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엄청난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의 감흥 이어가”

103()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휘자를 겸업하며 피아노 리사이틀을 간간히 여는 연주자보다 오로지 피아니스트로 정진하며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전업 연주자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개인적으로 좋다.

The Great Pianist Series 일환으로 최근 가을에 열렸던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피아노 리사이틀(9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나 한달후 같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을 잇따라 접하고서 느끼는 소감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로 국내 관객들에게 엄청난 피아노 리사이틀 감상의 감흥을 안겼던 안드라스 쉬프였던 터라 올해의 3시간30분에 걸쳤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피아노 연주곡들의 감흥도 지난해에 못지않았던 듯 하다.

거장의 자유와 즉흥의 힘이 엄청난 피아노 리사이틀 감흥의 감동을 전해준 헝가리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사진 마스트미디어)
거장의 자유와 즉흥의 힘이 엄청난 피아노 리사이틀 감흥의 감동을 전해준 헝가리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사진 마스트미디어)

-“쉬프, 본격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 연주자로 전환!”

내게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 해설등이 없던 피아노 연주곡들의 연주에만 몰두하던 모습에서 최근 1-2년 사이 렉처형 해설을 곁들이며 본격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로 전환한 해설형 피아니스트로서의 쉬프의 변화된 모습이다.

예전 피아노 연주에만 몰두하는 쉬프의 국내에서의 리사이틀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2014325일 있었던 쉬프의 국내 네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은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중 하나였던 멘덴스존의 상반된 성격의 작품 '엄격변주곡'과 판타지를 한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순서나 슈만의 피아니즘 전체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곡 소나타 1번을 쉬프의 목소리로 경험할 수 있는 흔치않았던 기회로 기억된다.

쉬프의 1부에서의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Op. 54에서부터 건반을 쓰다듬듯 연주하는 그의 타건은 슈만 <소나타F#단조> Op. 11에서 점점 무르익는 연주를 보였고 관객으로 하여금 꼼꼼하리만치 교과서적 연주를 체험케하는 듯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2부 첫곡 멘덴스존의 <환상곡F#단조> Op. 28이 작품성있는 연주를 보였다면 슈만 <교향적 연습곡> Op. 13(1852년 버전)Etudes 때문일까 부담없이 치는 타건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차분한 울림으로 마무리하며 쉬프가 세번째 앵콜곡으로 들려준 슈만의 아라베스크 op. 18 역시 키신의 마지막 앵콜곡 쇼팽의 폴로네이즈가 굵고 깊은 서정성에 의한 강한 설득력을 보여준 스타일과는 대조됐다.

이에 앞서 20139월에 있었던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 뮤직페스티벌(2013, 9.3~9.8,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및 IBK챔버홀)에서 쉬프는 97일 있었던 안드라스 쉬프, 하인츠 홀리거, 정명훈 & 서울시향의 협연에서 가장 기대되는 공연을 펼쳤었다. 이날 최고의 압권의 하이라이트 연주였던 안드라스 쉬프와 서울시향의 협연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d단조, 작품 15'에서 쉬프는 그윽한 브람스의 알붐블라트(피아노 소품)으로 문을 연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피아노 거장다운 풍모를 과시하며 연륜이 묻어난 기품의 연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근래 보기드문 내밀의 집중도높은 협연으로 청중을 감동시키는데 모자람이 없었고 더욱 완숙해진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더욱 무르익는 것을 확인한 것은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쉬프는 피아노 거장다운 톱 클래스의 연주력으로 청중을 쥐락펴락하면서 옥구슬이 흐르는 듯한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2등 세곡의 주옥같은 앵콜곡으로 관객의 흥분이 쉽사리 가시지 않도록 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렉처형 콘서트 여정의 황홀한 피아노 연주의 체험으로 다시 관객 이끌어

올해 2023년 지난 103일 화요일 개천철 오후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만난 안드라스 쉬프의 리사이틀은 안드라스 쉬프가 일반적으로 하는 강연과 렉처 콘서트의 연장선상에 있는 리사이틀로 다시 꾸며졌다.

쉬프가 이런 렉처형 리사이틀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술회에 따르면 펜데믹 기간동안 우리 음악가들이 공연의 기회를 잃었던 시기에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쉬프의 술회에 따르면 현 시대의 공연들은 매우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우리 피아니스트들 주변에는 무척이나 풍부한 레퍼토리의 작품들이 가득하고 다양한 시대의 명작들중에 골라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자발적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저는 그날 저의 기분과 공연장, 음향, 그리고 악기에 따라 작품의 선택을 달리 할 예정입니다라고 했었다. 그랬다. 쉬프의 이런 최근 변화된 이런 피아노 리사이틀 진행방식에 힘입어 연주자인 안드라스 쉬프부터 더욱 자유로워짐을 느끼며 공연도 더욱 새로워지는 것에 서울의 관객들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거장이 선사하는 자유와 즉흥의 힘이 엄청난 피아노 리사이틀 감흥의 감동을 국내 관객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지난 103일의 쉬프의 서울에서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은 이런 자신의 의중이 반영된 리사이틀로 기획돼 전반부의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전주곡과 푸가 1, 바흐 카프리치오 BWV 992,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7K.570 전악장, 하이든 F단조 변주곡 HOB XVII-6, 슈만 다비드동맹 무곡 Op.6으로 전반부 연주곡에서 지난해에 못지않은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의 감흥을 전달할 전조(前晁)를 보여줬다.

이를테면 세 번째 연주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7번의 연주에 앞서 쉬프가 브람스를 생각했었는데 모차르트가 오늘 저녁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이 곡을 낙점한 것이나 하이든이 저평가되어 있다며 하이든 F단조 변주곡을 연주한 것, 그리고 슈만 다비드동맹 무곡에서의 詩的 연주등은 이른 아침 공연장에 가서 저녁에 연주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관객이 얻는 기분이었다.

후반부에서 쉬프가 연주한 곡들 역시 매일 아침 1시간 혹은 그 이상 바흐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 선곡으로서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BWV 903이 들어갔고, 멘델스존 엄격변주곡 Op.54, 작년 리사이틀 연주곡으로서 재탕의 느낌이 없지 않지만 d단조 스페셜로 선곡했다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전악장에선 예전 쉬프 리사이틀 연주의 감흥이 되살아났다. 앙콜곡들로 연주된 쉬프의 바흐 이탈리안 협주곡 1악장,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K.545 1악장, 브람스 인터메조 Op.117 No.1, 그리고 슈만 즐거운 농부는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의 감흥을 이어가는 시간들로 채워지게 하는데 더할 나위없이 부족함이 없었다.

쉬프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이른 아침 공연장에 가서 저녁에 연주하고자 하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작품들을 손에 익혀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한 또 하나의 목표로는 무대위에서 가지는 소통의 시간으로 연주자와 관객들간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저의 음악가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가 아닌, 관객들과 같은 사람이니까요. 모든 음악가들은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놀라움과 새로운 발견의 시간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쉬프는 지난해 116일 일요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보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Aria부터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2,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의 2악장으로 이런 렉처형 콘서트 여정의 황홀한 피아노 연주의 체험으로 다시 관객들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연주자와 관객들간의 벽을 허물고 놀라움과 새로운 발견의 시간을 제공하는 쉬프의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이 조속히 다시 국내 무대에서 열리는 것을 기다리는 관객층이 많은 것 같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안드라스 쉬프급의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이 가능키 위해서는 자신이 술회하듯 수많은 작품들을 손에 익혀야 하는 만큼 1022일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이탈리아-슬로베니아계 2021 쇼팽 국제피아노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알렉산더 가지예프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바흐의 프랑스모음곡 4’, 프랑크의 프렐류드 푸가와 변주곡’, 그리고 쇼팽의 녹턴과 스케르초 3번의 연주곡등 젊음의 신선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자신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든 렉처형 피아노 리사이틀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안드라스 쉬프급의 오랜 연륜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불현 듯 해보게 된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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