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핀란드 지휘계를 이끄는 선두주자이자 세계 정상급 지휘자인 오스모 벤스케가 처음으로 내한 해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이끄는 이번 공연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포횰라의 딸'로 문을 열고, 메인 프로그램으로는 베토벤의 역작으로 꼽히는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추한다.

음악적 깊이와 완전함을 갖춘 오스모 벤스케는 동시대 지휘자들 중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클라리네티스트 출신인 벤스케는 핀란드 최고의 음악대학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에사페카 살로넨,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거장들을 길러낸 요르마 파눌라 아래에서 수학했다. 1982년에 브장송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2008년까지 라티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를 맡아 이 오케스트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확함과 예리함을 동시에 갖춘 연주로 아이슬란스 심포니, BBC 스코티시 심포니 등의 수장을 거쳤으며 현재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 지휘자를 맡고 있다.

 

   
▲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벤스케의 디스코그라피는 라티 심포니와의 시벨리우스,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비롯하여 BBC 스코티시 심포니와의 브루크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라모폰은 벤스케와 라티 심포니와의 시벨리우스 음반을 두고 '지난 30년 동안에 가장 훌륭한 시벨리우스 전곡 녹음'이라 평가했으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시벨리우스 1, 4번(BIS 레이블)은 2014년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클라이버-빈필 이후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음악회에서 벤스케와 서울시향은 핀란드의 국민작곡가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중 하나인 교향시 '포횰라의 딸'을 연주한다. 시벨리우스는 독일의 베를린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한 후 1891년 고국으로 돌아와 조국 핀란드의 전설과 신화에 바탕을 둔 대작들을 작곡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교향시 중 하나인 '포횰라의 딸' 역시 핀란드 전승 서사시 '칼레발라'을 소재로 삼아 작곡되었다. 이 교향시는 영웅 베이네뫼이넨이 북쪽 땅에 살고 있는 포횰라의 아름다운 딸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벨리우스는 흥미진진한 신화를 표현주의적 서사를 통해 소리의 성찬으로 차려냈다.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은 모든 교향악 레퍼토리의 상징적 존재와 같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이다. 일명 '운명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5번은 클래식 레퍼토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으로 이상향을 향한 인간의 고난과 역경의 극복을 담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레코딩으로 격찬을 받은 오스모 벤스케와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녹음해 호평을 받은 서울시향의 이번 무대는 놓치기 아까운 이벤트가 될 것이다.

 

   
▲ 카리 크리쿠 ⓒ서울시향

협연 무대에는 현시대 최고의 클라리네티스트로 꼽히는 카리 크리쿠(1960년생)가 함께한다. 이번이 서울시향과의 두 번째 무대로 2009년 아르스 노바 공연에서 린드베리 '클라리넷 협주곡'을 현란한 기교로 선보여 관객들을 매료시킨 바 있다.

뛰어난 기량과 신선한 해석으로 현대음악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크리쿠는 린드베리, 티엔수, 진은숙 등 수 많은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진은숙 '클라리넷 협주곡'의 초연자로서 2014년 봄 켄트 나가노 지휘로 예테보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알란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의 시즌 개막공연에서 진은숙 협주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까지 쾰른 WDR 방송 오케스트라, 바르셀로나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말뫼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일란 볼코프가 지휘하는 BBC 스코티시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케페카 사라스테가 지휘하는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도 연주가 예정되어 있다.

카리 크리쿠가 이번에 들려줄 곡은 핀란드의 현대음악 작곡가 키모 하콜라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다. 핀란드 작곡계의 거성 라우타바라 문하에서 수학한 하콜라는 현대음악에 민속음악의 어법을 가미한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곡가다.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연주 시간만 40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렬한 관현악과 블루스적인 클라리넷 선율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1악장,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의 느린 악장을 인용한 서정적인 분위기의 2악장, 다양한 유대풍 선율들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3악장, 동유럽의 유대음악, 집시음악 등이 한 데 어우러지다 협연자가 즉흥적 연주를 펼치는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을 온딘 레이블로 내놓아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크리쿠는 이번 무대에서 현란한 기량과 깊이 있는 해석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북구의 거장 벤스케와 한층 정련된 앙상블을 선보이고 있는 서울시향, 그리고 세계적인 클라리넷 명인 카리 크리쿠가 함께 하는 이번 무대는 올해 서울시향의 공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벤트이다. 발트해 고유의 감성을 지닌 핀란드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현대음악 작곡가 하콜라의 작품을 본고장 해석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문화뉴스 남지현 기자 pil@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