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성균, 박미경, 최희윤, 황정민, 이대형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3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76스튜디오'에서 클라우닝 코미디 공연 '개처럼 순례하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75분의 전막 시연과 함께 간담회가 이어졌다. 간담회에는 공연의 극작과 연출과 출연을 맡은 유성균, 배우 이대형, 최희윤, 음악감독 박미경, 내레이터 황정민 등이 참석했다.

'개처럼 순례하라'는 형식을 파괴하는 시극이자, 즉흥성이 살아있는 클라우닝 코미디 공연이다. 세 명의 배우는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을 '순례자의 나라'로 이끄는 사절단이 된다. 이 사절단은 관객들을 순례자의 나라로 이끄는 특별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사라진 개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클라우닝 배우들과 내레이터, 즉흥 연주가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줄이 끊어지면 사정없이 뛰쳐나가기', '킁킁거리며 쏘다니기', '꽁지를 세우거나 내리거나', '뜨거운 물을 두려워 말기', '빈들에서 하울링하기', '고양이와 밥을 나누다', '누구를 만나든 주인으로 삼기' 총 7장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각 장의 구성 안에서 배우들은 즉흥적인 움직임과 연주로 관객들을 '순례자의 나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여행과 삶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우리에게서 순례자의 태도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연출 의도 및 작품 소개

└ 유성균 : 30여 년간 연극과 시를 해왔다. 여행을 1년 반 동안 다녀오며 자기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출발부터 빛을 찾아가는 과정까지를 이번 공연에 녹여냈다. 평소 '순례'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예술이라는 복잡한 단어보다는 우리한테 태도적으로 필요한 단어인 것 같더라. 

연극이라는 게 꼭 철학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극은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우리가 주변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클라우닝 코미디적 요소로 무겁지 않게 다룬다. 

작업하면서 '순례'라는 단어가 무겁게 들린다는 말 많이 들었다. 우리 극에 출연하는 개는 생후 1개월 때부터 내가 키우던 개다. 개한테도 많이 배우고 있다. 매일 다니는 산책을 처음 다니는 것처럼 좋아한다. 낯설게 느끼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순례자의 덕목 아닌가. 그래서 클라우닝의 구성과 개가 집을 나갔을 때의 구성을 섞었다. 이번 공연은 배우들과의 공동창작으로 만들어졌다.

작품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 유성균 : '순례자의 나라'라는 가상의 존재 자체가 메시지다. 어디서부터 출발하고, 빛을 찾는 과정이 모든 사람의 삶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이런 과정들을 너무 멀리 던져놓은 것 아닌가 한다. 일상에서도 다르고 낯섦의 태도를 가지자는 것이다.

빛을 찾아가는 과정을 언급했다. 각자에게 '빛'이란 무엇인가?

└ 이대형 : 작은 희망으로부터 시작된다. 희망으로 인해 열정을 가지게 된다.

└ 최희윤 : 개나 고양이를 보면서 '힐링된다'는 얘기들을 한다. 내가 귀여운 동물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고 싶다. 사소한 행동, 자그마한 사물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우연한 만남에서, 내가 혼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감을 느낀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선물이자, 곧 빛이지 않나 한다.

└ 유성균 : 빛은 선물이라 생각한다. 나눌 수 있는 것. 우리 자신이 빛이자 선물 자체가 될 수도 있다.

 

 

 

개가 무대서 굉장히 활발히 뛰논다. 어떻게 훈련했나?

└ 유성균 :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단지 공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웃음).

음악 구성을 어떻게 했는지.

└ 박미경 : 세 배우들이 무대서 순례하고 있을 때, 내레이터를 맡은 황정민과 나는 무대 내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존재이다. 우리 삶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을 음악적 패턴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음악이라는 요소가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든가, 환경적 요소를 줄 수 있다. 무대서는 배우들의 움직임이나 내레이터의 호흡 등을 맞춰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음악이 관객들과 순례자의 나라 사이의 중간 통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레이터를 맡은 황정민은 국악을 전공한 것 같다.

└ 박미경 : 나는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이 친구(황정민)는 국악을 전공했다. 퓨전이라기보다는 어떻게 같이 호흡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서양음악에서는 음을 정확하게 분할하지만, 국악은 그 사이 다양한 음들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음악적 요소가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고민했다. 

움직임은 어떻게 구성되나?

└ 유성균 : 게임을 이용한다. 신체 균형이나 무대 위에서의 즉흥성이 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또한 무대서 공간을 분할해 사용하는 방법 등을 훈련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 늘 이런 패턴으로 무대 위 동선과 동작 등을 구상해왔다. 우리 극단은 배우들이 모여 있는 극단은 아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예전에 함께했던 배우들이 모였다. 경상북도 상주에 연습공간이 있는데 그곳과 여기를 왔다 갔다 하며 공연 준비를 했다

 

 

 

출연 배우로서 이번 공연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 이대형 : 즉흥성이 강한 공연이다. 공연 중간에도 상대 배우가 무슨 생각으로 움직일지 모를 때가 많다. 연습 때도 매번 달랐다. 초반에는 상대 배우가 무슨 생각으로 내게 다가오는지 참 두려웠는데, 트레이닝하고 호흡 맞추다보니, 이제는 상대 배우가 내게 어떤 재미난 게임을 걸어올까 궁금해지더라. 

└ 최희윤 : 보통 우리가 클라운(clown)을 떠올릴 때 빨간 코의 서커스 광대를 떠올린다. 우리 공연은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된다. 이런 유형의 공연에서는 캐릭터 구축이 정말 어렵다. 한국 연극에서는 클라운과 관련된 캐릭터 전례가 많지 않다 보니, 더욱 어려웠다.

'개처럼 순례하라'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팁을 주자면?

└ 유성균 : 다른 문화예술 경험에 대한 선입견 버리시기 바란다. 생각 없이 그냥 가볍게 와서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 재밌을 것 같다. 선입견 없이 무대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그럼 분명 재밌을 거다.

key000@mhns.co.kr 사진ⓒ문화뉴스 MHN 양미르·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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