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키넨의 KBS교향악단에서의 지휘모습 많이 유추돼”
9월20일(수) 저녁 7시30분 부천아트센터

독일이나 프랑스등 유럽의 오케스트라들 중에서는 인터내셔널한 울림을 주는 악단들이 있고 로컬의 느낌을 주는 악단들로 구분된다.

베를린필이나 파리오케스트라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지난 920일 수요일 저녁 부천아트센터에서 자신들의 여덟 번째 국내 지방공연 마지막을 부천에서 소화한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경우 후자 로컬의 느낌을 필자에게 준다. 이는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독일정부의 시책에 따라 2007년 서남부 독일교향악단을 대표한 SWR방송교향악단과 SR방송교향악단이 합병되어 창단된 독일 서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탓이다.

국내의 KBS교항악단의 상임감독을 맡고 있는 피에타리 잉키넨이 올해 2023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국내 공연 지휘를 맡아 지난 920일 저녁의 부천공연에서도 잉키넨이 KBS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는 지휘스타일등 잉키넨의 KBS교향악단에서의 지휘모습을 많이 유추해볼 수 있었다.

올해 2023년 내한공연에서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로컬적 색이 짙은 악단으로서 인터내셔널한 울림이 없는 것에 대한 핸디캡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사진 부천아트센터)
올해 2023년 내한공연에서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로컬적 색이 짙은 악단으로서 인터내셔널한 울림이 없는 것에 대한 핸디캡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사진 부천아트센터)

-“피아니스트 손열음, 여전히 뜨거운 감자의 진행형

하지만 아무래도 7-8차례 국내 순회공연 마지막날이다보니 공연일정에 지친 탓인지 연주탄력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고 때문에 해외 교향악단의 국내에서의 지방공연 순회도 3-4회 정도로 줄이는 것이 연주탄력을 유지할 방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느낌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첫 곡으로 연주한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이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것에서부터 필자에게 감지됐는데 과거 유트브 동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카랴얀 지휘의 베를린필 탄호이저 서곡 연주나 중앙무대에서 서울시향 연주의 탄호이저 서곡의 긴장감 넘치던 연주의 활력의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초반부터 아쉬운 대목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의 진행형 피아니스트였음을 보여줬다. 사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지난해 번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근 조성진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 출신의 세계적 여류 지휘자인 마린 알솝과의 협연으로 엄청난 열띤 연주를 펼쳐 상상외의 동영상 시청 클릭수를 기록하는등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호쾌한 보잉과 광녀(狂女)같은 피아노연주의 마무리등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국내 공연을 빛나게 하는 숨은 요소였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2014925일 두 번째 내한공연 무대였던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의 연주를 통해 당시 영국 출신의 외관상 젊은 게르기예프를 연상시키는 카렐 마크 시숑 지휘로 종이 한장 차이라는 독일 오케스트라들의 연주실력 가운데 브람스 교향곡 제2번 연주로 독일 오케스트라의 Hidden treasure(숨은 보석)를 발견한 기쁨을 준 듯한 공연을 관객들에게 안겼었다. 그런 면에서 부천아트센터에서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마지막 교향곡 연주곡이었던 브람스 교향곡 제3번은 콘서트홀 현장감의 싱싱한 연주느낌과 3악장 Poco allegretto에서의 아름다운 선율들이 부각되는 연주로 예전의 그런 Hidden treasure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내셔널한 울림을 주는 교향악단과 로컬의 울림을 주는 악단간의 연주 기량차이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예전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2014년 고양공연의 후반부 교향곡 연주에서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은 화려하면서도 깊이있는 정통 독일사운드의 명문악단이란 소개가 무색치않은 독일악단의 체취가 깊게 묻어나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으로 아람누리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기억을 갖고 있어서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의 진행형의 피아니스트임을 보여준 손열음이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호쾌한 보잉과 광녀(光女)같은 이미지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살리는데 숨은 역할을 했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의 진행형의 피아니스트임을 보여준 손열음이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호쾌한 보잉과 광녀(光女)같은 이미지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살리는데 숨은 역할을 했다.

-“로컬적 악단, 인터내셔널한 울림없는 것에 대한 다소의 핸디갭 뛰어넘어야

당시 필자는 스위스 이탈리안 오케스트라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20149월 하순의 인터내셔널한 울림보다 로컬적 두 악단의 내한공연을 보며 느끼는 점이 이런 인터내셔널한 울림이 없는 것에 대한 다소의 핸디갭을 뛰어넘을 개성있는 레퍼토리의 연주등으로 세계 톱클래스의 오케스트라등에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달라는 내용을 어느 매체에 기고했었는데 올해 2023년 내한공연에서도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이런 과제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16924일의 세 번째 내한공연의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은 국내 여류지휘자 성시연이 맡았는데 이날 메인 공연곡이던 브람스의 교향곡1번 역시 성시연의 역동적 지휘가 도이치방송교향악단 연주가 생동하듯 살아 꿈틀대게 하는데 일등공신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굽이치듯 부드러운 매우 섬세한 성시연의 인상적 연주는 근래 들어 오아시스 같은 매우 만족스러운 연주여서 공연이 끝난 후에 관객의 박수갈채를 쏟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성시연이 국내로 역류하기보다 계속 베를린에 머물면서 독일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맡았더라면 그녀의 성가가 국제적으로 더욱 높아졌으리라는 대목을 확인키에 부족함이 없던 연주회였다고 평할 만 하다.

7년전의 내한공연에서 성시연과 도이치방송교향악단은 베토벤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Op.43 서곡에서부터 상호 긴장감 넘치는 스파크를 일으켰다. 그해 9월달 들어 감상했던 슬로박신포니에타 때나 베를린심포니 연주때의 서곡이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Op. 43 서곡 연주때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간의 긴장감 넘치는 스파크가 작렬, 그 합의 시너지로 공연초반부터 흥분감이 넘쳤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협연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D장조 Op.35는 바이올린협주곡 가운데 가장 파퓰러한 곡의 하나로 해석에 있어 뭔가 독특한 것을 표현해내지 못하면 관객에게 인상적 연주라는 평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슬로우 모션으로 제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모데라토 아사이를 시작하는 느낌을 주던 에스더 유는 튀는 끼와 젊은 역동적 바이올린 여제의 그해 4월 교향악축제 수원시향과 임지영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 보다는 내적 집중력으로 밀고 나가는 인상을 줬다.

관객의 입장에선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수 있는 바이올린 연주 스타일이어서 어쩐 면에서는 성시연의 역동적 지휘가 연주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스더 유는 오히려 앵콜곡 차이콥스키의 Swan Lake‘Russian Dance'에서 다소 경직된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보다 춤도 추며 자신의 숨겨진 비경(秘境)의 실력을 보였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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