을 가진 분이 박희순이었다. 소극장이어서 그냥 아기자기하게 가는 것보다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원해서 하게 됐다. 여기에 박희순 오빠는 술자리에서 끝까지 남아 모든 사람을 챙기는 분이다. 그런 마음이 되게 좋았다. (웃음) 또한, 출연 경력이 오래된 분도 있지만, 신인 배우도 있다. 이들을 다 보듬고 갈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서 같이하고 싶었다.
 

   
 ▲ 뮤지컬 '무한동력'의 연습실 공개가 이뤄졌다.

역할을 맡은 소감을 말해 달라.
ㄴ 함연지(한수자 役) : '무한동력' 웹툰을 재밌게 봤다. 보면서 '한수자' 캐릭터에서 큰 인상을 받았다. 비현실적인 꿈을 좇는 아버지의 딸로 사는 자식들의 삶이 흥미롭게 느껴져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박희순 연출님과 이지혜 작곡가님과 하면서 작은 무대에서 장기간 공연하면서 신인으로 배울 점이 매우 많을 것 같았다.

이한밀(한원식 役) :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어서 질문하고 있는데, '한원식'은 무모한 것에 대해 도전을 하는 인물이라고 본다. '돈키호테' 같은 돌진하고 진행하는 인물로 될 수 있으면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저도 개인적으로 꿈을 꾸게 되면 그것을 바라보면서, 제치고 달려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빌려 무모한 일에 대해 도전을 하는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

김태한(한원식 役) : '무한동력' 기관은 저희 작품의 상징이다. 사람들이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꿈을 상징하고 있는 장식이다. '한원식'은 무모하기보다 거침없고 한결같이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무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꿈을 좇아가는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괴짜보다 힘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꿈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봤을 때 꿈을 꾸려가는 사람의 밝은 이미지라는 것에 착안해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재미난 작품이 될 것이다.

유제윤(진기한 役) : '가늘고 길게'의 노래에도 나온다. '진기한'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반전의 매력이 있는 인물이다. '진기한'이라는 역할을 만화로 볼 때는 나랑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동료 배우들 웃음) 왜 웃으시죠? (웃음) 아무튼 다르다고 생각해서 '진기한'을 외모보다 성향이나 특징을 잘 잡아서 감초 같은 역할을 잘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강욱(진기한 役) : 저 역시 만화를 보고 저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진기한' 역할을 하면서 가장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그의 외로움이다. 고시생들이 외롭다. 물론 극에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으나 그 뒤엔 혼자 남은 많은 시간이 등장한다. 고시생들은 공부 안 하면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 외로움과 수많은 시간이 '진기한'이라는 인물의 역할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 안은진(왼쪽)과 김다혜(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다혜(김솔 役) : 비슷한 연령대 대부분은 이거 이상의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데, 저희 공연을 보시면서 아마 그런 문제점을 웃음과 무겁지 않게 풀어간다는 것으로 한결 가볍게 돌아가시게 하게끔 노력하고 있다. 솔이는 이 공연 안에서 캐릭터를 받아주고 수용하는 역할이다. 솔이가 20대의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한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은진(김솔 役) : 많은 사람이 재밌고 기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는데, 보시고 "괜찮아"라는 말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고민과 걱정도 많은데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이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으로 느끼고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살 동갑내기 두 배우는 이번이 첫 뮤지컬 도전이다. 소감을 말해 달라.
ㄴ 김지웅(한수동 役) : 저는 진짜 연기를 이렇게 무대에서 해보는 것도 처음이고 되게 떨린다. 신인으로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지도받는데 다 피와 살이 된다. 그래서 매우 좋고 최대한 실수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미난 무대에 형, 누나, 연출님, 작곡가님과 함께하겠다. 무한동력 파이팅!

김경록(한수동 役) : 저도 지웅이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첫 데뷔다. 좋은 형, 누나들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되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처음이라 떨리기도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무대에서 보여주겠다.
 

   
▲ 김지웅(왼쪽)과 김경록(오른쪽)이 뮤지컬에 데뷔하게 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배우로 느끼는 박희순 연출의 장점은 무엇인가?
ㄴ 이상이(장선재 役) : 허심탄회하게 말하면(박정원 : 큰일 난다) 배우의 입장에서 저희를 잘 안다. 느낌을 모르고 연기하는 것과 무심코 넘어가는 부분을 콕 짚어가신다. 이런 섬세함으로 해야 한다고 잘 짚어내 주시는데, 그런 것이 배우 측면에서 감사하고 무섭다. 거짓말을 할 수 없고 조그마한 공간까지 잘 잡아주신다. 혼나진 않지만 되게 감사드린다. (웃음)

박정원(장선재 役) : 극단 생활을 오래 하셔서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연출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도 잘 보시지만 디테일을 중시하신다. 행동과 시선 처리 지도도 잘해주시고 좋다. (웃음) 배우의 마음에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 제 어떠한 의견이라도 잘 수용해주신다.

박영수(장선재 役) : 다 똑같은 마음인 것 같다. (웃음)

이상이 : 연습실에서 보통 연출님이라고 호칭을 하는데, 정장 입고 오셨을 때 "연출님 배우 같아요 "라고 농담을 던진 적도 있다. (웃음)
 

   
▲ (왼쪽부터) 박영수, 박정원, 이상이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무한동력 무대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ㄴ 박희순 : 바닥에 그려놓은 블로킹(무대 동선)이 저희 무대인데, 조금 낡은 것과 미래적인 것이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주변은 기계 문명적인 것이 있지만, 가운데 '무한동력' 기계만큼은 미래의 마치 놀이동산에 달린 '원 모양의 꿈' 같은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무대 미술 오필영 감독님이 워낙 무대를 아름답게 만드시는 분이기 때문에, 낡은 것과 '무한동력'의 상징하는 기계가 불균형하지만 조화롭게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추천하는 넘버가 있다면 무엇인가?
ㄴ 박란주(한수자 役) : '장선재'가 부르는 '모르겠어'라는 솔로곡이 있다. 그 노래가 선재와 같은 상황이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한테 물어볼 수 있는 그런 말들이 될 것 같은 가사로 쓰여 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 나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바라보고 모두가 위로받을 수 있는 노래다.

주호민의 작품 '신과 함께_저승편'에 이어 '무한동력'에 출연하게 됐다.
ㄴ 박영수 : '신과 함께'에선 '진기한'을 맡았는데 연달아 이어지게 됐다. 그 땐 다행히 분장 효과로 만찍남(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는데, 맘찢남이 되고 싶었다. 마음을 찢는 게 아니라, 찢어진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역할로 움직이고 싶었다. '장선재'가 간단히 단어로 표현하면 취준생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취업을 거쳐서 조금은 사회적 룰을 함께 지켜가고 있는 분들이나, 중고등학생들도 괜찮다. 앞으로 수능이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삶의 중요한 부분을 거쳐야 하는 분들이니 그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 뮤지컬 '무한동력'의 출연진과 박희순 연출(가장 왼쪽)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요즘 뮤지컬의 흐름과 다르게 아이돌 캐스팅이 없다.
ㄴ 이지혜 : 저희는 아이돌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저는 아이돌 캐스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하는 분들도 많다.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아이돌이 없는 것뿐이다. 작품에 잘 맞는 사람을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했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그 역이 안 맞아도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없다.

박희순 : 이야기 자체가 취업준비생과 어려운 집안의 환경에서 사람들이 겪는 내용인데 아이돌이 나오면 시선이 그쪽으로 다 가고 극의 몰입이 잘 안 될 것 같은 걱정도 있다. 여기에 제작비가 그렇게 많지 않다. (웃음) 이렇게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여기 있는 배우들이 아직 대학로의 수면 위에는 떠오르진 않았지만, 떠오르자마자 스타가 될 재목들이기 때문에 캐스팅했다.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연출은 제 오랜 꿈이었고, 꿈을 이뤘기 때문에 다시는 하지 않겠다. (웃음) (다시 제안이 온다면 하겠나?) 괜찮다. (웃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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