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신과함께' 하정우가 말하는 '신과함께-죄와 벌' VS '1987' 차이점 ①에서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먹방 장면'이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신과함께'와 '1987' 둘 다 나오던데? (웃음)
└ '신과함께'에서 육개장을 먹는 장면은 인간적으로 보이기 위해 넣은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저승차사이기에 육개장을 먹다가 뱉은 것 같다. '1987'에서 자장면을 먹을까 말까한 장면을 본 친구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고 농담까지 했다. (웃음)

알다시피, 인터넷에선 당신의 먹방이 유명하고 심지어 매 작품마다 당신의 먹방이 짤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 인터넷에 올라오는 나의 먹방 짤에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미 7년째다. (웃음) 과거에는 내가 연기한 인물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왜 먹방짤이 나올까 신경 썼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것 또한 보너스 트랙이다. 건빵에 들어있는 별사탕처럼 관객들이 영화 관람하는 데 있어 재밌는 흥미 요소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어느 기자분이 만약 두 영화로 2천만 명 기록하면 먹방 라이브 공약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는데 거절했다. (웃음)

▲ ⓒ 롯데엔터테인먼트

'추격자'와 '황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윤석 배우와 '1987'에서 3번째 만남이었는데, 특별한 게 있었는지?
└ 그걸 찾으려고 노력했다. (웃음) 윤석이 형은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지만, 작품으로는 '황해' 이후로 7년 만이었다. 골목에서 윤석이 형과 함께 대치하는 장면을 함께 찍으면서 윤석이 형의 어떤 점이 바뀌었나 찾아보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웃음) 그래도 여전히 편안 형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촬영한 게 기분이 좋아서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난 5월말 '1987' 촬영현장에서 김윤석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윤석이 형과 처음 만났던 '추격자'는 우리 모두 첫 주연작이었고, 나홍진 감독님 또한 데뷔작이었다. 그래서 서로가 혼자 나오는 장면 때도 응원차 구경갔고, 나 감독님과 우리 모두 눈에 불을 켤 만큼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날 때마다 윤석이 형과 둘이서 술 먹은 날도 많았다. 우리는 음주 패턴도 똑같다. 주 요리가 나오기 전에 술을 비우고 일어난다. 이게 맞아서 참 좋았다. (웃음)

▲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컷

듣자하니,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고르는 기준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맞는가?
└ 맞다. '누가 영화를 만드냐'가 가장 중요하다. 대본이 부족해도 감독이나 제작자가 좋으면 대본이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대본이 훌륭하지만,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결국, 대본도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사랑받거나 외면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고, '신과함께'나 '1987'을 선택한 기준도 그랬다. '1987' 언론시사회 당시 장준환 감독님이 "10년간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열매를 맺는 천연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발언도 첫 만남에서 느꼈다. 참고로 처음 내가 받았던 '1987'의 대본과 영화의 완성본은 매우 다르다.

아무래도 제작자·연출자를 경험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 그런 것도 있다. 수많은 작품으로 많은 제작자와 감독님을 만나며 작품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봤다. 예를 들어, 대본이 물 샐 틈 없이 훌륭하지만, 감독이 배우와 말이 통하지 않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어 같이 작업하는 데 피곤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접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은 대체로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지도 못했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도 그런 상황들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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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때 당시와 지금의 하정우는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가?
└ 그때와 달리 지금은 사람들을 대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워졌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졌다. 촬영현장은 언제나 자기와 싸움이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때가 있고, 순간적으로 욱하거나 짜증 내고, 일하는 도중에 감정싸움이 나올 것 같을 때가 있지만, 감정을 추스르려고 노력했다.

반면에 어렸을 때는 참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표출했었다. 이 버릇을 연출을 직접 하게 되면서 바뀌게 되었다. 연출자로서 모니터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볼 때, 모든 게 다 잡혔다. 배우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났거나, 힘들어하는 게 고스란히 다 보였다. 그걸 보며 과거에 투정 부렸던 게 다른 스태프들이 다 지켜봤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졌고 불편했다. 이를 계기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고, 한 단계 성숙했다.

그래서 일할 때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게 많아졌고, 좀 더 조심하려고 한다. 내 기분만큼 상대방 기분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말수가 줄어들었고, 남을 웃기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가슴이 아프다. (웃음) 평소 성격이 유머와 개그를 하는 걸 좋아하며, 어느 자리를 가더라도 남을 1분 만에 춤추게 할 수 있는 입담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타인을 웃게 만드는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그게 요즘 고민이다. (웃음) 하지만 이 점을 잃어버린 만큼 분명 얻은 것도 있을 것이다.

▲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컷

과거 한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출연한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걸 봤다. 그렇다면 배우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예술적 재능을 뽐내는 하정우 당신은 보통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얻는가?
└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얻는다. 밖에 나가 누군가와 만나는 걸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다. 일하는 동료가 아닌 일반 친구들과 같이 돌아다니는 걸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해왔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자주 여행 간 것이 도움 되기도 했다. 한번은 '군도' 촬영이 끝난 후 한 달간 주어진 시간이 있어 혼자 하와이에 여행 갔었는데, 1주일간 앓았다. 외지에서 아프니까 공포심도 생겼고 하와이까지 싫어졌다. 그런데 혼자 여행하겠다고 쿨하게 집 밖으로 나왔는데 다시 집에 돌아가려니 막막했다. (웃음) 다행히 일주일 만에 몸이 괜찮아졌다.

남은 기간에 강가에 앉으면서 어디로 갈까 고민했으나, 어디로 가고 싶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쉬는 것도 일하는 것처럼 노력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억지로 하와이에서 한 달을 버텼다. 뭘 해야겠다고 계획하지 않고 그저 버티는 심정으로 지냈는데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쉬는 것 또한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그 이후로 계획적으로 쉰다. 일하는 것보다 더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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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PMC' 촬영이 끝나고 열흘간 휴가가 생겼을 때, 한 달처럼 써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제일 먼저 핸드폰을 두고 숙소를 나왔다. 그리고 그곳 풍경을 보며 많이 걸었다. 하루에 10시간씩 4~5만 보 정도 걸었고, 세어보니 260km더라.

휴가 이후 본격적인 영화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에 걸으면서 2년간 내가 참여했던 작품들에 대해 하나하나 떠올리며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점을 말할까 하나하나 정리하기도 했다. 그렇게 영감을 얻곤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걷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577프로젝트'를 만든 건가?
└ 그때도 뭔가를 느꼈다. 3주간 577km를 걷고 해남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깨달음과 환희가 용솟음치겠지 생각하며 매일 매일 힘든 걸 이겨내며 걸었다. 하지만 막상 해남에 도착하니까 아무것도 없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꿈꿨던 도착지에서 느껴야 할 무언가가 없어 실망스러웠고, 허무함을 느꼈다.

그날 저녁에 다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예정되었는데, 허무함과 실망감에 충격받아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서울에 돌아온 지 2주가 지난 후였을까, 그때부터 뭔가 모르게 기분이 안정되고 좋았다.

그때부터 '인생은 이런 거구나' 등 대장정 했던 기억에 맞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웃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걸어가는 과정을 여정이라고 하면, 나의 여정을 한 발짝 떨어져 처음부터 복기하면서 '따뜻한 경험이구나'로 시작해 자체 깨달음이 마구 떠올랐다. 그때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 때문에 지금은 만보기까지 휴대하면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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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다. 그동안 유독 하정우는 멜로 장르의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혹여나 할 생각이 있는가?
└ 매우 하고 싶다. 그래서 한 번은 김용화 감독님께 차기작으로 멜로 영화 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더니 다른 작품 해야 한다고 거절하셨다. (웃음)

요즘 국내영화에서 멜로 장르가 거의 없다. 과거에 멜로영화를 만드셨던 감독님들도 이젠 잘 안 하려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제작해볼까 시도하자니, 이에 부응할 신인감독을 찾아야 하고 아직까진 못 만났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요즘에도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이 보이는데, 진지하게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한 편 참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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