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폰·딥핑소스·자스텍엠·아너스톤·솔라리노 등 5개 기업
- 순환경제, 개인정보 보호, 모빌리티, 추모 문화, 환경 기술 등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
(문화뉴스 고나리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혁신은 화려한 발표회나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이미 혁신을 경험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침에 중고폰으로 알람을 맞추고, AI가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는 매장에서 쇼핑하며, 스마트 차량으로 출근하고, 프리미엄 추모 공간에서 고인을 기리고, 소형 담수기로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 이 모든 일상이 사실은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혁신이었다면?
국내에서도 각 분야에서 '혁신'을 핵심 가치로 삼아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순환경제, 개인정보 보호, 모빌리티, 추모 문화, 환경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도 모르는 사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본다.

소녀폰 - 중고폰 한 대 거래할 때마다 순환경제가 돌아간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전자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는 희귀금속 채굴부터 복잡한 제조 과정까지 엄청난 자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진 중고폰을 하나 더 활용하면 그만큼 새로운 생산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중고폰 플랫폼 업계 1위 소녀폰은 이런 순환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중고폰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폰을 판매할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원 순환에 참여하게 된다.
소녀폰은 전 세계 150만 대 이상의 중고폰을 판매하며 전국 10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고폰 거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BMDE(Blanco Mobile Data Eraser) 기술로 해결한 것이 핵심이다. 개인정보를 100% 완전삭제해 중고폰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연간 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중고폰 시장에서 소녀폰의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데이터 보안 시스템은 더 많은 소비자가 중고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비자는 경제적 이익을 얻고, 사회는 자원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딥핑소스 - 매장에 갈 때마다 AI가 뒤에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있었다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쇼핑몰에서 구경하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그 뒤에서 AI가 몰래 개인정보를 보호해 주고 있다면? AI 리테일테크 전문기업 딥핑소스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딥핑소스의 AI 영상 비식별화 기술은 매장 내 CCTV 영상에서 사람의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을 실시간으로 자동 처리해 개인정보를 완전히 익명화한다. 고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매장을 이용하지만, 그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는 철저히 보호받게 된다.
2018년 설립된 딥핑소스는 올해 6월 일본 통신사 KDDI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투자를 받은 것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현재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BGF리테일(CU), 롯데월드 등과 협업해 실제 매장에서 매출 30% 증대 효과를 달성했다. 월마트와도 NDA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화두인 시대에 딥핑소스의 솔루션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스텍엠 - 운전만 해도 AI가 뒤에서 차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출근길에 차를 운전하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차량의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되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돕고 있다면? 자동차 IoT 전문기업 자스텍M이 바로 이런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자스텍엠은 2016년 설립된 자동차 IoT 디바이스 및 데이터 허브 전문 회사다. 차량의 OBD(진단 포트)에 연결하는 작은 디바이스를 통해 차량 상태, 운전 패턴, 연료 효율성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미국 T-Mobile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CES 2025에도 참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백용범 대표는 "글로벌 모빌리티 데이터 표준을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자스텍엠의 기술은 단순한 차량 진단을 넘어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V2X(Vehicle to Everything)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운전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더 안전하고 지능적인 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너스톤 - 추모할 때마다 문화 혁신이 일어나고 있었다
고인을 기리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화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공간도 혁신할 수 있다면? 용인공원그룹의 프리미엄 봉안당 브랜드 아너스톤이 바로 추모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아너스톤은 기존 봉안당의 개념을 완전히 바꿨다. 6성급 호텔 수준의 시설과 인테리어, VIP 전용 공간, 플라워 카페, 제례실 등 고급 부대시설을 갖춰 마치 문화 공간을 방문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6월 '대한민국 소비자 만족도 1위'를 3년 연속 수상했으며, 7월에는 전통 소재인 한지를 활용한 1층 봉안실을 신규 개관했다. '시간과 기억의 축적'이라는 디자인 콘셉트로 한지 인테리어 조명월을 통해 자연광 같은 부드러운 빛이 공간을 감싸도록 설계했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 도자 브랜드 광주요와 협업한 '흙에서 흙으로: 유골함, 삶의 의미를 빚다' 특별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너스센트'라는 디퓨저까지 출시해 추모 문화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단순히 고인을 기리는 것을 넘어 품격 있는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솔라리노 - 물 한 잔 마실 때마다 지구의 물 부족이 해결되고 있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 22억 명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형 담수기 개발 기업 솔라리노가 바로 이런 글로벌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2020년 창업한 솔라리노는 CES 2025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24년 '소살리노'에 이어 올해는 '디살리노 100A'로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부문에서 수상했다.
솔라리노의 핵심 기술은 축전식 탈염 방식이다. 일반적인 역삼투막 방식과 달리 전극 표면의 이온을 전기적 인력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유지가 쉽고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농축 폐수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솔라리노의 소형 담수기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의 원조와 각종 재해 현장의 난민 구조에 이바지할 수 있다. 캐리어 백과 유사한 크기로 휴대성이 뛰어나 어디서든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다.
혁신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나 대기업 연구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혁신을 경험할 기회는 더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와 기업의 수익성,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업들의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우리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도 이미 매일매일 혁신에 참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문화뉴스 / 고나리 기자 press@mhn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