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지는 순간이 골든타임
브루스 먼로(Bruce Munr)의 세계로 빠져들다

브루스 먼로(Bruce Munr)와의 인연은 2015년 제주로 거슬러간다. 대단한 작가를 만나는 흥분이 참 좋았다. 작가의 배경보다 그의 작품에 매료된 나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이후 서울과 제주에서 여러 차례 만남 중에 인상 깊게 남은 것은 후덕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지루한 ‘평이함’과 늘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지독한 ‘순수함’이다. 아내와 4명의 아이들과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고 제주에 특별히 관심을 많던 그는 모든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렇게 아주 지극히 평범한 대화 속에서도 무한히 펼쳐지는 상상력이 느껴지는 그런 만남이 참 좋았다.

해질무렵의 필드 오브 라이트 모습
해질무렵의 필드 오브 라이트 모습

그의 다양한 작품은 세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환상적인 작품은 필드 오프 라이트(Field of Light)로 현재의 아내와 호주 중부 지방을 여행하는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2016년 3월 49,000제곱 미터가 넘는 면적을 차지하는 거대한 대지 예술 조각인 ‘Uluru Field of Light’를 설치했다. 이후 무기한 연장되어 영구 전시 중이다. 2018년 제주에서는 3천 평 규모로 필드 오프 라이트가 설치되었지만 애석하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철거되었고 2019년 5월 캘리포니아의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에 8년을 계획하고 설치되었다.

Field of light 작품 전경 1
Field of light 작품 전경 1

필자는 캘리포니아 사막을 4시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와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중간에 위치한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에 도착했다. 공식 명칭은 ‘El Paso de Robles’로 보통 파소’(Paso)’라고 불리며 스페인어인 ‘Paso’의 지나가다, 통행의 의미와 참나무를 뜻’하는 Robles’의 의미가 담긴 ‘오크의 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 루이스 오비스포 북쪽에 있는 175마일(Mile/282Km) 길이의 ‘살리나스 강(Salinas River)’에 위치한 도시로 온천이 유명하며 32,000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이곳은 25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는 지역으로 관광수입이 도시의 주 수입원일 만큼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관광도시이다. 올리브오일 생산과 광고에서 보던 캘리포니아 아몬드가 대부분 이곳에서 재배되어 한때는 ‘아몬드 도시’라고 불렸다고 한다. 또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Double Barrel Ale’을 만드는 Firestone Walker Brewing Company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수백 개의 와이너리와 세계적인 맥주라니 알코올(Alcohol)과 인연 깊은 곳으로 애주가들의 성지가 아닌가.

Field of light 작품 전경 2
Field of light 작품 전경 2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한 걸음마다 먼지가 번지는 길을 지나 다소 생뚱맞은 엑스레이 검사기가 나온다. 그곳이 브루스 먼로의 작품세계로 관통하는 문이다. 입구로 들어가면 소박한 라이브 무대와 몇몇 아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설치물이 있는 앙증맞은 공간이 있다. 이곳을 지나 좌우가 막힌 길로 진입하며 ‘와~’라는 탄성과 함께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진다.

'Field of Light' 작품사이의 산책로
'Field of Light' 작품사이의 산책로
브루스 먼로의 작품 'Light Tower'
브루스 먼로의 작품 'Light Tower'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다. 모두의 손에는 핸드폰과 카메라가 들려있다. 어두워지는 붉은 노을과 함께 밝아지는 필드 오프 라이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깊숙이 자리한  라이트 타워(Light Tower)까지 넓은 작품 세계를 산책한다. 한편에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먼로의 새로운 작품들이 선보일 계획이라는 소식에 다시 이곳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졌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현실과 다른 공간을 만나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글, 사진 ㅣ 이상진 디렉터 @creatorsa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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