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환기·자연 냉난방 시스템으로 주목
믹 피어스, 흰 개미집의 원리로 이스트게이트 센터와 시의회 청사 설계
영국 큐가든, 유리온실에도 흰 개미집 원리 적용해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개미는 자연에서 집을 가장 잘 설계하는 생명체 중 하나이다. 땅속에 집을 지으면서 기능에 따른 방들을 설계하고, 외부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름은 개미이지만 분류학적으로 바퀴벌레에 더 가까운 흰개미 역시 뛰어난 설계자이다. 

흰개미는 목재, 종이, 곡물 등에 해를 입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해충으로 더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흰개미 역시 개미 못지않은 훌륭한 건축가로 흰 개미집은 일찍부터 건축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흰 개미집의 비밀

전 세계에 분포하는 흰개미 중에서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흰개미의 집은 섭씨 50도까지 치솟는 사막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지상에 흙을 높게는 9m까지 쌓아 집을 짓는데 땡볕 아래에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아프리카에 있는 흰개미집의 모습. 흰개미는 높게는 9m까지 집을 높게 짓는다./사진=Unsplash  ©Jeremy Bezanger
아프리카에 있는 흰개미집의 모습. 흰개미는 높게는 9m까지 집을 높게 짓는다./사진=Unsplash ©Jeremy Bezanger

하지만 뜨겁고 건조한 외부환경에도 흰 개미집의 내부는 적절한 습도, 29~30도를 유지하는데, 집의 구조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흰 개미집 내부에는 버섯과 곳곳에 구멍들이 있는데, 버섯의 성장으로 열이 발생하면 따뜻해진 공기가 대류 현상으로 위로 올라 밖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때, 기압차로 인해 땅속 차가운 공기가 자연스럽게 흰 개미집 내부로 들어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또한, 구멍을 여닫으며 내부 환경을 조절한다.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er)

짐바브웨에 있는 쇼핑몰이자 오피스빌딩인 이스트게이트 센터는 흰 개미집의 자연 냉난방 원리를 이용해 아프리카의 무더운 여름도 에어컨 없이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이다. 

 

흰개미집의 자연냉방, 자연환기 시스템을 도입한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센터./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흰개미집의 자연냉방, 자연환기 시스템을 도입한 짐바브웨 이스트게이트 센터./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환경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는 흰 개미집의 환기 원리를 보고 건물 옥상에는 60여 개의 굴뚝을 만들어 건물 안의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고, 건물 일 층에는 선풍기를 설치해 찬 공기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흰 개미집의 자연 냉난방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더운 여름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내는 쾌적해지지만, 실외기가 거리에 내뿜는 열기와 사용되는 온실가스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흰개미집과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자연냉방 원리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흰개미집과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자연냉방 원리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따라서 평균온도 34도 이상인 짐바브웨에서 에어컨 없이 시원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이스트게이트의 냉난방 시스템이 친환경 건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에어컨을 가동하는 전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사 건물에 비해서 10% 이상 절감되어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멜버른, 시의회 청사(Council House 2)

호주 멜버른에 있는 시의회 청사 역시 흰 개미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계된 건축물이다.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 센터의 건축가인 믹 피어스(Mick Pearce)의 설계로 흰 개미집의 자연 대류, 열용량, 수냉각법, 굴뚝 환기 등을 모방했다.

시의회청사는 이스트게이트 센터와 유사하게 더운 공기를 굴뚝을 통해 배출해 에어컨 없이도 24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 최초 그린스타 6성등급을 획득하면서 친환경 건물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호주 최초 그린스타 6성등급을 획득하면서 친환경 건물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사진=믹피어스 공식홈페이지

또한 샤워타워, 냉각 천장, 수직 식물, 목제 차양 등으로 에어컨만이 아닌 다양한 패시브 시스템을 병용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 청사는 일반 건물대비 이산화탄소 방출량 87%, 전기소비량 82%, 물 사용량 72%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며 호주 최초 그린 스타* 6성 등급을 획득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샤워타워의 모습./사진=믹피어스 공식 홈페이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샤워타워의 모습./사진=믹피어스 공식 홈페이지

한편, 멜버른 시의회 청사는 흰 개미집 외에도 다양한 생태모방을 적용했는데, 건물의 외관은 피부 시스템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스타 등급: 건물의 환경적인 디자인과 성과의 수준에 따라 평가하는 그린 빌딩 평가 기준, 우리나라의 녹색건축인증과 유사

 

영국 큐가든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Davies Alpine house)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는 영국 왕립식물원인 큐가든 안에 있는 유리 온실로 일 년 내내 서늘한 환경에서 자라는 고산 식물들이 모여 있다. 고산식물이 어떻게 온도가 주로 높게 설정되는 온실 안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일까? 

 

영국 큐가든 내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사진=윌킨슨 에어 홈페이지
영국 큐가든 내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사진=윌킨슨 에어 홈페이지

비밀은 바로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투과시키는 유리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흰 개미집의 패시브 쿨링*을 이용한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의 냉난방 시스템에 숨겨져 있다. 

*패시브 쿨링: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여름철 소요되는 냉방 에너지를 줄이고 냉방효과를 확보한다는 개념 – 대한건축학회 건축용어사전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사진=윌킨슨 에어 홈페이지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사진=윌킨슨 에어 홈페이지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는 큰 두 개의 아치로 되어있는데, 이 아치들은 굴뚝효과*로 따뜻해진 공기를 건축물 밖으로 밀어낸다. 건물 지하에 있는 콘크리트 미로를 통과한 차가운 공기는 이후 실내에 적절히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재순환한다.

이렇게 흰 개미집의 자연 환기·냉방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온실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스 알파인 하우스는 외관의 미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높은 에너지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굴뚝 효과: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 온도 차이로 인해 공기가 유동하는 것 – 두산백과 두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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