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사랑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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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이 이불을 덮고 누워서 보다 펑펑 울고 말았을 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11월 5일 1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을 한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짐 캐리에게 코미디 배우라는 수식어를 떼주었던 이 영화는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헐크(마크 러팔로)와 반대로 지금은 슈퍼히어로 물에서 모습을 떠난 옛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케이트 윈슬렛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 브랜드 뷰티 모델로서 포토샵을 하지 않은 얼굴을 공개하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위에서 말했듯 집에서 혼자 본 사람들이 많은 영화이다. 영화란 태생적으로 극장에서 봐야 제 맛을 내는 매체인데도 작은 모니터를 통해 본 '이터널 선샤인'을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철저히 개인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기 때문이다.

   
 

-이후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내용 또한 생각해보면 무척 개인적인 이야기다. 조엘이 자위하다 들켰을 때도, 친구들의 겁박에 못 이겨 동물에게 잔인하게 망치질을 가했을 때도, 이를 지켜보며 웃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하는 클레멘타인은 결국 현실에서의 클레멘타인이 아니다. 그녀는 아마 여전히 그 부끄러운 부분들을 모를 것이고 이를 알고 용서해주는 것은 결국 조엘의 자아인 것이다.

이 영화는 원래 이야기만 놓고 보면 많은 눈물을 쏟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서사적으로 봤을 때 영화 '이프 온리(If Only)'처럼 최루탄을 맞은 듯한 이야기를 꺼내진 않는다. 둘의 만남과 결별은 굉장히 상투적이고 흔한 일이다. 그 속에는 출생의 비밀도, 불치병도, 어쩔 수 없는 극복하기 힘든 반대도 없다. 그저 서로의 다름에 끌린 두 남녀가 호감을 가진채 만나다가 결국 그 다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다. 물론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감정이 이입되고 눈물 흘린 사람들도 많다.(기자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미셸 공드리 감독의 판타지적 제안은 이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서로의 불편한 기억을 잊었지만, 호감만이 남게 된 두 남녀가 다시금 만남을 시작하게끔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별의 아픔을 알고 있다. 이별 속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후회의 감정들도 알고 있다. '다시 한 번만' 그 혹은 그녀와 시작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잘해주기만 할 텐데. 나쁜 말도 하지 않고 더 이해해줄 텐데. 라고 말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후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따듯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기억을 지워주는 기계가 없어서 아쉽게도 이렇게 된 거지. 분명 너와 그는 다시 한 번 만나보면 괜찮을 거라고. 또 다치고 힘들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사랑이라고.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더라도 또 만나게 될거라고.

2005년 개봉 당시 17만여 명을 동원한 '이터널 선샤인'. 10년간 쌓인 그리움을 이번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그게 '내 인생의 영화'에 대한 자그마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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