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의 끝에서 은퇴한 이승엽과 마이크 무시나, '은퇴 장면도 비슷'

▲ 전설의 마지막은 화려했다. 경기 시작 후 연타석 홈런으로 이승엽은 아주 명확하게 자신의 현역 마지막을 장식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41)의 마지막은 화려했다. 그래서 은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아니, 지금 당장 은퇴를 번복한다 해도 뭐라고 할 사람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가 현역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수차례 확답을 해 오던 그를 이제는 정말로 보내 주어야 할 때가 됐다.

3일,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넥센의 2017 KBO리그 최종전에서 삼성이 10-9로 승리,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전설의 마지막을 웃으면서 보내주기 위해 팀 동료들이 최선을 다 한 결과이기도 했다. 마지막 투수로 나선 장필준은 10-6으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 3실점했지만 152km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기어이 아웃카운트 3개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승리를 지켰다. 공이 아닌 투혼을 던진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국민타자', '라이언 킹'. '아시아 홈런왕' 등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많지만, 사실 그 어떤 언어로도 그의 진가를 표현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사나이를 기리기 위해 선수단을 포함하여 관중석을 찾은 팬 일동 모두 이승엽의 등번호 36번을 다는 것은 그래서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정점의 끝에서 미련 없는 은퇴 선언,
마지막이 아름다웠던 영웅, 이승엽과 마이크 무시나

전설은 그 마지막까지 전설다운 면모를 잃지 않았다. 경기 시작 직후 바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꽃길을 만들었기 때문. 한국 프로야구 통산 466, 467번째 홈런을 본인의 홈에서 기록한 그는 마지막 1루 수비를 마칠 때까지 통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홈런 467개, 1,498타점, 1,355득점을 기록했다. 1995년 데뷔 이후 일본으로 잠시 떠났던 2004~2011년을 제외하면, 15시즌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 기록을 세웠고, 1997년 이후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도 세웠다.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0.280, 132안타, 24홈런, 87타점에 이르렀다. 늘 최고를 위해 만족을 모르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면 만들질 수 없었던 기록이기도 하다. 이승엽의 기록 대부분은 한국 프로야구 랭킹 1위에 올라 있어 당분간은 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정점의 끝에서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베테랑들도 이왕이면 하루라도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와 명예를 뒤로 하고 정점의 끝에서 멋있게 은퇴한 이도 있다. '백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도 그러했다. 에이스다운 구위로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져 주는 실력, 그리고 신사다운 그라운드 매너를 앞세운 무시나는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이었다.

39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을 당시 시즌 성적은 더욱 대단했다. 2008년, 그의 18번째 시즌에 그는 20승 9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했다. 마지막 시즌에 20승을 거두고 바로 은퇴를 선언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무시나가 유일했으며, 1992년 이후 1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만큼 커멘드 역시 최고였다. 18년간 무시나가 거둔 개인 통산 성적은 270승 153패, 3,562와 2/3이닝, 2,813 탈삼진, 평균자책점 3.68에 이르렀다. 1~2년 정도 더 활약했다면 개인 통산 300승에도 도전해 볼 만했지만, 정점의 끝에서 미련 없이 내려왔다. 어딘가 모르게 이승엽과 닮은 듯한 모습이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모습에서 더욱 영웅다운 풍모가 드러나 보이는 셈이기도 하다.

이제 내년부터 '선수 이승엽'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야구인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더 팬들 앞에 나서는 것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한 영웅의 제2의 인생에도 햇볕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이승엽과 동시대에 야구장에 같이 있을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껴 본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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