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작품이 가진 진정성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오후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는 11월 7일부터 2018년 1월 7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그룹 '동물원'과 고 김광석의 만남과 우정, 음악을 실화 바탕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창기, 기영, 준열, 경찬은 실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며 김광석은 여러 분쟁을 피하기 위해 '그 녀석'으로 등장한다.

이날 그 친구 역의 홍경민, 최승열, 조복래, 창기 역의 이세준, 임진웅, 윤희석, 기영 역의 방재호, 김류하, 준열 역의 유제윤, 최성욱, 경찬 역의 최신권, 병헌 배우와 작품을 만든 박경찬 연출, 박기영 음악감독, 정경호 더그룹 대표까지 참여한 제작발표회는 극 중 넘버 7곡을 라이브로 선보인 뒤 질의응답, 포토타임을 통해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의 시작을 힘차게 알렸다.

이들은 작품에서 거듭 강조한 진정성이란 키워드만큼, 고 김광석의 전 아내인 서해순 씨 등과 관련된 논란에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밝히며 불편한 이야기를 피해가기보다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러한 제작발표회 현장의 주요 포인트는 크게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모두의 관심을 모은 '서해순 씨 논란'이다.

박기영 음악감독은 "음악 외적인 이슈로 (김)광석이 형 노래나 이야기들이 범람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게 공연 올리는데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의 영향인지 물어보셨다. 그런데 저작권료 이슈까지 연계가 되면서 어떤 쪽에서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김광석이 쓴 노래는 듣지도 부르지도 말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저희 그룹 '동물원'도 그렇고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도 저희는 서해순 씨에게 저작권이 있는 노래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 (김)광석이 형 사후에 어떤 문제로든 서해순 씨와 대면하거나 유선상의 상의를 해야하는 걸 반길만한 음악 친구들은 없었을 거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광석이형이 직접 작곡한 몇몇곡들이 그에 해당돼서 저작권 사용 승낙을 받고 어떤 이득을 줘야하는 게 싫어서 이미 그런 노래를 레퍼토리에서 배제한 상태에서 작업해왔다"며 서해순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 박기영 음악감독

두 번째는 동물원과 고 김광석에 대한 '추억'이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은 저마다 동물원과 김광석에 얽힌 추억을 꺼냈다.

유리상자의 이세준은 "학생 시절부터 동물원 선배님들 노래 듣고 꿈 키워오던 세대라 좋은 역 맡아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 저는 동물원 멤버가 되고 싶은 꿈이 실제로 있었다. 그래서 유리상자 활동하면서도 선배님들 쫓아다니며 리메이크도 하고 같이 공연도 하고 했는데 뮤지컬 덕분에 동물원 멤버가 돼서 꿈을 어느정도 이룬 것 같아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 홍경민

홍경민은 "저희가 병헌이처럼 20대 초중반처럼 젊다면 티비나 이야기 속에서 본 사람일 텐데 저희가 다들 나이가 많다 보니 그 시절에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이름이고, 포크 음악의 상징 같다"며 고 김광석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가장 어린 막내 병헌은 실제 연관이 되는 것은 없지만 '그 여름, 동물원'의 지난 재연을 인상 깊게 관람한 경우다. 그는 "재연을 두 번이나 봤는데 삼연에 참여하게 될 줄 몰랐다. 관객 입장으로 볼 때 정말 따듯하고 재밌는 작품이었는데 공연하는 입장에서 더 땀흘리며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와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 유리상자 이세준

세 번째는 '그 여름, 동물원'만이 가진 진정성이다.

박경찬 연출은 "저번 시즌에는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창기가 그리워하는 그 녀석을 생각하며 임했으면 했는데 이번에는 '회복'이란 키워드로 연출하고 싶다"며 이번 시즌 연출의 포인트를 밝힌 뒤 "떠나보낸 사람은 떠나갔고 남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인 것 같다"며 세월호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지인을 떠나보낼 때 허탈감과 상실감이 있다. 그걸 어떻게 이겨내야 하고 우리가 가슴 속에 품고 그 사람을 기억하느냐. 그 사람은 이 세상을 살지 않지만, 내 가슴,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거 아닌가. 이 작품도 '그 녀석'의 기일에 동물원 멤버가 다시 모여서 이야기하고 추억하면서 그가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삼연에 임하는 태도를 설명했다.

젊은이의 꿈과 희망을 노래한 '유도소년', '총각네 야채가게' 등을 연출했던 박경찬 연출은 이어 "청소년, 청년에 대한 이야기나 이슈는 과거의 것이 아니라 계속 되풀이되는 것 같다. 청춘이란 건 늘 아름답고 찬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작품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만들고 연출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도 밝혔다.

또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은 노래만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든다면 저희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각색한 위에 노래를 얹었기에 좀 차별화된 게 아닌가 싶다"며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과의 차별점도 설명했다.

▲ 박경찬 연출

한편, 여행스케치 7집 객원보컬 출신인 임진웅 역시 "동물원 선배 공연이나 김광석 선배 1000회 공연을 실제로 관객으로서 구경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가지고 뮤지컬을 만드니까 이야기를 재창조한다기보단 실제 제 경험이 녹아들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작품은 포장하고 꾸며내도 진정성이 생기진 않더라. 그래서 그렇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걸 관객들도 좋아하신다"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네 번째는 이 작품이 가진 장점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음악'이다.

TV드라마 위주로 활발히 활동하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윤희석은 "'동물원'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중2때 교회에서 어떤 선배가 기타로 '변해가네'를 연주해서 그걸 계기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작품 속 음악의 힘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물원 음악 자체가 저희 시대 때는 따듯하고 큰 위로가 된 음악인데 한 번쯤 참여하고 싶었다. '동물원' 음악 자체가 고음을 지르거나 하지 않기에 저같은 '고음불가'에겐 수월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웃음). 알면 알수록 어렵고 깊고, 함부로 부르기 어려운 음악이다"라며 음악을 접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14년 미니앨범 'Re: Place'를 낸 가수기도 하다. 작사에도 직접 참여하며 '동물원'과 '김광석'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꼈을 상황인데 "최근 정규 1집을 내려고 준비한 상황이다. 10곡 정도 나와있는데 아직 내지 못했다"라고 가수로서의 근황을 밝힌 뒤 "직접 음악을 만드니 선배님들의 대단함이 더 와 닿았다. 특히 가사가 그렇다. '회귀'나 '나무'라는 노래는 듣기만 해도 가슴을 울린다. 우리가 이런 노래를 듣는 시대에 사는게 복이구나 싶을 정도라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며 작품의 음악을 많이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 윤희석

마지막은 곳곳에서 빛나는 '케미'를 자랑한 평균 나이 40대 배우들의 유머감각이었다.

이세준은 실존인물을 연기하기에 부담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배우들이 실존인물보다 훨씬 잘생겼고, 이름과 악기 연주는 90% 이상 재연해낸다"며 웃음띈 답변을 했다.

박기영 음악감독 역시 여기에 지지 않고 "연주도 '동물원'보다 잘한다"며 농담을 던졌다.

홍경민은 막내로 참여한 병헌을 보며 "고생 많이 하고 있다. 저희가 평균 나이가 40정도 된다. 그나마 조복래 배우가 참여해서 그 정도다"라며 웃은 뒤 "거기에 20대 중반의 젊은 친구가 하나 있으니 힘들지 않겠나. 많이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병헌에 대한 격려를 당부했다.

▲ 병헌

그런가하면 병헌이 '그 여름, 동물원' 재연을 두 번 관람했다는 이야기에는 "작년엔 트리플 캐스팅했는데 누구 공연을 두 번 봤나"라고 물은 뒤 최승열 배우 공연으로 봤다는 답변에 "참고하겠다"는 대답을 남기기도 했다.

또 '히든싱어' 출신으로 김광석 모창의 달인인 최승열 배우가 "솔직히 초연 때는 히든싱어 나가기 전에 연습을 많이 했어서 비슷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재연 때는 안 비슷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연습실에선 더 안 비슷한 것 같다"며 이야기를 꺼내자 이세준은 "얼마 전에 '불후의명곡'에 단체로 나가서 모창을 했는데 정말 안 닮았다"며 맞장구를 쳤다.

홍경민과 윤희석 역시 "그 장면이 혹시 안나올까봐 걱정이다", "최승열로서 노래 부른 뒤 김광석 모창을 시켰는데 둘 다 똑같았다"며 여러 이슈로 무거워질 수 있던 제작발표회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영화 '김광석', 뮤지컬 '서른 즈음에' 등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열풍처럼 몰아닥친 8090 주크박스 형 작품들 중에서도 본인들의 차별화된 강점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 재미다. 그들의 진정성이 어떻게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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