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타이타닉'이 그 첫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23일 뮤지컬 '타이타닉'의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가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렸다. '타이타닉'은 오후 4시에 열린 제작발표회와 8시에 열린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 2주를 앞두고도 베일에 쌓여있던 모습을 드러냈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셀린 디온의 주제가로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타이타닉'과 같은 1997년에 초연을 올렸다.

뮤지컬 '나폴레옹'이 지난 22일 막을 내린 터라 실제 무대를 만나는 것이 아닌, 삼성동 PLACE1과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시간이었으나 배우들과 에릭 셰퍼 연출, 신춘수 대표는 모두들 한결같이 뮤지컬 '타이타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들은 영화와 다른 '타이타닉'의 강점을 세 가지로 압축했다.

▲ 빅스 켄

첫째는 실제 타이타닉에 승선한 듯한 경험을 관객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무대 완성도다.

에릭 셰퍼 연출은 이에 대해 "11층 높이, 축구장 넓이의 배를 무대에 그대로 구현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스냅샷 같은 장면, 장면이 모여서 관객이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 키는 바로 사전 영상으로 공개된 여러 개의 층계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 테이트 드푸 무대 디자이너에 의하면 "선실의 격차를 상징하는" 여러 개의 층계가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각각의 객실, 승무원들의 다양한 상황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멀티 롤 역할을 해내는 배우들의 모습이 동시에 무대 위에서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배 안에서 실제 사건을 함께 경험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 윤공주 배우

둘째는 인류애를 다룬 피터 스톤의 짜임새 있는 대본과 '물'을 컨셉트로 해 만들어낸 모리 예스톤의 음악적 깊이다.

에릭 셰퍼 연출은 뮤지컬 '타이타닉'을 "제 마음 가까이 담은 소중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계급이라는 이슈로 평등을 말하기 때문이다. 객실이 1, 2, 3등급으로 나뉘어져있지만, 배가 침몰하는 순간 결국 인류애만이 남게 된다"며 대본이 주는 힘을 이야기했다.

신춘수 대표 역시 "타이타닉 침몰 사건은 엄청난 해양사건이다. 여기에 영감받은 두 작품이 바로 1997년에 나온 영화 '타이타닉'과 뮤지컬 '타이타닉'이다"라고 영화와 뮤지컬 모두를 언급하면서도 "뮤지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해 다양한 인물을 그렸고, 영화는 '잭'과 '로즈'라는 인물을 통해 로맨스를 강조했는데 뮤지컬을 보시고 나면 공연이 끝날 쯤엔 영화 이상으로 강하게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며 많은 관객들이 영화 이상으로 뮤지컬에 지지를 보냈다는 멘트와 함께 "두 작품을 비교하는 것도 무척 재밌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았다.

▲ 임혜영 배우

모리 예스톤이 만든 음악 역시 호평이었다.

신춘수 대표는 "모리 예스톤의 음악 중 최고가 '타이타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15분 간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를 꼽았다. 그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배에 탑승하며 각자의 꿈과 희망을 말하는 15분짜리 시퀀스인데 역동적인 연출로 관객들이 직접 배에 탄 느낌을 주게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에릭 셰퍼 연출은 "미국 뮤지컬 역사상 탑 5 안에 들 정도로 평가받는 넘버"라고 설명을 덧붙인 뒤 "나는 '이시도르 스트라우스'와 '아이다 스트라우스'가 함께 부르는 'Still'이란 넘버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1등실 승객이던 두 부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구명보트를 거절했다. 남편은 아내만이라도 태우려고 했지만, 아내는 그것을 거절하고 평생을 함께한 남편과 타이타닉에 남게 되는데 그때 함께 부르는 노부부의 사랑 노래"라고 넘버를 설명했다.

▲ 정동화 배우

배우들도 추천 넘버를 이야기했다. 조성윤 배우는 "놓치지 말아야 할 넘버는 단연 '바렛송'"이라며 웃음을 준 뒤 "'내일 다시 만나길'이란 넘버는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승객들이 부르는 노래인데 들을 때마다 울컥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가사들이 귀에 꽂힌다. 그 넘버를 잘 감상해주시기 바란다"고 센스 있는 소감을 남겼고, 송원근 배우는 "'바렛송' 많이 좋다"고 대답을 이어가는 재치를 보인 뒤 "15분의 오프닝을 통해 배의 설계사부터 3등실 승객까지 모두가 탑승하고 출항하는 과정이 있다. 그 넘버를 들으면 타이타닉호에 대한 출발을 알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다"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노래를 꼽았다.

▲ 신춘수 대표

마지막은 전체 배우가 최대 다섯 개의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 롤 시스템을 바탕으로 특정한 주연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앙상블 뮤지컬'이란 점이다.

신춘수 대표는 이를 위해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를 캐스팅했으며, 유명 배우 몇몇을 위주로 구성하는 '스타 캐스팅'과 정반대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주요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여러분이 잘 모르시겠지만, 숨은 실력가들을 많이 캐스팅했다"고 밝히며 "한 두명이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을 주목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에릭 세퍼 연출 역시 "천 명 이상의 배우를 오디션 봤다"고 말하며 멀티 롤에 맞춰 신체 조건 등, 다양한 기준에서 정말 배를 탔을 법한 사람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 에릭 셰퍼 연출

뮤지컬 '타이타닉'의 배우들은 승무원과 승객으로 나뉜다.

승무원에는 스미스 선장 역에 김용수, 1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 역에 왕시명, 2등 항해사 찰스 라이틀러 역에 이상욱, 화부 프라이드 바렛 역에 조성윤, 빅스 켄, 무선기사 해롤드 브라이드 역에 정동화, 1등실 승무원 헨리 에치스 역에 이준호, 보초 프레드릭 플릿 역에 권용국, 벨보이 에드워드 역에 박준형이 출연한다.

승객에는 브루스 이스메이 역에 이희정, 토마스 앤드류스 역에 문종원과 서경수, 이시도르 스트라우스 역에 김봉환, 아이다 스트라우스 역에 임선애, 앨리스 빈 역에 윤공주, 에드가 빈 역에 전재홍, 캐롤라인 네빌 역에 임혜영, 찰스 클라크 역에 서승원, 짐 파렐 역에 송원근, 케이트 맥고원 역에 이지수, 케이트 머피 역에 김리, 케이트 멀린스 역에 방글아가 출연한다.

멀티 롤인만큼 스윙도 한두 명이 아니다. 김태문, 김가희, 노태빈, 남궁혜윤, 강동우 총 5명이 출연한다.

▲ 이지수 배우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뮤지컬 '타이타닉'에 승선한 소감을 전했다.

김용수 배우는 "한국 초연이고 실화 바탕이기에 책임감이 있다"고 밝히며 "실제 스미스 선장에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남겼다.

이희정 배우는 "다른 공연하러 1997년에 브로드웨이에 갔었는데 그때 '타이타닉'이 개막했었다. 영화로 본 감동이 뮤지컬로도 있구나 했지만, 보지 못했다. 그런데 20년 뒤에 이렇게 라이선스에 출연하게 됐다는 게 감동적이다. 선박주인이라 나쁜 말 들을 수도 있는데 잘해보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재홍 배우는 "금요일마다 비어프라이데이가 있어 연습이 끝난 뒤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서로 연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선 연습실에서 술 마시는 걸 좋지 않게 보기도 하는데 신선한 시도였다"고 연습 중인 소감을 전했다.

문종원 배우는 작품 속 인물과 닮은 점을 이야기하며 "토마스는 자기 일에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인물이다. 제가 그 인물을 닮았다기보다 닮고 싶다. 열정을 가지면서도 일에 대한 본분을 가지기 어렵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 일이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 지 정확히 알던 사람이다. '속도보단 편안함,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 사람의 본질적인 생각을 말해주는 것 같다. 제가 작품 내에서 무척 의지하는 대사고 앞으로 연기하며 이 사람을 닮아가고 싶은 점"이란 생각을 전해 기대감을 키웠다.

▲ 문종원 배우

빅스 켄은 "타이타닉이란 작품에서 나오는 모든 선후배님들이 주인공인 것 같아서 모두를 봐주시면 좋겠다"는 소감을, 임혜영 배우는 "지금까지 있던 공연과는 다른 작품이라 어떤 씬에서 감정을 표현하거나 캐릭터를 표현할 때 좀 다른 면이 있다. 연출님께서 이렇게 동선을 주거나 이렇게 정서를 표현하겠지 싶으면 새로운 뭔가를 얹어주셨다. 기존 공연과 다른 색다른 표현 방식으로 흥미롭고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다.

첫 대극장 뮤지컬 출연인 정동화 배우는 "제 역할이 퀵체인지(공연 중 의상을 갈아입고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가 제일 많다"고 전하며 "이 작품에 기여하는 바가 크구나.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싶었다. 어렵지만 기쁘고 즐겁게 하고 있다"고 어려운 점보단 기쁜 점을 밝혔다.

▲ 정동화 배우

사람의 인상은 처음 3초가 결정하듯, 뮤지컬 '타이타닉'은 오디컴퍼니와 신춘수 프로듀서의 염원을 담은 채 기대 이상의 첫만남을 선사했다.

신춘수 대표 역시 "2018~2019년에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 뒤 "이미 미국에서 많은 프로듀서와 투자자가 함께하길 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디는 해외에서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오랫동안 롱런하길 바란다"며 "이번 목표는 토니상 '베스트 리바이벌' 부문임을 직접 밝히기도 했을만큼 자신이 넘친다.

하지만, 신춘수 대표가 직접 언급했듯 두 번의 실패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올 한해 오디컴퍼니의 뮤지컬들은 대체로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었다.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는 아직 선언했던 것처럼 '월드 투어'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머더 포 투'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가치를 빛낼 수 있게끔 잘 만든 유쾌한 작품이었지만,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드림걸즈' 내한 공연은 그간 쌓아올린 오디컴퍼니의 명성에 흠집이 될 정도로 공연 취소, 막판 배우 교체 등의 악재를 겪었다. '컨택트'는 그 독특함과 에너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아직은 일정한 '흥행 공식' 안에서 움직이는 한국 뮤지컬 시장을 재확인하는 결과에 머물렀다.

이러한 가운데 오디컴퍼니의 야심작 '타이타닉'이 지난해 '스위니토드'처럼 흥행과 비평 모두를 잡고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까지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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