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오지현 1004clay@mhns.co.kr. 프랑스CAFA 소믈리에 한국과정을 수료하고 기업체 및 대학교에서 와인비즈니스전략강의, 와인행사 기획, 회사컨설팅 등 다양한 와인 및 미식관련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청명하던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지난 월요일. 선선한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던 상아색 커튼자락 사이로 보이는 푸른 잔디 가운데 펼쳐진 테이블주변에는 말쑥한 수트를 차려입은 이태리남자들이 앉아있거나 걸어다니고 있었다.

마치 유럽의 결혼식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설레기까지 하든 아름다웠든 그곳은 역삼동 라움. 이탈리아와인행사 중 가장 큰 연중행사인 '감베로 로쏘(Gambeo rosso)가 그곳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3개의 마스터클래스 세미나와 시음회가 열렸으며 총 65개의 와이너리에서 300여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마스터 클래스는 감베로 로쏘 편집장 마르코 사벨리코(Marco Sabelico)씨가 직접 주도하여 클래스마다 와인 20종씩을 함께 시음하며 평가했다. 

   
 
   
 
   
 

시음회는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맛보려는 와인업계 관계자들과 매니아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매년 증가하는 이탈리아 와인의 수입량과 함께 이탈리아와인에 대한 애정을 반증하는 듯했다.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란?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는 1986년에 창간된 이태리의 미식&와인 잡지다. 직역하면 '붉은 새우'라는 뜻이다. 필자는 매년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행사에 참석하면서 붉은 새우와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이 무슨 관계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는 동화책 '피노키오'에서 여우와 고양이가 저녁식사를 즐긴 '붉은 새우'여관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현재는 피렌체 근교의 소도시인 콜로디(Collodi)에 있는 피노키오 공원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름이기도 하다. (-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면 입구에서부터 동화 속 소품으로 다 갈아입어야 한다-)

'붉은 새우'레스토랑에서는 과연 붉은 새우요리가 나오는지도 궁금해진다. 붉은 새우는 많은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한번쯤 혹하는 귀한 식재료로 지중해에서 나오는 고가의 새우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진한 빨강색을 띠고 있으며 너무 고가라 주로 날것으로 마리네이드해서 요리에 사용된다고 한다. 워낙 고가의 식재료라 상당한 수준급 레스토랑이 아니면 요리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식재료다.

그래서 미식을 컨텐츠로 하는 매체의 이름으로서 '미식'을 상징하는 '붉은 새우'라는 이름이 붙혀진 것이라 한다.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 이탈리아 최고의 미식매체로 우뚝 서다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는 1986년 이탈리아 일간지 일 마니페스토(il manifesto)의 8페이지짜리 부록에서 미식에 관한 컨텐츠를 다루는 것으로 출발했다. 1987년에는 이탈리아 와인평가서인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을 출판하였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와인평가서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매년 4만여종의 와인을 엄정한 품질 구분기준을 통해 평가한 후 글라스의 숫자를 통해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들을 선정한다. 글라스는 1개부터 3개까지 부여되며 이 와인안내서는 전세계 이탈리아 와인애호가와 전문가들이 참고해야 하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재 29번째 에디션까지 발간되었으며 5개 언어로 번역되어 난공불락에 가까운 복잡한 이탈리아와인의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1년부터는 이탈리아의 우수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트레 포르케테(Tre Forchette)'라는 책자를 발행해오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우수한 2천여 레스토랑을 비롯한 와인바, 식음료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어 프랑스의 '미슐랭가이드'에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지난 26년간 감베로 로쏘는 전세계적으로 이탈리아의 와인과 음식분야에서 최고 기관으로 인정받아왔으며, 현재는 이탈리아와인과 음식분야를 이끌고 있는 가장 권위있는 미디어로 이탈리아 유일의 와인매거진과 책, 가이드북과 SKY 411의 TV 채널(웹과 앱을 포함)을 보유한 멀티 미디어 회사로 성장했다.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와 이탈리아와인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는 1998년부터 전세계를 돌며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로드쇼를 펼치며 이탈리아 와인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감베로 로쏘(Gamberro Rosso)'는 특별히 한국을 시작으로 해서 미국, 브라질, 싱가폴, 태국, 필리핀에서 8개월에 걸쳐 진행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와인은 어렵다. 필자 역시 소믈리에과정을 이수하면서 이탈리아와인을 공부했고 그동안 많은 이탈리아와인을 마셔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탈리아는 가장 많은 토착포도품종을 가진 나라이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토착품종만 해도 3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아무리 마시고 또 마셔도 처음 듣는 새로운 토착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을 매해 다시 만나게 된다. 게다가 들어도 머릿속에 남지 않고 이내 사라져버리기 일쑤인 난해한 이름 역시 이탈리아와인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끊임없이 신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다양성과 강한 개성이 강한 지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름도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씩 웃고 돌아서서 가버리는 매력적인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이번 감베로 로쏘 행사에서 만난 수많은 매력적인 와인들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다양한 지역에서 나온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롭고 신선한 맛과 이야기들. 독특한 맛과 향으로 나를 매혹시켰던 감베로 로쏘의 와인들을 추억하며 이탈리아 와인에 한 발 더 다가간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밤, 섹시한 이탈리아 남자는 내 옆에 없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인 이탈리아와인과 함께 스러져가는 가을밤을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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