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f(x)의 티져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 눈에 서로 다른 메이크업, 그리고 안대로 가린 한쪽 눈. 무언가 f(x)만의 느낌이 물씬 났다. f(x)는 이번 앨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앨범 구성은 지극히 SM Ent. 다운 구성이다. SM Ent.는 어떤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트랙들을 배치한다기보다는 듣기 지루하지 않은 배치로 앨범을 듣는 내내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한다. f(x)의 Red light 역시 그러한 구성이다. 타이틀 곡 'Red light'의 강렬한 사운드로 시작되는 앨범은 f(x)의 깜찍함과 독특한 표현력을 담은 'MILK'로 이어지고, 신비스러운 느낌의 '나비', f(x)만이 표현할 수 있는 톡톡 튀는 '무지개', 여성스러운 'All night', 발랄한 바캉스, 솔직함이 매력'적인 '뱉어내'와 'Boom Bang Boom', 비명소리가 매력적인 'Dracula'까지 귀가 즐겁다.. 마지막 두 트랙 'Summer Love'와 '종이심장'은 소녀다운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기면서, 이전 앨범 Pink Tape에서 보여주었던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걱정을 이어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f(x)의 사랑이야기는 늘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좋다. 사실 앨범을 들어보면 아주 예전 S.E.S의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특히 나비와 All Night가 그렇다.) 과거 S.E.S 앨범을 들으며 아 이런 사운드는 낯설다 했던 곡들이 있었다. 지금 소녀시대나 f(x)의 앨범은 그러한 사운드들이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특히 f(x)는 그러한 세련된 사운드에 f(x)만의 독특한 가사나 표현으로 과거의 사운드들을 현재에 맞게 잘 표현하고 있다. 모들 트랙을 파격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듣는 입장에서도 그리 반길 일은 아니다. 사실 그런 음악을 30분 이상 계속 들으면 오히려 피곤해질 것이다.

타이틀 곡 Red light는 비트의 변화가 분명한 곡이다. 하지만, 비트와 멜로디의 급격한 변화는 SM Ent.와 f(x)이 이미 여러 번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것으로 우리 귀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비트 변화는 더 이상 f(x)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타이틀 곡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바로 곡의 내용이다. 타이틀 곡 외의 곡들은 S.E.S나 소녀시대의 세련된 느낌이 든다면, 타이틀 곡은 S.E.S.나 소녀시대와는 분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Red light의 내용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전형적으로 SM의 남자 아이돌이 SMP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나타내는 정통 SMP의 걸그룹 버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정통 SMP처럼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힘이 바짝 들어가 있지도 않다. 여전히 f(x)의 정체성이 '우린 다른 걸그룹과 달라!!'인 것과 같이 그들이 이번 타이틀 곡 Red light로 이야기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f(x)가 다른 걸그룹과 다른 것을 표현하면서도 개인의 이야기를 해 왔다면, 이제는 세상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렇다고 보아의 Girls on top처럼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처럼 물질주의와 희생에 대한 이야기도 EXO처럼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현재 사회에 문제가 있어 현재 Red light가 켜졌고, 우리는 그 신호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여기서 다시 f(x)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싶다. 다른 걸그룹과 달리 타이틀 곡으로 전면에 사회와 세상이야기를 내걸었다. 이는 f(x)의 시선이 개인과 내부에서 세상과 외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SMP에 비해 힘을 빼는 방법으로 SM의 전형적인 SMP가 아닌 f(x)만의 SMP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강렬한 이미지를 내세워야 하므로 자칫 섹시함이 부각될 수도 있으나 f(x)는 이번에도 역시 섹시함은 부수적인 이미지로 가지고 가고 있다. f(x)의 섹시함은 음악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은근하게 나타날 뿐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의상 역시 제복이라는 컨셉과 소재를 통해 강렬함을 표현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f(x)다운 귀여움이 공존한다. 안무도 SM Ent.답게 군무와 동선활용으로 직선과 곡선이 잘 조화되어 있다.

보아의 Girls on top 이후로 SM에서 여성 버전 SMP는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f(x)의 이미지에 꼭 맞는 Red light의 출현은 f(x)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SM Ent.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매우 신선하고 반가운 일이다. 외부로 향해진 f(x)의 시선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발전해가면서 정체성을 지키고 또 변화시켜갈지 궁금하다. 아마도 Red light는 이러한 f(x)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아닐까.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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