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오는 26일과 27일 양일에 걸쳐 중세음악 전문 연주단체 무지카 템푸스의 '중세만세'가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작품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이야기와 노래, 춤으로 구성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친 중세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중세만세'를 기획한 무지카 템푸스는 국내 유일의 중세와 초기 르네상스 음악 전문 연주단체로 바로크, 르네상스시대의 원전연주에 비해 아직 잘 알려진 바가 없는 중세음악을 연구하고 있다. 무지카 템푸스 측은 "오리지널 악보(네우마)와 원전악기의 연주법을 통해 국내 서양고전음악 연주와 감상의 경계를 확장하고 대중화시키기 위한 시도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무지카 템푸스는 지난 8월 (사)춘천국제음악제가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고음악 축제 20주년 행사에 참여하여 사전공연을 마친 바 있다. 또한, 10월에 개최된 춘천국제고음악제에서 첫 단독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으로부터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중세만세'는 공연장과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클래식 연주회 양식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코더와 비올라 다 감바, 허디거디, 중동타악기와 타악기 등으로 구성된 무지카 템푸스의 모든 연주는 음향장비 없이 그대로 연주된다. 특히, 무엇보다 관객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고악기 특유의 음색을 들려줄 것이며, 중세음악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자유롭게 서로 어우러지며 공연에 대한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뮤지컬, 다큐멘터리씨어터, 연극 등의 제작, 연출로 활동하고 있는 해보카 프로젝트의 장병욱 연출과 그를 중심으로 다년간 협업을 해온 탄탄한 제작진의 구성이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중세만세'는 중세음악이 가진 연극성과 축제성이 반영된 공연이다. 중세시대에는 공연장에 음악을 들으러 가는 형태가 아니었으며, 현재와 같은 대형 콘서트홀이 생기기 훨씬 이전으로 관객과 연주자가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흥청망청 자연스럽게 술과 음악을 즐겼다. 중세의 음유시인들이 동네 술집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음악과 재담을 연극적으로 들려줬던 것처럼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연주자들도 관객들에게 중세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중세시대 악보를 함께 읽으며 그 시대의 노래를 함께 불러보기도 하고 관객들은 어느새 흥에 겨워 춤추고 즐기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수동적인 감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중세 시대의 생활상과 정서를 경험하고 본질적인 원전 연주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중세만세'를 만나게 될 도심 한복판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오디오가이는 녹음스튜디오를 겸비한 소규모의 공간이다. 일반 공연장보다는 더욱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무대미술과 실내장식 효과로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다른 시대로 진입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바흐나 헨델, 비발디의 곡들은 원전연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반면, 중세시대의 음악은 우리 귀에 생소할 뿐만 아니라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그만큼 충분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악보도 원시적이고 우리가 아는 악보의 형태와 매우 다르다. 또한, 연주하기 위한 악기의 복각도 쉽지 않다. 중세시대에 썼던 네우마(Neuma)라는 악보는 가사 위에 음의 길이와 억양을 묘사하는 형태로 시작되었고, 교회음악 중 그레고리안 성가에서 쓰인 단성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악기와 화성이 더해지며 다성음악으로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오선지 악보 형태가 되었다.

서양음악의 뿌리가 되는 이러한 중세시대의 음악을 연구하고, 고악기 연주를 대중화시키고자 창단된 무지카 템푸스는 리코더 박경리, 비올라 다 감바 강지연, 타악기 윤현종과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계피자매'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이번 공연에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계피자매는 '허디거디'라는 중세음악에 쓰였던 악기를 연주하는 강희수, 중동타악기를 연주하는 성현구로 구성된 2인조이다.

무지카 템푸스가 선보이게 될 '중세만세'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작곡가인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곡을 네우마 악보 그대로 연주하며 무대를 연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연이 담긴 곡들을 이어서 연주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공연프로그램은 당시 음유시인들의 서정시가 담겨있는 노래들로부터 최후의 음유시인이자 14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기욤 드 마쇼의 곡 등 미사곡, 기악음악과 세속적인 노래들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현존하는 최초의 기악음악인 에스탕피(Estampie)라는 춤곡을 중심으로 작자미상의 다양한 춤곡도 들려줄 예정이다. 무지카 템푸스가 준비한 중세음악에 관한 리듬, 템포, 다이나믹, 악기 구성, 특징을 영상 등의 시각효과와 연주자와 관객간의 소통으로 재현하고 풀어내며, 서로의 상상이 더해진 중세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 공연에는 주류와 음료 그리고 간단한 음식이 제공되며 예매는 플레이티켓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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