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조형근 kareljay@mhns.co.kr Temporary title : My dreams.

예전에 중국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을 피면서 '소왕자', '소공주' 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식이 부모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현상을 얘기하는데, 핏줄은 왕의 핏줄이 아닐지언정 성장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자나 대접 등은 왕가의 대접과도 비견될 만하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은 과거의 대가족 체계에서 핵가족화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지나친 산아제한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현상일 것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형제 자매가 3명 이상인 경우의 20~30대들은 많지 않고, N포세대에서 N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출산의 경우를 보면 현대의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아예 하지 않거나, 많아야 2명 정도만 낳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필자는 헬조선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1편에서 잠시 언급했던 교육의 문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들어온 말이 있다. '너는 자라서 큰 사람이 될 거야,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단다.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누구나 본인의 성장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들어왔던 말들일 것이다.

   
 

헬조선과 N포세대의 핵심은 첫째, 청년들이 노력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것과 둘째, 열심히 노력해도 집 한채 사기 쉽지 않고, 그렇기에 결혼이 힘들어진다. 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평이 나오는 것은 무척 간단한 이유다. 어릴 때부터 부모들이 자식에게 제대로 된 현실을 교육하지 않고, 막연한 꿈과 환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한 뒤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오고, 남녀 모두 웬만하면 반년 정도의 어학연수나 인턴을 거쳐 졸업한 뒤 일반적으로 보면 남자는 27-28세, 그리고 여자는 25-26세 정도의 시기에 졸업하여 사회초년생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의 평균적인 결혼적령기로 보면 평범하게 졸업한 남녀라면 약 5,6년 정도 일을 한 뒤 결혼하게 될 것이다.

이 시기에는 부모의 지원이 없다면 개개인의 저축만으로는 당연히 대부분이 집을 살 수 없다. 이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집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의 격에 맞지 않는 집은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부모 세대들은 자식들에게 힘들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해주지 않았다. 과거의 이야기를 미화시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도 24-25평 정도의 아파트를 결혼 시작부터 갖추고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글세라는 말은 과거에는 무척 흔한 말이었고, 대부분은 사글셋방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집을 업그레이드 해 나가는 것이 부모 세대들의 평범한 삶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젊은이들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시기인 청소년기는 다시 말해 부모 세대가 결혼한 지 최소 15년 정도가 지났다는 이야기다. 이걸 헬조선을 살아가는 N포세대들은 결혼 전부터 갖추고 싶어한다. 이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으며 이것이 헬조선론의 핵심이다. '잃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잃었을 때의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라고. 하지만 이는 청년들이 잘못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한 내성을 길러주지 못한 건 일정 부분 부모세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거니까.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자식은 부모가 하는 대로 배운다.'라고.

   
 

결국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은 실상 크게 변하지 않은 채로 흘러가지만, SNS의 발달로 만들어진 내 주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부모 세대로부터 현실을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소왕자, 소공주들이 만들어낸 문화가 현재의 헬조선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누릴 걸 누리고 살면서 손쉽게 비난을 일삼아 카타르시스를 해소해야 한다면, 그 또한 문제될 만한 현상이다. 시류에 이끌려 아무 생각없이 비난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주변에 놓인 것을 하나씩 다시 한번 돌아보며 Serendipity를 찾아봄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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