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더 테이블' 김종관 "정유미·정은채·한예리·임수정 매력포인트는?" ①에서 이어집니다.

4개의 에피소드를 배치하는 데 있어 특별한 규칙이 있었는가?
└ 먼저, 4개 에피소드 중 2개가 남녀 멜로이야기고, 나머지 2개는 추억을 떠올리는 이야기다. 두 번째와 네 번째는 어리석고 판단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의 연애물인데, 하나는 긍정적으로, 나머지 하나는 쓸쓸하게 풀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비슷한 한계를 가진 사람들이 한계에 부딪히는 이야기라 직관적으로 밤이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마지막으로 두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누군가가 공격하면 누군가가 수비하는 대'화 공방전'을 펼쳤다. 공방전 이외에 첫 에피소드에서 유진과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운철이 카페를 관찰했다. 이렇게 서로 에피소드가 다르면서도 연결지점을 만들어 하루 안에 일어나는 시간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규칙을 언급하니 문득 떠오른 게 하나 있다. '최악의 하루'에 이어 '더 테이블'에 은희가 두 번 연속 등장했고, 변함없이 거짓말하며, 두 번 연속 한예리가 맡았다. 혹시 은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건가? (웃음)
└ '최악의 하루'의 주인공인 은희라는 인물을 만들었는데, 여기서도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지만 그녀의 진심을 담아내고 싶었다. 은희는 숙자와 사기결혼에 대해 서로 거짓말을 모의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얻어가기에 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웃음)

그리고 '더 테이블'은 카메라 구도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데, 어떻게 구성했는가?
└ 4개 에피소드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로 찍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한 편의 영화라는 통일성이 깨져, 여러 연출자가 찍은 것으로 보이게 된다. 그래서 4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인상으로 남아있어야 했기에 콘티를 미리 짜서 카메라 구도를 치밀하게 설정해야 했다.

▲ 영화 '더 테이블' 스틸컷

물론, 전부 같은 스타일로 촬영하진 않았다. 일정한 규칙을 지키되, 에피소드마다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정유미의 대사에 대한 반응을 잡았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정은채의 대사보다 눈빛이나 표정, 시선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대화의 재미가 중심이었다.

여배우들을 같은 자리에 둔 것도 그러한 이유인가?
└ 그렇다. 일주일 동안 촬영하다 보면, 같은 테이블 위에 날마다 다른 배우가 서로 다른 연기를 하고 있다. 그걸 지켜보는 게 연출하는 사람 입장에선 재밌고 신기하다.

카페 주인 또한 은근히 눈에 띄던데 이 이야기를 멀리서 전달하는 화자 같은 느낌도 들었다.
└ 극 중 주요공간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를 카페에 있는 사물 중 하나로 담아냈다. 약간의 온화함은 있지만, 크게 설정을 부여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카페 내 소품들도 중요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 카페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일어나기에, 인물뿐만 아니라 소품도 중요했다. 그렇기에 사물의 정서적 작용이나, 은유나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해야 하고, 이야기의 앞뒤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놓인 소품이 없었다.

▲ 영화 '더 테이블' 스틸컷

그래서 그런지, 4개 에피소드 전부 카메라가 꽃을 계속 잡고 있었다. 꽃에 특별한 의미라도 담겨 있는가?
└ 사람에 따라 꽃에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순차적으로 자리에 앉는데 그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테이블 위에 꽃에 애틋한 의미를 뒀다.

극 중에서 누군가는 꽃을 만지고, 어느 누군가는 의미를 이야기하는데 거기서 관객들이 무언가의 쓸쓸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영화는 촬영장소 또한 눈에 띄는데, 장소 섭외는 보통 어떻게 하는가?
└ '최악의 하루'는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도시의 일상하고는 거리가 있는 공간에서 일어난다. 평일 낮에 노인과 아이들만 있는 골목, 아니면 사람들이 쉬는 산책로 같은 공간을 활용했다.

'더 테이블'의 카페 또한 번잡한 도시가 아닌 주택가의 어느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작업하거나, 쉬거나, 혹은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며, 약속장소에 나가는 장면들이 많다. 쉬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특징이다.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한편, '더 테이블'이 전작에 비해 정적이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 지루함을 느낄 것 같다.
└ 앉아서 진행되는 영화이기에 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절하게 시간 배분을 하면서, 패턴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 좋겠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미장센을 중요시하는데, 이를 만족하게 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진행하기엔 한정적인 공간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고, 나의 상상력 또한 예산에 맞춰서 제한되더라. '더 테이블'을 촬영할 때, 배우들의 의상은 대부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서 선택했다.

저예산 영화를 만들면서, 좀 더 욕심내고 싶은 게 있는지?
└ 현재에서 좀 더 확장해 해보고 싶은 게 많다. 회차를 넉넉하게 해서, 좋은 미장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상업영화에선 만들 수 없다.멜로 영화가 주류에서 벗어난 장르이기에 투자받기가 힘들다. 만약 이 장르를 좋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로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소에 감독님이 선호하는 장르는 무엇인가?
└ 다양하게 좋아한다. 스릴러나 범죄물도 좋아하며, 그와 관련 책도 많이 읽는다. 그래서 느아르나 스릴러 영화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현재 로맨스/멜로 장르가 나의 주무기이고, 이 장르 또한 재미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 나의 가능성을 봐준다면, 범죄영화도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다고 기존에 했던 작품들에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연달아 두 편에 등장해 거짓말하는 은희로도 범죄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웃음)

▲ ⓒ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차기작 계획은?
└ 현재도 계속 대본을 쓰고 있다. '더 테이블'을 통해 동력을 얻으면, 금방 또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바라는 점을 말한다면?
└ 지금 국내영화들이 다혈질이고, 뜨거운 게 많다. 그런 영화들이 재밌지만, 한편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더 테이블'이 비록 작은 영화라 한계는 있지만, 사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편향되지 않은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힐링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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