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나는 형제다' 속 형제는 경쟁으로 가득 차고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는 사회 구조 속에 버려지고 도태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와는 멀어지고 있는 요즘, 작품은 젊은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서 버려지고 있다고 형제를 통해 이야기한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당연히 범죄라고 생각하는 테러를 과연 그 주동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란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2013년 4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진행된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결승점 근처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1775년 미 독립전쟁의 첫 전투가 열린 날을 기념하는 애국자의 날에 일어난 이 테러로 부상 260여 명, 사망 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연극 '나는 형제다'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을 모티브 삼아, 가난하지만 선량한 부모 밑에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온 두 형제가 너무 이른 인생의 실패로 서서히 테러리스트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선(善)을 최고의 덕목으로 믿고 성공을 위해 흩어졌던 형제는 어느새 테러리스트로 변모에 테러를 통해 세상의 선함을 회복하고자 한다.

   
▲ (왼쪽부터) 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가

8일 오후 연극 '나는 형제다'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이 열렸다. 90분 남짓한 공연의 전막 시연이 끝난 후 고연옥 작가는 "보통 테러를 절대 악적인 범죄로 보는데, 테러범도 과연 악이라고 생각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테러가 나쁜 일이 아니라 선한 일이라는 믿음, 확신으로 저지른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에서 실패를 경험한 두 형제가 보스턴 테러 사건을 일으켰는데, 사회에서의 실패와 소외가 요즘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과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김광보 연출은 "대본을 보면 영화의 안과 밖이란 지문이 있다. 무대를 촬영장으로 설정하고 영화를 찍는 것처럼 극을 구성했다"고 전체적인 연출 방향을 설명하며 "형제가 앉는 자리는 영화관 안이고, 나머지는 모두 영화 속 장면으로 비현실적이고 부조리한 공간이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 영상을 활용한 것에 대해서 "형제가 영화 속 장면 밖에 있는듯 하지만 그들 역시 부조리한 사회에 포함돼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약자를 만들어 내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나는 형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선(善)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온 형제. 형제의 아버지(이창직, 가운데)는 부자들 덕분에 가난한 자신들이 살 수 있었다며 늘 고마워한다.

 

   
▲ 사회에 이바지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평범한 삶을 원하는 형제. 형(이승주, 왼쪽)은 운동선수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습에 한창이다.

 

   
▲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동생(장석환, 오른쪽)은 담임 선생님에게서 의료봉사하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의대에 가기로 한다.

 

   
▲ 그런데 평탄한 삶을 살던 형제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시합을 앞두고 연습에만 매진했던 형(이승주, 오른쪽)에게 감독(주성환, 왼쪽)은 부상이 잦은 형 대신 다른 선수를 시합에 내보내겠다고 한다.

 

   
▲ 배타적인 의대 분위기에 적응 못 하던 동생(장석환, 왼쪽)은 우연히 자신과 이야기가 통하는 한 여학생(이지연, 오른쪽)을 만난다. 하지만 그 여학생이 실은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 한다는 것을 알고 좌절한다.

 

   
▲ 며칠 후, 설상가상으로 형제는 부모님마저 잃는다.

 

   
▲ 형(이승주, 가운데)은 과거에 아버지를 도와준 회장(강신구, 오른쪽)을 찾아간다. 회장은 형제에게 사회 곳곳에 악이 자라고 있으며, 원래의 선을 회복하기 위해 형제가 힘써야 한다고 그들을 격려한다. 형제는 회장의 말을 맹신하며 자신들에게 세상을 구할 전사의 힘과 자격이 있다고 믿게 된다.

 

   
▲ 세상 모든 일이 자신들과 연결돼 있다며 세상을 위해 형제는 흩어진다. 그리고 동생(장석환, 왼쪽)은 강도질을 일삼는 무리를 만나 그들과 어울리며 선(善)을 베푼다.

 

   
▲ 형(이승주, 왼쪽)은 길을 가던 중 힘든 노동자를 돕기 위해 센터에서 일하는 학교 후배(최나라, 오른쪽)를 만난다. 남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감명받은 형은 그녀와 함께 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 하지만 형제의 행동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으며 사회로부터 손가락질받는다. 자신의 행동이 세상을 위한 것이었음을 외치는 형(이승주, 가운데)에게 돌아오는 건 미치광이 취급이다.

 

   
▲ 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당한 두 형제는 어렸을 때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녔던 영화관에서 다시 만난다. 형은 세상 전체를 벌하기 위해 폭탄을 설치하고, 동생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 뒤를 따른다. 과연 그들의 테러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왜 형제가 비극을 맞아야 했는지 오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나는 형제다'에서 확인해보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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