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향악단들, 레퍼토리 기획구성력 외국악단들에 못지않다!”

919()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최근 국내 교향악단들의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 기획 구성력(構成力)이 외국 교향악단들에 못지 않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낫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정도로 국내 악단들의 정기연주회 레퍼토리 기획구성이 최근 참신하고 만만치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획구성력이 돋보이는 국내 교향악단들의 연주회가 주목할 만 하다. 이런 판단은 9월 초중반 국내에서 7-8회 지방 순회공연을 소화한 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의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이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국내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 브람스 교향곡 제3, 베토벤 교향곡 제7번등의 연주곡들로 공연장을 채웠던 반면 국내 교향악단의 쌍두마차격인 KBS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의 레퍼토리 기획구성력이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의 레퍼토리들에 비해 참신성이나 그런 레퍼토리 기획구성력 면에서 뛰어나게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강호들 틈에 16강 진출을 이뤄낸 축구 대표팀처럼 국내 교향악단들이 10월초 시작될 런던필 내한공연을 시발로 빈 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베를린 필, 뮌헨 필등 세계 정상급 단체들의 연주 홍수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K클래식의 명품 선율을 선사해줄 수 있을지 해외 연주단체들의 연주에 대한 기대못지 않게 국내 연주단체들의 선전에도 클래식애호가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919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794회 정기연주회 선율의 미학은 전후반부 처음에 닐센 헬리오스 서곡, 작품17과 베버의 오베론 서곡, J.306의 이색적 서곡 배치 연주로 전반부에 파질 세이 피아노협주곡 ’, 작품 45와 후반부에는 힌데미트 화가 마티스 교향곡이 연주돼 마치 두 개의 연주회를 관객들이 모두 감상하는 기분이 됐다.

파질 세이 피아노협주곡 ‘물’, 작품 45 연주는 오감의 미학을 체감케한 연주였다. (사진 KBS교향악단)
파질 세이 피아노협주곡 ‘물’, 작품 45 연주는 오감의 미학을 체감케한 연주였다. (사진 KBS교향악단)

-“선율의 미학이라기 보다 오감의 미학체험한 연주회

이에 앞서 9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도 드보르자크의 체코의 속살이 드러나는 20분짜리 연주곡 루살카 판타지가 통상 연주되는 서곡을 대신하고 소프라노 임선혜가 잇따른 세곡의 성악곡, 구레츠키의 교향곡 제3슬픔의 노래2악장과 슈트라우스의 4개의 가곡집 Op. 27중 네 번째의 가장 유명한 내일’, 그리고 모차르트의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가 열연돼 참신성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레퍼토리들이 연주됐다.

예술의 전당 전관개관 30주년을 기념해 921일 저녁에 열린 서울시향의 연주회도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서곡을 대체한 이날의 첫 연주곡 메시앙의 이국의 새들연주부터 출연한 것이나 후반부 연주곡 한여름밤의 꿈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밤의 꿈을 읽고 그 몽환적인 시의 세계에 흥미를 느낀 멘델스존이 작곡한 극음악이 통상 후반부 메인곡으로 연주되던 교향곡을 대체해 많은 관객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같은 공연으로 남을 신선감을 선물했던 것은 국내 교향악단들의 무대에 올리는 그런 레퍼토리 기획구성력이 새삼 뛰어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교향악단의 지난 914일 정기연주회도 사실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다.

선율의 미학이라기 보다 갈매기파이프 비둘기파이프 워터폰 바다파동등 20여 종의 특수 타악기가 사용돼 형형색색의 색채감이 돋보이는 오감의 미학을 느껴볼 만한 자연 최적의 소리를 들려준 파질 세이의 피아노 협주곡 ’, 작품45의 연주가 기폭제였다. 베버의 오베론 서곡에 이어 관객들에게 생소한 곡에 가까운 힌데미트의 화가 마티스 교향곡연주로 악장마다 캐릭터가 분명한 연주를 들려주며 KBS교향악단의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연주력의 변화와 국내 여성지휘자의 선두에 서있는 지휘자 성시연의 성장을 동시에 관객이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후반부에 펼쳐진 또 하나의 교향곡 연주 탓일게다.

작품면에서 파질 세이의 피아노협주곡 ’, 작품 45는 그런 색채감이 돋보이는 자연친화적 소리로 성시연이 표현한 대로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서 센세이셜한 만한 것이었고 힌데미트의 화가 마티스교향곡의 경우 1악장 천사의 음악회는 천사들의 합주묘사, 2악장 매장은 예수가 무덤에 묻히는 장면, 3악장 성 안토니오의 유혹은 성 안토니오가 여러 유혹을 받는 악장마다 캐릭터가 분명한데다 곡이 주는 선율의 미학을 뛰어나게 소화하는 KBS교향악단의 연주력의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2016년 이후 거의 8년만에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지휘봉을 잡은 성시연의 경우 푸르트뱅글러의 과거 베를린필과의 런던투어 동영상의 90여명 단원들의 혼을 끌어내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의 지휘에 감명을 받아 여성지휘자가 전무한 시절에 여성지휘자의 어려운 길을 헤쳐나와 남성 못지않은 지휘의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었다. 사실 성시연은 2014년 경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를 맡아 4년의 임기동안 악단의 역량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평가를 받았지만 유럽의 정글에 도전하겠다며 유럽으로 떠난 그녀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계기는 202111월 세계 최정상의 교향악단인 네덜란드 로열 콘서트헤보우와의 성공적 데뷔공연에 이어 20227월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데뷔무대를 성황리에 마치는등 유럽무대에서의 성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듯 싶다.

KBS교향악단의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연주력과 여류지휘자로서의 성시연의 성장은 이번 연주회의 또 하나의 덤이다.
KBS교향악단의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연주력과 여류지휘자로서의 성시연의 성장은 이번 연주회의 또 하나의 덤이다.

-“쉽지않은 프로그램들이었으나 이번 연주회에 오길 잘했다!”

성시연의 KBS교향악단과의 무대는 지난 917일 국립심포니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을 지휘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여류지휘자 옥사나 리니우의 정밀함과 감수성을 아우른 해석이 오버랩되기도 해 최근 국내외 클래식계 무대에서 한 유행이 되고 있는 여류지휘자의 축에 성시연이 더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지난해 2022259년간 견고했던 이탈리아 시립 오페라극장의 유리천장을 뚫은 장본인이자 2021년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성지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145년 금녀의 벽을 허문 화제의 지휘자로서 옥사나 리니우의 국내 데뷔 지휘무대도 많은 관심을 끌었었다.

KBS교향악단이 위에서 언급한 이런 오감의 선율을 느끼게 한 파질 세이의 피아노협주곡 이나 지휘자 성시연이 제안해 연주레퍼토리로 상정된 힌데미트의 화가 마티스교향곡의 연주들은 일견 최근 일취월장하며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KBS교향악단이나 다가오는 11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공연및 2024년 영국 로열 필하모닉과의 공연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성시연의 진가를 흡사 보여준 연주였으나 내게는 지난 4월 리게티를 어려워해 공연관람을 주저했던 관객들이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이 이렇게 쉬운 곡이었나 하며 이 난곡을 너무나 쉽게 처리하는 피에르로망 에마르의 연주실력에 넋을 잃고 만 관객들이 상당히 많았던 서울시향의 연주회가 떠올랐다. 그만큼 파질 세이나 힌데미트 같은 생소한 연주가나 작곡가의 곡에 주저해 연주회에 안온 것 보다 쉽지않은 프로그램들이었지만 관객들에게 부여된 감상의 challenge 도전을 극복, 이번 연주회에 오길 잘했다는 관객들의 평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지난 420일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리게티 서울시향 연주회는 피에르로랑 에마르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이 현대음악에 매혹될 수 밖에 없을 풍성한 폴리리듬적 선율로 관객들을 중독시켰던 연주회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이로 인해 1악장의 시작이 즐겁고 정력적이고 2악장의 비극적, 3악장의 표현적, 장난기 넘치는 4악장을 거쳐 5악장의 몹시 리드미컬하고 거의 미친 듯한 에마르의 리게티 피아노협주곡이 관객들을 매혹시키는데 손색 없었다. 에마르가 들려준 세 개의 앙코르곡, 리게티, ‘무지카 리체르카타10(Ligeti, X. Vivace. Capriccioso from Musica Ricercata), 쿠르타그, 베레니 페렌츠를 향한 오마쥬(Kurtág, Hommage à Berényi Ferenc 70), 그리고 쿠르타그, 판토마임(Kurtág, Pantomime)도 이런 연잔선상의 앙코르곡들이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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