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활약 중인 배우 이명행 인터뷰

   
지난 6일 대학로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참여한 배우 이명행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문화뉴스]
70년대 로맨티스트 청년 '박봉팔', 80년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낸 청년 '오민호', 19세기 러시아의 니힐리스트가 되고자 했던 '아르까디', 상처 많은 애나의 마음을 3일 만에 열어버리는 '훈',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사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몰리나', 고려의 토지문제를 광적으로 연구하는 토지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조준'까지.

지난 한 해, 다양한 역할들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2015 문화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연기변신 상'에 선정된 배우 이명행을 지난 6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배우는 현재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준 역을 동시에 맡고 있다. 자신의 1년을 돌아봐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이 배우는 따뜻한 목소리로 '사랑'을 강조하고 있었다. 극중에서 '사랑'을 추구하는 몰리나 역과도 겹치는 부분이다. 사랑이 많은 배우가 사랑을 동경하는 역할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 배우는 현재 공연 중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몰리나 역(오른쪽)을 맡았다 ⓒ 악어컴퍼니

올해 참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연극부터 드라마까지. 한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변신'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닐 것 같다. '2015 문화뉴스가 선정한 올해의 연기변신 상'에 선정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ㄴ 우선 상을 받게 돼서 너무 기쁘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작품 자체다. 그래도 올해는 내가 맡을 캐릭터들의 편차가 큰 것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했다. 운이 좋아 올해는 쉬지 않고 작업을 꾸준히 했는데, 비슷한 역할이나 이미지의 캐릭터들은 저 스스로도 부담되는 지점이다. 제의 받는 작품들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긴 했지만 '이런 역할은 해보고 싶다', '이런 역할은 전의 것과 겹치지 않을까' 하면서 편차가 있는 캐릭터들을 선택했다. 그래서 이런 상을 받게 됐나 싶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분들께 누누이 말씀드리는 것은 '사랑'이다. 작품, 그리고 내가 연기하는 역할을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역할을 사랑하는 지점을 관객 분들이 봐주신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사실 배우이기 때문에, 스케줄이 겹치지 않는 이상 기꺼이 작품을 하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서 운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제안 받는 작품들이 내 비슷한 이미지들을 소비하지 않게끔 들어왔다. 그런 지점에서 많은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다.

현재(지난 6일)도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터미널',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모두 출연하고 있다. 지치지는 않는지.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ㄴ 나름 바쁘게는 살고 있지만, 스케줄이 서로가 서로한테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들이 아니어서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다. 오히려 이사한 지 얼마 안돼서 페인트칠하고 작업하느라 힘들다 (웃음).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연극 '만추'에서 훈 역을 맡았다(왼쪽)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ㄴ 5년 전에 '거미여인의 키스'가 무대에 올랐을 때에는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작사에서 연극배우들 위주로 가고자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까지 제안이 왔다. '거미여인의 키스'의 몰리나라는 역할은 '배우들의 초상'과도 같은 이미지가 있다. 사실 5년 전의 공연을 본 적은 없고, 예전에 영화로 작품을 접했다. 85년도 영화에서는 몰리나 역에 윌리엄 허트(William Hurt)가 맡았었다. 어렸을 때 본 그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했다. 배우를 꿈꾸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여자를 연기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윌리엄 허트를 보며, 무조건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게 배우가 아니라, 약하면서도 전혀 다르게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게 배우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거미여인의 키스 캐스팅 제안 왔을 때, 책이나 대본을 따로 더 읽어보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이번 몰리나 역은 여성적인 몸짓, 목소리의 디테일을 잘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몰리나 역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혹 참고한 인물이 있는가?
ㄴ 연기를 함에 있어 '나'로서 시작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참고하며 작업에 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몰리나 역할을 맡게 되고서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를 다시 봤다. 영화 속의 몰리나에 영향을 받은 것 같기는 하다. 참고로 예전에 극공작소 마방진의 '칼로막베스'라는 연극에 출연한 적이 있다. 거기서 여자 역할을 맡았다. 마방진 스타일인지라 리얼한 여성보다는 과장되고 과격한, 그리고 욕망이 가득 찬 여성이었다. 워낙 칼싸움이 많고, 남성들이 많다 보니 그 안에서 기에 눌리지 않으려고 했다. 강렬한 무언가를 내뿜으려고 하는 여성이었다. 그 작품에서의 여성의 느낌도 도움이 됐다. 그런데 몰리나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몰리나를 연기하면서 굳이 여성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자였으면 좋겠다'라는 몰리나의 마인드는 계속 갖고 있었다.

   
지난 9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아르까디 역(가운데)을 맡았다 ⓒ 국립극단

'거미여인의 키스'라는 제목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다. 남성 간의 사랑이지만, 몰리나는 어느새 '여인'이 되어 있었다. 이명행 배우는 연극 '프라이드'에도 출연하신 바 있으며, 성소수자 개중에서도 특히나 동성애자 역할을 두 번이나 맡았다. 남성 간의 사랑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여성'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연극 '프라이드', '히스토리 보이즈' 등에서도 동성애자 역할을 맡았었다. 그때의 기억을 얘기하고자 한다. '프라이드'를 하면서, 올리버를 사랑하는 필립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는 상대 배우(박은석, 오종혁)들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로 생각하며 사랑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한계에 부딪혔다. 이 사람을 여자라고만 생각하니, 그 사람 자체로 보지 않게 돼 벽에 부딪힌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접근을 버리고 '이 친구는 은석이, 은석이가 연기하는 올리버,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아'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구체적인 성행위로 들어가면 분명히 남성과 여성의 역할로 나뉠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성격까지는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몰리나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쉬웠다. 여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자를 남자로 보고, 여자를 같은 여자로 보고 그런 선이 명확히 지어져 있었기에, 그런 지점에 있어서 오히려 몰리나는 편했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ㄴ 발렌틴의 대사 중 "더 이상 너를 폄하하지마"라는 말이 있다. 맨 마지막에 발렌틴이 몰리나와 헤어지게 된 상황에서 "그래, 너는 좋은 사람이니까 너 자신을 역겹다고 생각하지마", "너 자신을 폄하하지마"라고 얘기한다. 몰리나 입장에서 작품을 봤을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말라는 말이 정말 와 닿았다. 그러나 몰리나 입장에서 공연을 하는 중에는 발렌틴의 이 대사가 너무 고마운 대목이었다. 이 사람이 나를 여자로서, 한 상대로서 사랑해주지는 않을 거지만, 그래도 나를 굉장히 아껴주고 있구나 싶었다. 남녀 간의 애정관계는 아니어도 큰 의미로 사랑해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 악어컴퍼니

발렌틴은 정말 몰리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하는가?
ㄴ 우선 스토리 자체를 보면 발렌틴은 몰리나를 사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몰리나는 발렌틴 곁에 있고 싶어 하지만, 발렌틴은 그걸 외면하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 된다. 그렇다면 발렌틴은 왜 몰리나와 육체적 관계를 가졌느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그들이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떠오른다. 둘 밖에 없고,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 발렌틴의 사랑은 다른 의미의 사랑이었던 듯싶다. 알콩달콩한 남녀 간의 애정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발렌틴은 동성애자가 아니다. 동성 간의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개인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경험은 아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의 행동이 몰리나를 사랑했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몰리나의 마지막 죽음이, 사랑하는 이를 위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선택한 '희생'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발렌틴의 말처럼 의를 위한 죽음이라 생각하는가? 몰리나의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이 배우의 생각이 궁금하다.
ㄴ 몰리나한테는 감옥이 (바깥보다) 훨씬 행복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니까 말이다. 이 공간에서 발렌틴이 자신을 품어줬고 자신이 원했던 키스도 진심으로 해줬다. 그런 지점에서 몰리나는 평생 이루고 싶었던 자신의 사랑을 이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물론 이 상대방이 "너를 영원히 사랑해"라는 식으로 몰리나를 사랑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리나는 발렌틴에게서 충분히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몰리나가 자살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렌틴을 도왔던 것은, 아주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것을 다 걸었기 때문이 아닐까? 몰리나의 대사 중에 "나는 어제 너랑 자고 나서 다시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라는 대사가 있다. 모든 것을 이룬 후, 몰리나는 자살이나 다름없이 모든 상황을 앎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것이 꼭 죽어야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하지만 일이 잘돼서 발렌틴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있었을 것이다. 몰리나는 죽으면서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사실에 후회는 안했을 것 같다.

 

   
이 배우는 현재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 SBS

연극,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배우가 출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에 출연했다. 어떤 장르가 '배우 이명행'을 드러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ㄴ 그 부분은 장르라기보다는 작품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장르를 꼽아보자면, 어쨌든 나는 연극으로 시작했고 연극 무대에 많이 서니 연극이 제일 편하고 좋다. 다른 장르들에 비해서 말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해본 것은 영화다. 자그마한 배역들이지만, 매우 재밌었다. 계속 해보고 싶은 장르다. 뮤지컬과 드라마가 올해 처음 도전해본 장르다. 드라마는 지금 출연하면서 드라마의 제작 환경,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나에 대해 배우고 연구하고 적응해가고 있는 시기다. 지난 번 뮤지컬은 극에 참여하는 배우로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가수 역할로서 노래한 것이라 제대로 뮤지컬을 했다고 보기는 좀 저어된다. 기회가 되면 노래 연습을 더 해서 작은 역할부터 뮤지컬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

 

   
지난 5월에는 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오민호 역을 맡았다(왼쪽)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계에서는 이 배우의 팬클럽도 유명하다고 들었다. 팬들이 배우 뿐 아니라, 현장 제작진들까지 챙기는 엄청난 내조를 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팬클럽 'Honey bee'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ㄴ 팬클럽이 만들어진 건 2014년 초였다. 팬 분들이 말씀해주시기로는 연극 '프라이드' 연습 때였다. 공연을 자주 보러 오시던 한 팬 분이 "배우님 싫어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팬클럽을 만들었다"고 말해줬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프라이드' 때부터 팬클럽 친구들이 정말 내조를 잘해줬다. 연습과 공연마다 와주셔서 이것저것 챙겨주신다. 개인적으로 우리 팬클럽을 '꿀벌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웃음), 꿀벌 친구들이 내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 가끔 공연이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 앉아있는 그 친구들을 보거나, 공연 끝나고 잘 봤다고 인사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힘이 난다.

혹시 이 자리를 빌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꿀벌회 친구들은 가족 같다. 늘 얼굴이 보이든 안 보이든 기댈 수 있는 지점을 나한테 주고 있다. 대학로에 아는 선후배도 생기고 극단 식구도 있지만, 그런 걸 떠나서 작품을 할 때 최소한 우리 꿀벌 친구들은 이 작품과 내가 하는 역할을 사랑해 주겠지, 라는 신뢰와 애정이 있다. 정말 힘이 된다. 고맙다. 그 친구들한테 늘 하는 얘기라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극공작소 마방진 1기 단원이라고 알고 있다. 고선웅 연출과 극공작소 마방진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ㄴ 학교 졸업하고 처음 1년 동안 여기저기서 다양한 작업을 했다. 내 성향이 안정된 것을 추구한다. 당시 어느 극단에 소속돼 안정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 떠돌아다니다 보니 어디 발붙이기 힘들어서 불안했었던 탓인지 말이다. 어느 극단에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차에, 극공작소 마방진이 처음으로 단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 연출님은 학교 선배다. 중앙대 연극 동아리 선후배 사이다. 때마침 이진경 작가가 선웅이 형이 대표로 있는 마방진에 같이 참여해보자고 말했다. 정말 좋았다.

아직까지도 극단 작업을 놓지 않는 이유는 고맙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리얼리즘 연기에 대해서는 많이 배우지만, 어떤 표현주의적인 연출이나 연기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커리큘럼으로 공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방진은 마방진만의 스타일이 있다. 극단에서 강렬하고 인상적인 스타일을 체화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진짜 대학과정으로 느껴졌다. 리얼리즘 연기 공부만 하다가 극단에 와서 강렬한 스타일을 익히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던 게 지금의 '나'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기회였던 것 같다.

내 연기 인생에 있어서 고 연출님은 빼놓을 수 없다. 의도를 하셨든, 자연발생적으로 그렇게 됐든 간에 '이명행'이라는 극단 배우를 잘 경영해주셨다. 처음에는 이런 역할, 다음은 저런 역할 등, 극단에서 여자, 마초, 소심한 남자, 강렬한 인물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이번에 받은 '연기변신'상이 무척 뜻 깊다. 고 연출님이 나를 참 잘 써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이명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극단은 연기를 시작한 곳이니까 물론 저버릴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것 이상으로 더 극단에 애정을 가지며, 이곳이 내 뿌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고 연출님이 단지 연기에 대해서만 가르쳐주신 게 아니라, 삶에 대한 말씀, 배우의 인생에 대한 말씀도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송년회에서도 배우의 의지, 꿈을 끊임없이 환기해야 한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극단 첫 생활에서도 (삶과 연기의) 화두를 던져주셨다.

삶의 태도, 배우로서의 태도에 대해 고 연출님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인생의 참 스승인 것 같다. 마방진 단원들은 '사랑'에 대해 많이 얘기할 것이다. 연출님이 늘 말씀하시는 게 사랑이다. 나도 자꾸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모두 연출님께 배운 것이다. 그 인연에 대해 정말 고마워하고 행복해하고 있다.

 

   
이 배우가 출연했던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포스터

극공작소 마방진의 다음 작품에 출연할 계획은 있는지?
ㄴ 요즘 마방진 신작이 자주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는 신작을 기다리는 중이다. 신작이든 아니든 간에 고 연출님께 계속 얘기한다. 제발 나 좀 써달라고(웃음). 마방진 작품에 캐스팅될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송년회에서도 그렇게 얘기하고 왔다. 극단 작업 정말 하고 싶다.

올해 계획이 궁금하다.
ㄴ 지금 출연하는 공연 작품들은 1월에 모두 마무리한다. '터미널'은 이번 주(지난 6일 기준), '거미여인의 키스'는 1월 말에 끝난다. 2월부터는 '보도지침'이라는 연극 연습에 들어간다. '보도지침' 공연은 3, 4월에 진행될 것 같다. 또한 국립극단의 '갈매기'에도 출연하게 됐다.

 

   
ⓒ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ㄴ 사랑만큼 '믿음'이 중요한데, '저 배우는 어쨌든 허투루 뭘 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아가서는 '저 배우를 보면 늘 무언가가 환기가 돼'하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자신의 무언가를 환기할 수 있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럴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것 아닐까(웃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배우 이명행은 끝내 이 기사를 읽는 모든 분, 자신의 공연을 보러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랑하면서 삽시다"라고 말이다. 그는 연기를 사랑하고, 작품을 사랑하고, 관객을 사랑하고, 동료를 사랑하고,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사랑할 줄 아는 배우였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것은 단지 너와 나의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힘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곤 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이명행이 있기까지 언제나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배우로서 현재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다양하고 아름다운 변화들도 꾀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한편, 특유의 귀엽고 매혹적인 성격으로 몰리나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이명행은, 오는 31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터뷰, 글, 사진, 영상]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편집]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영상 편집]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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