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안방 1열도 아닌 무대 1열을 즐기는 배우를 만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18년 1월 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마츠코의 조카 '쇼'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정욱진이다.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지난해 '더맨인더홀'로 독창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호불호가 뚜렷한 작품을 만든 파파프로덕션에서 새롭게 만든 창작 초연 작품이다.

2006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큰 성공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영화 원작 뮤지컬로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작품의 원작은 소설이고 내용도 영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거기에 김민정 연출은 프레스콜에서 밝혔듯 '마츠코'라는 한 개인의 파멸을 다루기보다는 한 여성의 사회적 인권이 무시당하고, 짓밟혀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 독특한 분위기의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무대

하지만 특히 국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덕분에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시작부터 여러 의미로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았다.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낸 뮤지컬은 사이클로라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독특한 무대 형태와 매력적인 음악과 안무를 통해 창작 초연으로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선보였지만, 영화와의 많은 차이점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 됐다.

이런 반응을 알고 있는지 배우 정욱진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3주 정도 지났는데 공연한 소감이 있다면?

ㄴ 모든 공연이 그렇겠지만 이번 작품같은 경우에는 걱정이 더 앞섰어요. 왜냐면 저희 역의 경우는 제가 다른 공연을 봤을 때 전례가 없는 역할이거든요. 사회자나 해설자는 많지만 그들은 보통 정보를 던지고 등퇴장을 하면서 마치 그 자리에 계속 있던 거처럼 '약속'을 하거든요. 근데 저희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 있으니까요. 저희 '쇼' 역할 배우들끼리 이야기해보면 저희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역할이고 관객들이 보기에도 생소할 것 같아요. "저 사람은 이 씬에서 대사도 없고 노래도 없고 동선도 없는데 왜 서있지?" 하고요. 준비하면서 걱정이 앞섰어요. 그러나 자신도 있었죠. 정말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김)민정 연출님도 거의 풀타임으로 연습실에서 함께하셨고요. 그래도 사실 '무대 위에서 뭘 어떻게 해야하나?' 했죠. 연습실에서도 다른 형들 연습할 때 보면 '왜 저기 있지?' 싶은 거에요. 실제로도 동선 정리가 안됐는데 '쇼'가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 옆에 서서 쳐다보고 있으니까요. 어떨 떄는 우리도 '지금 사람들이 '쇼'를 보고 있는 건가?' 해서 헷갈리고 불만도 생겼고요. 그런데…

그런데?

ㄴ 연출님의 그림이 있던거죠. 우선 저희가 연습을 동숭아트센터에서 공간이 좀 남아서 2주 정도 먼저 하고 와서 무대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고 적응도 빨리한 것 같아요. 극장 와서 리허설을 하는데 무대 위에서 조명이나 여러가지 요소가 더해지니까 '쇼'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첫공 때부터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첫공 끝날 때 1층 관객분들이 거의 기립하시는데 커튼콜 하면서 막 눈물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역할적으로 정말 힘들었거든요. 덕분에 다른 두 형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돈독해진 것 같아요.

 

'쇼' 역을 맡은 세 배우 모두 평소 밝고 재치있는 걸로 아는데 캐릭터와 본인 성격에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다면?

ㄴ (정)원영이 형 같은 경우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보시는데 세 '쇼' 중에 가장 진지하게 분석하고 접근해요. (김)찬호형 같은 경우가 의외로 위트 넘쳐요. 진지한 줄 알았는데 아이디어가 넘쳐요. 그런데 이 작품이 창작 초연이다보니 저희 역은 또 특히 가사를 손볼 데가 많았어요. 원래 등장이 없던 신에 등장하거나 하는 식으로 제작 과정에서 바뀌는 게 생겨서 가사를 바꿔야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럼 저희가 먼저 만들어서 연출님께 컨펌받는데 형들의 활약이 컸죠.

그럼 욱진 배우는 어떤 역할을 했나?

ㄴ (정)원영이 형이 진지한 분석하고 (김)찬호 형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가 몸을 써서 했어요. 세 '쇼'가 딱딱 맞았죠(웃음). '쇼'가 참 어려운 캐릭터인데 힘들수록 뭉치게 되니까 역할을 매력적으로, 극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만든 것 같아서 좋아요.

이 작품이 '마츠코'의 이야긴데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많다는 비판적인 말도 있다.

ㄴ 제가 '지구를 지켜라', '슬루스', '원스', '완득이', 공연에는 서지 못했지만 연습을 했었던 '번지 점프를 하다'까지 영화 원작이거나 영화화된 작품을 많이 한 편이에요. 그런데 '원스' 같은 경우 영화가 주인공 남녀의 사랑 이야기, 감성만으로 끌고 간다면 뮤지컬은 두 남녀가 주인공인 건 같지만 차이가 있어요. 영화에선 똑같이 관객 입장에서 보는 시간은 두 시간이어도 몇 개월 동안 찍으면서 장소나 서사를 많이 채워두잖아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극장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해야하잖아요. 아무리 조명, 영상 등으로 판타지를 만든다고 해도 CG나 시간의 흐름 등으로 해야하는 영화의 호흡 변화를 배우들 자체가 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주변 인물들의 연기가 영화보다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작품도 마츠코 한 명의 이야기로 쭉 가지만 다른 많은 역할들을 13명의 배우가 책임지고 있고 마츠코의 이야기를 서포트하는 구조에요.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비교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저희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부각하려고 하기보다는 무대의 전체적인 흐름에 같이 올라타서 마츠코의 일생을 서포트한다고 생각해요.

 

또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영화와는 작품의 톤이나 정서가 아예 다르다는 점도 그렇다.

ㄴ '트레이스 유' 때 김민정 연출님과 처음 작업했거든요. 그때랑 지금 느끼는 게 연출이란 직책은 화가 같아요. 어떤 화가는 사실주의를 그리고, 수채화,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도 있는데 민정 연출님은 수채화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트레이스 유'도 작품의 이야기나 음악이 무척 센 작품인데 연출님의 터치가 들어가서 무척 세련되고 재밌었거든요. 마츠코 역시 친절하게 그려지기보단 예쁘게 만든 이미지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전 이런 작품하면 재밌는 게 명확히 그려진 캐릭터가 아니라 예쁜 이미지 속에서 각 배우의 개성이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웃음기 나는 장면도 거의 없는 건조한 비극에 여성 원톱 작품이다. 일반적인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서 만들었다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고 생각되는데, 반면 그렇기에 지금의 뮤지컬 시장에서 이런 독특한 작품도 필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ㄴ 제가 느끼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그런 것 같아요. 대중의 니즈에 잘 맞는 작품은 강남역에 있는 으리으리한 프랜차이즈라면 저희는 이태원 뒷골목 어딘가에 예쁘게 만든 식당 느낌인 것 같아요.

배우 정욱진이 참여한 공연을 살펴보면 '소극장과 대극장을 오가는 배우'라는 말로 정의하긴 부족하다. 지역에서 만든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나 극단이 제작한 '선물' 같은 작품까지 다채롭게 출연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선택이 가능한가?

ㄴ 전 원래 2014년 쓰릴미 하기 전에는 오히려 작은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25주년 기념 공연인 뮤지컬 '들풀2' 같은 작품도 했고요. 데뷔도 학전에서 청소년극으로 했고요. 그러다가 '쓰릴 미', '원스', '유린타운'하면서 거의 규모가 큰 작품들 위주로 하게 됐죠. 그러다 2015년에 '어쩌면 해피엔딩' 트라이아웃을 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에요. 사실 큰 작품에서는 주연이 아닌 이상 대사나 연기의 비중이 줄어드는 거에요. 그런 상황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이후 '난쟁이들', '트레이스 유', '쓰릴 미' 등 배우의 비중이 높은 작품들을 했고요. 그런데 주로 대학로에서 공연에 대한 이해나 집중도가 높은 마니아 관객들이 주를 이루는 공연을 계속하니까 또 다른 관객층이 보는 공연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연기하는 재미는 그런 마니아 관객분들 앞에서 하는게 제일 좋지만, 반응이 다른 분들 앞에서도 해보고 싶었죠.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주된 음악이 올드팝이라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정말 많이 보러 오셨는데 막 벨소리 매일 울리고요(웃음). 근데 그런데서 하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아이러브유'도 그런 측면에서 해보고 싶어요. 요즘 흐름과는 좀 벗어난 작품인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그런 맥락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 박혜나가 연기 중인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중 한 장면.

'쇼'로서 무대 1열에서 공연을 보는 느낌은 어떤가(웃음).

ㄴ 전 무대 1열을 많이 봐요. '원스'에서도 퇴장 없이 연주하면서 보고. '오케피'도 그랬고요. 근데 이번엔 더 특별한 건, 지나서 이야기하는 거지만 예전 작품들에서는 제 역할이 사실 어떤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전체적인 그림으로서 필요한 경우가 있었어요. 근데 이건 오롯이 공연하는 내내 진짜 집중하고 봐야만 마지막 대사를 할 수 있어요. 제가 지금 8회 정도 관람했는데(웃음) 이래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관객들이 재관람을 하는구나 느꼈어요. 페어가 달라지니까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캐스팅도 좋은 것 같아요. 마츠코만 봐도 그렇고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트인 배역들이 모두 배우의 느낌이 아예 다르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대부분의 씬에서 마츠코를 봐요.

▲ 아이비가 연기 중인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중 한 장면.

마츠코만을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ㄴ 저는 마츠코가 아닌 사람이 노래해도 그 상황에서 마츠코가 하는 걸 봐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한 번도 본 적 없고 만난 적 없는 고모의 삶을 그렇게까지 추적할 수 있는지 저희끼리 의문이 있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래요. 연출님께서 '마츠코'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가와지리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거든요. 일본 가정의 가부장적인 이미지. 그것의 결정체인 이미지에요. 그래서 '쇼'가 따라갈 수 있는 이유가 생겨요. 극 중에서 '쇼'가 쿠미 고모의 옷을 입고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너무 이쁘다 좋다 했는데 아버지에게 혼난 트라우마가 있어요. 늘 아버지가 남자는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21세기 들어서 그런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해 민감하잖아요. 쇼도 그런 가부장제에 억눌린 채 살고 있고요. 이런 엄격한 가문에서 눌려 살던 와중에 자기한테 유골이 '툭' 왔는데 그 유골을 보니 같은 가문사람이지만, 하고 싶은대로 살다 간 고모에요. 고모도 처음에는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 국어 선생이 됐죠. 그런데 고모는 선생을 그만둔 이후부터 하고 싶은 대로 살아요. 내가 행복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요. '쇼'는 그게 이해가 안 되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거에요. 제가 처음에 했던 말이 '쇼' 입장에서 이 사람이 엄마도 아닌데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왜 그렇게 따라가야 하나 했죠. 그런데 가문의 이야기로 보면 마츠코를 따라갈 수 있게 돼요. 결국 자기를 투영하게 돼고 마지막엔 고모의 마음을 대변해서 노래부르잖아요. 결국 '쇼'라는 인물이 마츠코 고모를 따라갈 수 있는 이유가 억압된 내면의 투영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프리뷰 이후 공연이 많이 변했다고 들었다. 어떤지.

ㄴ 프리뷰 때에 비해 이제 공연이 많이 잡혔고 러닝타임은 10분 정도 줄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에도 나오지만, 너무 사랑하고 끝을 알면서도 결국 기억을 지워야 하는 게 아프잖아요. 그런데 정말 창작 초연 작품은 다 그래요. 정말 고민하고 싸워가며 만든 씬이 전체적인 맥락을 위해서 잘릴 때 참 슬퍼요. '쇼' 노래도 조금씩 들어내졌어요.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다른 팀 모니터 해보니 그게 더 좋더라고요(웃음).

▲ 정욱진이 연기 중인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중 한 장면.

특별히 소속사 없이 활동하면서도 많은 작품에 쉬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제작자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ㄴ 가성비가 좋은 거 아닐까요?(웃음). 제 입으로 말하니까 민망하네요. 캐스팅 제안을 받을 땐 캐릭터와 참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는데, 제가 잘해서 그런다곤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거기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하고, 조금이라도 더 역량을 키우려고 고민하거든요.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요. 굳이 장점이라면 특별히 뚜렷한 색이 있다기보단 무난한 것 같아요. 여기 나와도 저기 나와도 그림이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더데빌'과 '지구를 지켜라' 때 이지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배우로서 참 좋은 얼굴이라고 하더라고요. 입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학교 때 '꼬메디아 델라르테'라는 수업이 있었어요. 우리나라는 탈춤 같은 걸 하면 얼굴을 다 가리는데 프랑스에선 광대 위만 가리고 입은 분장을 하는 장르가 있대요. 임도완 연출님이 그걸 프랑스에서 전공해와서 저희도 배웠었는데 그때 입이 커야 연기에 유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정욱진이 고민하고, 잘하려는 연기는 과연 무엇인가.

ㄴ 저도 너무 어려워요. 매 순간 진실하게 하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계속 똑같은 연기하면 그게 힘들잖아요. 그러다보면 매뉴얼을 만들어서 하게 돼요. 이정도의 볼륨, 호흡, 기계적인 리액션이 있는데 거기에만 온전히 기대면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 안에서만 하면 관객은 일정 이상 퀄리티를 보고 가겠지만 저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다른 대사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들리는 대로 반응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다보니까 배우들끼린 타율이라고 하는데 잘 맞으면 홈런, 아니면 삼진. 그런 연기를 펼쳤던 공연도 있었어요. 지금 찾는 건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거기에만 기술적으로 기대지 않고 그 퀄리티를 유지한 채 진실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 안되지만 어찌됐건 틀 안에서, 틀이 있으면 관객 분들께서 평균 이상의 공연을 보시고 가실 수 있잖아요. 이게 영화라면 마음대로 해보면서 수십 번 찍어서 할 수 있겠지만 공연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매뉴얼이 필요한 것도 알지만 거기에만 기대면 나태해지고 양심에 찔리고 그렇다고 매뉴얼을 안 지키면 배우와 관객 서로가 만족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 차라리 중간이라도 갈걸 싶죠. '지구를 지켜라' 때는 그래서 매뉴얼대로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많이 참았어요. 그런데 '어쩌면 해피엔딩'과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뮤지컬이고, 음악이 있잖아요. 악보가 어떻게 보면 사실 하나의 매뉴얼인데 악보를 맞춰 부르면서도 내 감정을 진실하게 드러낼 수 있잖아요. 연기도 맨날 똑같이 할 순 없겠지만, 중간을 갈 수 있는 것 안에서 위를 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 이야기가 아무래도 많이 나오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게 전미도 배우와 공연할 때 너무 장난을 쳐서 전미도 배우가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전미도 배우도 그때를 기억하더라.

ㄴ 그때는 상대 배우와의 결도 있고, (전)미도 누나, (최)수진 누나, (이)지숙 누나 같은 경우 누나들이기도 하고 제가 막 신나게 해도 잘 섞여주시는데. 그런 게 '케미'겠죠. 또 사실 트라이아웃 때는 그런 게 더 심했거든요. 본공연에 비해 훨씬 덜 준비한 채로 무대에 올라가야 하니까요. 며칠 안 했는데 거의 매 공연마다 웃음이 터졌어요. 그만큼 배우들이 행복하고 재밌게 했던 공연이기도 해요.

이번에도 다들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앵콜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공연이 겹치면 힘들지 않은가?

ㄴ 저는 사실 공연 기간이 끝날 때쯤 살짝 걸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 '지구를 지켜라'를 하면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랑 '어쩌면 해피엔딩' 연습을 하니깐 앵콜 공연인데도 너무 힘들었어요. 2016년 때는 '난쟁이들'이랑 '쓰릴 미'를 겹쳐서 해봤는데 연습 없이 공연만 두 개 하면 오히려 공연 끝나고 잠을 푹 자니까 컨디션 좋아져서 괜찮았어요. 오히려 공연만 한 개 하면 힘들 때가 있어요. '지구를 지켜라'는 쿼드러플 캐스팅이라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일하는데 그럼 공연이 없는 월수목금일은 할 게 없는 거에요. 저는 원 캐스트로 출연해야 하는 작품은 또 어울리지 않고 더블 캐스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난쟁이들'이랑 '쓰릴 미'처럼 다른 장르의 작품을 같이 하면 몰입이 어렵지 않나?

ㄴ 아주 딥하게 빠져야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공연은 인물 반에 배우 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난쟁이들'과 '쓰릴 미'는 완전 다른 작품인데도 괜찮았어요.

마지막으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본, 보러 올 관객들에게 인사해달라.

ㄴ 일단 프레스콜 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세 '쇼' 중 내세울 건 조카의 비주얼 그것 뿐이에요(웃음). 정말 이 작품은 유행하는 형식의 작품도 아니고 모든 관객들이 좋아하는 대중성 있는 작품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뿐만 아니라 다른 두 형도 매력있고요. 이 작품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보면 볼 수록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작품 자체가 사실주의보다는 은은한 풍경화 같은 느낌이라서 보러 오시는 관객들의 심리 상태나 정서, 심박동에 따라 다른 공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캐스팅이 달라질 때도 다른 작품이 돼요. 관객과 배우간의 화학작용이 다이나믹하게 일어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음악도 좋고요. 벌써 추워졌는데 난방비 아끼고 따듯한 연강홀로 마츠코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저도 열심히 무대에서 관극하고 있을테니까요(웃음). 정말 보면 볼 수록 재밌어요. 여러분도 이 작품에 푹 빠지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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