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무대예술의 총합(總合)'이라 일컬어지는 오페라. 그러나 국내 오페라 환경은 척박해지고 있다.

이에 성남아트센터가 7년 만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통해 오페라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성남아트센터의 제작 역량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우수한 오페라 콘텐츠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성남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7년 만에 자체 제작해 오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총 4회에 걸쳐 오페라하우스에 올린다.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과 오페라 관람객이 줄고 있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독일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쾰른 등 세계 유명 오페라하우스들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목적으로 18~19세기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었던 전통적 오페라가 아니라 현대적 관점과 연출기법, 무대, 의상, 조명 콘셉트 등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오페라 제작이 대세를 이룬다.


▲ 지난 2012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中 '축배의 노래'

현대 오페라는 연출과 무대 콘셉트의 시대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작품을 원작에서부터 다시 새롭게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연출 콘셉트는 음악의 완성도에 묻혀 아름다운 비련의 여주인공 모습을 하는 ‘비올레타’를 원작에 근거, 뼈가 시릴 정도로 아픈,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 따돌림을 받는 프랑스 파리 환락가 최고 매춘부의 비극적인 생애를 그려내고자 한다. 화류계 여성들의 굴레와 이를 이용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가 신랄하게 표현된다.

무대는 가상의 어느 시간과 공간으로 관점을 옮겨 현대적 시각에 의한 작품의 해석이 가능한 중성적이고, 융합적이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무대로 꾸몄다. 사교계 최고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코르티잔(Courtesan, 애인)이라는 외형적이며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던 가식적인 삶으로부터, 비록 죽음으로 끝을 맺기는 하지만 사랑을 통해 본연의 아름답고 순수한 본성을 발견하는 한 여인의 순수한 사랑과 비참한 죽음의 여정’을 무대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의상도 이를 뒷밭침하기에 충분하다. 화려한 원색의 환락적이고 퇴폐적이며, 현재 진행형의 감각을 표현했다. 동시대적 감각과 단순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되, 그 세련스러움 뒤에 숨겨진 퇴폐와 향락, 도착적 쾌락의 이미지를 의상에 담았다.
 

   
▲ 지휘자 피에르 조르조 모란디

 

음악 전체를 이끌어가는 선장의 역할로는 피에르 조르조 모란디가 지휘를 맡았다. 1987년 미국 탱글우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 세이지 오자와를 사사하며 탱글우드 콩쿠르에서 우승, '번스타인 상'을 수상한 지휘자 모란디는 현재 헬싱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또한, 폭넓은 이탈리아 오페라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그는 라 스칼라,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베로나 아레나, 취리히 오페라, 파르마, 팔레르모, 트리에스테, 로마, 푸치니 페스티벌, 빌바오 등 유럽 전역의 유명 오페라하우스에서 수많은 오페라를 지휘했다. 국내에서도 국립오페라단, 대구오페라페스티벌 등 수차례의 내한 연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10년 대한민국오페라 대상에서 연출상을 받으며 현대적인 감각의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연출로 내면세계의 표현에 능한 연출자 장영아가 이번 작품세계를 이끌어낸다.

무대와 의상 디자인에는 다양한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상명대학교 오윤균 교수가 중성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무대와 화려한 원색의 세련된 스타일의 현대적 의상을 선보인다.

오페라의 완성도는 성악가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남아트센터는 이번 공연 각 배역에 정상급 성악가를 캐스팅 했고,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역량있는 신인들이 일부 배역을 맞는다. 이 작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비올레타' 역엔 세계 정상의 프리마돈나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Irina Lungu)를 캐스팅했다.

   
▲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이리나 룽구는 2015-16년 시즌에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9월), 이탈리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11월),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11월), 독일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하우스(2016년 1월)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하우스(2016년 2월) 등에서 출연하는 세계 최고 프리마돈나 중 한 사람이다. 또다른 비올레타엔 국립오페라단 상근 단원(2003~2007년)으로 활약했고,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국내 정상급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한 성신여자대학교 오미선 교수가 출연한다.

여기에 한국인 최초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오페라하우스 전속가수를 비롯해 독일 함부르크, 드레스덴 젬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와 이탈리아 모데나 파바로티 극장,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 트렌토 극장, 스위스 베른 시립극장, 폴란드 바르샤바 비엘키 오페라, 브라질 리옹 오페라,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오페라 등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 주역가수로 활약 중인 테너 정호윤이 상대역인 알프레도 역으로 출연한다.

10여 개의 세계 유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당시 음악감독으로 있던 지휘자 주빈 메타에게 발탁되어 뮌헨 국립오페라하우스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하며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베로나, 자그레브, 로로스앤젤레스 등 유럽과 세계각지 주요 도시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가수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바리톤 유동직이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을 열연한다.

이탈리아 로마, 나폴리 산카를로, 베로나, 피렌체, 트리에스테 베르디, 마씨모 팔레르모 국립오페라하우스, 토레 델라고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 스페인 빌바오, 프라하 국립오페라하우스 등 유럽의 30여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는 테너 박성규가 알프레도 역으로 소프라노 오미선과 한 팀을 이룬다.

또한, 스페인 사바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이태리 사르데냐, 깔리아리 등 유럽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으로 출연했고, 대구오페라하우스, 서울시오페라단 등 수많은 오페라 프로덕션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바리톤 박정민이 오디션을 통해 제르몽 역으로 캐스팅됐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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