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덕남 연출, 송시현 작곡가, 배우 박인환, 나문희, 권명현, 왕은숙, 박원진 배우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최근 두 가지 이슈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나는 1983년 KBS 특별생방송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이 방송은 지난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 최장 생방송이었다. 또한,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추진되어 화제가 됐다.

뮤지컬 '서울 1983'은 최근 화제가 된 두 가지 소재가 버무려진 작품이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창작 뮤지컬이다. 6.25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을 안고 고단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이야기다. 김태수 작가의 희곡인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원작으로, 송시현 작곡가와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인 김덕남 연출이 참여했다.

또한, 이 시대의 어머니인 배우 나문희가 6.25 전쟁 중 남편과의 이별로 홀로 네 명의 자식을 키우는 여주인공 '돌산댁'을 맡아 많은 이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잘자요, 엄마' 이후 다시 한 번 무대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상대역인 '양백천'엔 박인환이 연기해 전쟁으로 인한 이별의 아픔과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전한다.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서울 1983'의 프레스콜이 30일 오후에 열렸다. 전막 시연 후, 김덕남 연출과 송시현 작곡가, 박윤환과 나문희 등 배우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작품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김덕남 : 올해가 광복 70년이면서, 분단 70년이다.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인 그 시대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통해 이산가족과 같이 어우러지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또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것은 서울시뮤지컬단의 정체성과 관련이 된다. 평소 내 생각은 우리나라 뮤지컬은 주로 라이센스 위주로 제작되는데, 어찌 보면 20~30대 젊은이들의 전형적인 문화처럼 되어있어서 중장년층이나 어린이들, 가족들이 같이 즐길 작품이 별로 없다.

민간의 거대 자본으로 하는 제작사와 경쟁할 수도 없고,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서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려고 이 작품을 선택했다.  김태수 씨의 원작 희곡이 있는 작품인데, 작품이 가진 강한 작품성, 연극성, 대중성이 보여 시작했다. 참고로 이 작품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그때부터 작업을 준비했다.

   
▲ 나문희(왼쪽)와 박인환(오른쪽)이 뮤지컬 '서울 1983'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상록수', '꽃마차', '울릉도 트위스트' 등 국민가요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 이유는?
ㄴ 송시현 : 첫 번째로, 무엇보다 그 시대를 가장 임팩트있게 보여준다. 관객분들과 공감하고자 했다. 두 번째로 장면에서의 분위기다.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나 감성, 정서는 창작된 노래로 들어간다. 열심히 작업했고, 제가 태어나지 않았던 시기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큰 공부를 했다.

결정적으로 음악으로 넘을 수 없는 산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내가 과연 작곡가가 맞겠느냐는 허탈함이 들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음악은 멜로디, 리듬, 화성이 뼈대다. 하지만 그 시대를 함께 대중들과 겪어가면서, 그 노래의 희망과 한이 숨겨졌다는 것을 음악가의 삶을 살아가면서 충격적인 교훈을 받았던 좋은 기회였다.

김덕남 : 총 26곡이 나오는데, 창작 15곡이고 기존 곡이 11곡이다. 시대와 약간 맞지 않는 노래가 있다. 1968년 시점으로 '빗물'은 훨씬 그 이후에 나왔는데, 노래들을 여러 대상으로 놓고 했더니 사랑 이야기의 노래가 많아서 피하려다 보니 '빗물'이 들어갔다. 그런 곡들은 시대와 안 맞는 것인데, 시대가 벗어나더라도 분위기가 맞으면 과감하게 쓰자는 원칙을 정해 선정하게 됐다.

   
▲ 박인환(왼쪽)과 나문희(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작품을 연기하게 된 소감을 말해 달라.
ㄴ 나문희 : 이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의 마음이다. 엄마의 마음은 다른 것이 없다.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했을 거로 생각해 연기했다. 여기 모든 분이 저 하나를 위해 굉장히 애쓰셨다. 곡도 음이 높은 건 내려주셨고, 김덕남 단장님도 너무 움직임이 센 것은 약하게 해주셨고, 후배 단원들도 감사하게 잘 해주셨다.

박인환 :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는데 밤낮이 바뀌면 인민군이 들어가거나 국군이 들어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날 국군이 와서 인근 초가집에 불을 질렀다. 왜 국군이 같은 편에 불을 지르나 했더니, 인민군에게 협조해 부역을 했다는 것이었다. 가족 일부가 취직도 하지 못하고,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이산가족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인데, 그 아픔은 표현을 하지 못한다.

조금 전에도 연기하기 전에 눈물이 났다. 관객들을 울려야 하는데 그 아픈 생각에 빠지게 된다. 연극은 그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시대의 우리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앞서 감독님도 그 이야기를 하셨지만, 뮤지컬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적은 상황이다. 나이 든 중년층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 오래 사는 시대인데, 이런 작품을 보고 "맞아 저랬어. 우리 이야기다"라며 같이 즐기고 같이 감동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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