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약속 깨고 '반쪽 철거' 추진에 입주예정자 "또 꼼수" 비난
아이파크 철거 축소 알고도 광주 서구청은 9개월 동안 '나몰라라'
철거계획 변경사유도 안 따져…입주예정자들, 서구청장 면담 요구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주 예정자의 요구대로 화정동 현장의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주 예정자의 요구대로 화정동 현장의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뉴스 주진노 기자] 유례 없는 붕괴 사고로 여섯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가 이번에는 ‘철거 범위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광주 서구청이 화정아이파크 '부분 철거' 계획을 지난해 10월 시공사로부터 미리 전달받았으면서도 이를 확인하거나 알리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몽규 회장은 붕괴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17일 업계와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서구는 지난해 10월 18일 입주 예정자·화정아이파크 시공사 현산이 참여한 주거지원 협약 직후 현산 관계자로부터 해체 공사 범위를 전해 들었다.

상가·근린생활 시설이 들어서는 8개 동의 1∼3층은 해체계획서상 철거 범위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8개 동 모두 철거'하겠다는 현산의 기존 입장과 달라졌지만, 서구는 입주예정자와 협의했다는 현산 태도, 계획이 적정하다는 국토안전관리원의 답변에 따라 올해 3월 23일 해체계획을 인허가했다.

서구는 이 과정에서 '지상 주거 부분'으로 해체 범위를 한정한 현산에 그 변경 사유를 묻지 않았고, 사전 협의 여부도 입주예정자들에게 검증하지 않았다.

당초 현산은 정몽규 회장 의지에 따라 총 8개동에 대한 해체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1동의 3개층을 우선 해체하면서 공법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101동을 시작으로 203동·103동·201동·202동·104동·204동·102동 순으로 해제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해체는 아파트 최고층부터 시작해 맨 아래층까지 한 층씩 구조물을 잘라내는 공법을 적용한다. 기둥 등 단단한 구조물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재질의 줄톱으로 잘라내고, 이 밖에 작은 구조물은 굴삭기로 압축·분쇄해 1층으로 운반한다.

하지만 철거 범위와 관련해 현산과 입주예정자 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철거 시작에 앞서 현산이 해체 계획 설명회를 열고 철거 대상을 기존 ‘전면’에서 ‘8개 동 지상 주거 부분’으로 축소하면서다.

예비입주자들은 현산이 전면 철거를 약속했는데도 주거시설이 있는 층에 대해서만 해체 작업하고, 상가·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는 1~3층은 해제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기만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 김이강 서구청장 면담 불발 때 1천여명 대규모 규탄 집회 열 계획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는 언론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전 국민 앞에서 ‘8개 동을 전부 철거한다’고 밝혔는데도, 인허가를 다 받은 상태에서 반쪽만 철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주거층만 철거해서 공사비를 아끼려는 꼼수”라고 전했다.

김이강 서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이번 주 내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 서구청 앞에서 예정자 1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주 예정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부 층을 해체 범위에서 제외한 현산은 상가 층을 해체 범위에 넣는 방안을 다시 논의 중이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11일 201동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붕괴해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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