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취재를 진행하면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세계적 비보이(B-Boy) 대회인 'R16'의 R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가였다.

그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대회의 MC인 비보이 출신 박재민과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엠씨 고(우정훈)가 대회 시작 전 관객들에게 해준 말 덕이었다. 바로 리스펙트(Respect)였다. 존중과 존경의 의미다. 비보이들에게 "리스펙트"라는 말은 가장 상대에게 듣고 싶은 말이라 한다.

왜 그러한지를 알기 위해 비보잉(B-boying)의 상위개념으로 힙합의 정확한 의미를 짚고 가야 한다. 힙합(Hip Hop)은 흔히 음악으로만 알고 있지만, 대중음악의 장르일 뿐 아니라 문화 전반의 흐름이기도 하다. 힙합을 이루는 큰 요소로 랩(Rap), 디제잉(DJing), 그래피티(Graffiti), 비보잉(B-boying)등이 있다.
 

   
 

 

박재민은 사회를 보면서 "요즘 미디어를 통해 힙합이 과격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힙합의 진정한 의미는 피스(평화) 앤 러브(사랑)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최근 힙합 문화와 관련한 방송과 영화를 생각해보자. 최근 방영되고 있는 '쇼미더머니'에선 음지에 있던 힙합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여성비하, 모욕 가사 논란으로 힙합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도 생겨났다.

최근 미국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국내에도 지난 주말 개봉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어떠한가? 물론 전기 영화이기 때문에 미화된 장면도 있을뿐더러 욕과 상대를 헐뜯는 디스가 난무한다. 어쩌면 '쇼미더머니'가 따라갈 수 없는 정도의 수위다. 그런데도 힙합의 본질적인 의미인 리스펙트와 피스 앤 러브가 드러난다. 최근의 흑인 인권 문제와 더불어 곱씹어 볼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이었다.

다시 힙합 문화 중 몸을 쓰는 비보잉의 세계 5대 대회 중 하나인 'R16 KOREA 2015'로 돌아가 보자. 한국의 비보잉이 본격적으로 전파된 것은 1990년대였다. 박재민은 "약 15년 전 만 하더라도 한국이 비보이의 변방이었다. 하지만 이젠 세계 대회에 나가면 한국 팀을 응원하기 위해 자국 국기가 아니라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 비보이 중의 한 명으로 그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해 낸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후배들이 그 역사를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2007년부터 시작한 'R16'은 어느덧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출전하고 싶어하는 대회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스트릿 문화를 포용하고 그 위상과 수준을 올린 'R16'.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13개국 38팀의 참가 선수단이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전 세계 예선에서 우승을 거쳐 올라온 선수들이 12일과 13일 서울 중구에 있는 장충체육관에 모인 것이다.

대회의 첫날인 12일엔 팝핑, 락킹, 비보이 솔로부문 월드 파이널이 열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관중들의 이목은 집중됐다. 장충체육관은 가을밤이 깊어갈수록 신들린 듯한 테크니컬댄스와 리드미컬한 디제잉이 관중의 열기와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아올랐다. 치열한 경쟁 끝에 팝핑 솔로부문엔 프랑스의 팝핀 프린스(POPPIN PRINCE), 락킹 솔로부문엔 한국의 문(MOON), 비보이 솔로부문에선 네덜란드의 메노(MENNO)가 우승을 차지했다.

본격적으로 대회를 알린 13일엔 3,500여 관객들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관람 사석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리에 관객들이 퍼포먼스를 지켜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스탠딩석에서도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뜨거운 점핑이 이어졌다.


 

국가대항 방식으로 결선에 진출한 8팀 중 올해의 월드파이널 우승팀은 러시아로 결정됐다. 아쉽게 한국은 4강에서 미국에 1점 차이로 패배하며 결승진출은 좌절됐다. 하지만 비보이 퍼포먼스 배틀에선 우승을 차지하며 환호를 얻어냈다.

시상식 후엔 최근 MBC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등에 출연하며 예능 대세로 떠오른 '도끼'와 '더 콰이엇'이 강력한 힙합스테이지를 선보였다. 또한, 본 공연이 끝난 이후 참가 팀들과 마니아 관객들은 역삼동 클럽 디에이로 이동해 새벽 5시까지 애프터파티를 즐겼다. 애프터파티는 도끼와 더 콰이엇의 라이브 액트로 진행됐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일요일의 밤이었다.

한편, 이번 대회 기간엔 단순히 '비보이 대회' 이외에도 장충체육관 야외 이벤트 존을 마련해 전시회로 만나기 힘든 그래피티 아트워크 전시, 스트리트 마켓, 비보이 싸이퍼 존, 바버샵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진행해 문화생활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눈길도 이끌어냈다. 여기에 스트리트 댄스계 스타 왁킹어쌔씬, 일어블리티, 락앤롤크루, 겜블러즈크루, 칸앤문의 쇼케이스도 볼 소중한 기회가 대회 중간마다 진행됐다.

   
 

이렇듯 'R16'은 하나의 대회에서 힙합 문화와 스트릿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더 나아가 한류의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더 진화된 대회가 벌써 기대된다.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 끝에 리스펙트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대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