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으로 디테일 살아나”

1223()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랜만에 정통 템포의 베토벤 교향곡 제9KBS교향악단의 올해 마지막 연말 송년연주회를 보면서 KBS교향악단의 오랜 저력을 봤다.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이 주는 여운에 나는 공연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로비를 떠나질 못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매년 다르다고 하지만 근자에 들어봤던 KBS교향악단 송년 연주회로선 가장 마음의 울림이 컸던 까닭이다. 전날 서울시향 베토벤 합창연주의 밝고 화사한 연주 대비 KBS교향악단 연주자들의 검정색 연주복에서 느껴지는 다소 진중함이나 바리톤 최기돈의 강렬한 울림, 지방 공연장에서 맛볼 수 없는 서울 중앙 콘서트홀의 어쿠스틱 비중, 오랜만에 포디엄에 선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까지 연주내내 정통이란 단어가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20221224일 있었던 KBS교향악단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회의 기억은 지휘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마음가짐에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느끼며 역대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Choral)을 연주했다는 감정을 가졌었다.

역대 여의도 KBS홀이나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때와 달리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전례없는 긴장감 높힌 연주가 마치 나사를 바짝 조인 것 같은 연주의 느낌을 받았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우선 더블베이스의 좌측 배치로 신선감이 시야에 확 들어왔고 오랜만에 접한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나 KBS연주 단원들의 연주 몸놀림이 매우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산뜻한 감을 줬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vor Gott(신 앞에)’ 지휘부분에서 회심(會心)의 지휘를 앞에서 뒤로 날려보내는 피에타리 잉키넨의 확신에 찬 자신감등 2023년 지휘 2년차를 앞둔 잉키넨의 지휘 리더쉽이 KBS교향악단 단원들을 꽉 장악하며 일사분란하게 연주되는 것이 역대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지난해 내게 불러왔던 것 같다.

KBS교향악단의 2023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연주는 정통템포에 의해 디테일이 살아나고 정통감을 관객에게 선물한 연주로 특징지워질만 하다.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의 2023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연주는 정통템포에 의해 디테일이 살아나고 정통감을 관객에게 선물한 연주로 특징지워질만 하다. (사진 KBS교향악단)

오랜만에 제대로 된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교향곡의 정통감

지난해의 KBS교향악단의 완전히 이렇듯 다른 느낌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와 달리 올해는 정통 템포의 연주로 디테일의 연주가 살아나고 해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의 맛을 관객들이 제대로 맛본 것 같아 정통교향악단으로서의 KBS교향악단의 이미지가 새로 섰다.

이런 KBS교향악단의 정통 템포 인식은 전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얍 판 츠베덴 지휘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연주가 빠른 템포로 현대적 정제된 베토벤 합창교향곡의 연주가 되었다는 시각에서 반사적으로 KBS교향악단의 합창 연주가 상대적으로 더 정통템포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던 감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1223일 토요일 오후 KBS교향악단도 서울시향이 전날 작곡가 신동훈의 그의 유령같은 고독위에서를 전반부에 연주한 것과 마찬가지로 슈트라우스의 방랑자의 폭풍우의 노래, Op.14’로 전반을 장식하는 같은 연주포맷을 취했는데 후반부에 연주될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축소판같은 인상을 줬다. 참고로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연말 베토벤 합창교향곡 제9번 연주회에선 사전곡으로 연주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작품 26의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의 핀란드여, 일어서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 강력한 기억으로 가득한 그대. 핀란드여, 일어서라, 전세계에 보여주오라는 문구가 압제에 시달린 한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 전반부터 자국의 지휘자 잉키넨은 이런 열띤 합창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신공신이 됐었다.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줄 만큼 빠른 템포의 연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정통 템포를 견지함에 따라 디테일의 연주가 많이 살아났고 이로 인해 관객들이 올해 KBS교향악단이 합창 프로그램으로 다섯 번이나 지방공연을 가진 충북 음성이나 의정부 예술의 전당등 지방무대에서와 달리 중앙무대에서의 관객비중과 어쿠스틱 음향효과에 힘입어 관객이 제대로 된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의 정통연주를 맛봤다.

이런 디테일이 살아난 대목을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이날 출연한 솔리스트 독창자의 한명인 바리톤 최기돈이 KBS교향악단 유트브 동영상에서 밝힌 대로 신비한 목관의 화음이 서주를 도입하는 1악장의 경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제1악장의 신비스러운 도입부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교향곡의 첫 도입부를 듣는 순간, 베토벤 교향곡이라면 으레 크고 웅장하게 시작되리라는 관객의 추측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며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들릴 듯 말 듯한 호른의 지속음과 현악기의 살랑거리는 트레몰로가 슬그머니 교향곡의 시작을 알리는 디테일이 새로왔다.

이어 4악장에서도 바리톤 최기돈의 레치타티보가 천천히 , 벗이여, 이와 같은 음은 아니다!(O Freunde, nicht diese Töne!)'라고 호소하며 합창 대서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 바리톤 최기돈의 인상적 바리톤 성량으로 선명한 전환점을 제시해준 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각 악장에 대해 인류 최고의 교향곡을 성악가의 시각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 KBS교향악단과의 유투브 대담을 통해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역시 “1,2악장은 바쁜 한해를 보낸 소회가 드러나고 3악장은 아다지오와 칸타빌레등 뭔가 한해를 정리하고 생각게하는 것, 4악장은 환희와 인류애와 함께 다가오는 새해를 기대케하는 개념으로 정리했는데 베토벤 교향곡 제9번 연주에 대한 관객들의 심성을 고스란히 대변한 성악가적 견해라고 여겨진다.

바리톤 최기돈의 레치타티보, 선명한 합창 대서사의 중요한 전환점 전달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4악장에서 독일의 시인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인 합창이 나오는 까닭에 합창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작곡가 베토벤이 완성해낸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작곡된 역작(力作)이기도 하다.

KBS교향악단과의 유투브 대담에서 바리톤 최기돈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이런 환희와 인류애의 관점에서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가장 강렬한 교향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꼽았는데 특히 관객이 감동을 받는 부문은 단연 4악장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되는 대목일 것이다.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지나 베이스 독창자가 일어나 , 벗이여! 이런 곡조는 아니오! 더 즐겁고 환희에 찬 곡조를 노래합시다!”라 말한다. 그러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닌 환희의 선율이 시작되며 그 뒤를 이어 터키풍의 행진곡과 느리고 장중한 음악, 환희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변주, 소나타와 협주곡 형식 등이 합쳐지면서 거대한 음악적 통일이 성취되고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환희의 송가를 통해 청중이 모두 하나가 되는 연주는 연말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이 주는 통과제의(通過際依)적 클래식 관객들의 송년 연주장에서의 체험으로 자리잡았다.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 최후의 교향곡으로 꼽히는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은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작곡된 모든 교향곡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는 곡이다. 그의 자필 악보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전작인 8번 이후 거의 11년 만에 작곡된 교향곡인데 단순한 시간차 말고도 베토벤 창작 양식의 커다란 변화 양상이 느껴지는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히는 점 말고도 물론 베토벤 외에도 교향곡을 9개 혹은 그보다 많이 작곡한 이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곡이 단연 대표적이고 독보적이라는게 정설이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빠른 템포의 연주를 선택하기 보다 정통템포에 의해 이런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정통적 특징과 디테일을 오랜만에 새삼 살려주는 연주였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