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갤러리도스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서울 팔판동에 위치한 갤러리 도스가 김인영 ‘층 겹 켜'展을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단면'이라는 주제를 통해 역사의 흐름과 자연에 경이로움을 표하며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항상 지면 위에서 생활하지만 그 밑에 존재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시공간의 단층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지층의 단면은 겉으로 드러난 표면과는 달리 일부가 불연속적으로 잘려져야만 암석층들이 보여주는 물질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엿볼 수 있다.

김인영은 이러한 비가시적인 지층의 단면을 스캐노그라피(Scanography)라는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가진 디지털 방식을 이용하여 형상화한다. 선택된 색채들과 작가의 움직임이 만나는 순간 색들 사이에 변형이 일어나 서로 뒤섞이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무늬의 결들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물은 강 하류나 바다 속에 쌓인 모래, 자갈 등이 오랫동안 쌓이고 무거운 압력을 받아 굳어지며 생성된 지층의 단면과 유사하다.

작가의 선택이라는 요소가 일부 포함된 결과물이지만 행위의 주체자인 작가조차 완벽하게 결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하나의 무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철저히 우연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결과물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공간의 세계를 간결하게 요약하여 형상화한 듯 느껴지며 정지된 이미지이지만 마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형태가 변화할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불규칙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하게 만들어진 지층의 단면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김인영에게 낯선 틀을 대입하여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작업의 시작이자 작업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우리 눈앞의 현실에 놓인 모든 것들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그리고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해석된다. 작가의 손에서 탄생된 다채로운 결들은 뒤엉킨 색들과 각기 다른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해석과 상상의 여지를 남긴 채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내부가 외부로 드러나고 안과 밖이 전도되는 인식의 전환은 보는 이에게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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