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떠나보낸 광양시의 이상한 변명... "노력은 했는데, 결정은 그쪽이“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 코스트코 입점 무산과 관련해 드디어 광양시가 입을 열었습니다. 지난 6일 배포한 입장문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문화뉴스 이동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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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정말 궁금한 건 '노력했는가'가 아니라 '왜 실패했는가'입니다. 광양시의 길고 긴 해명 속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책임'과 '반성'이 빠져 있었습니다.

광양시가 ‘인근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이라고 말한데 대해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은 같은 출발선상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다릅니다. 광양시는 이미 훨씬 앞서 출발했고,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해왔습니다. 

그 과정을 순천시가 뒤늦게 인지하고 따라온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마치 자신들이 더 추진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준비하고 실행한 주체로서 그런 표현을 듣는 건 염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력했다"는 광양시, 결과는 '순천행'

광양시는 공식 입장문에서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까지 코스트코 유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광명 본사를 5차례나 방문하고,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팀을 꾸렸으며, 조례까지 개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정인화 시장이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를 만나 강력한 지원 의지까지 전달했다고 합니다.결과는 어땠을까요? 코스트코는 순천으로 갔습니다. 

광양시는 "기업 내부의 경영 판단에 따른 자율적 선택"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기업은 이익을 따라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그 '경영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행정의 역할이자 능력입니다. 

공문 몇 장, 회의 몇 번이 진정한 추진력이었다면 대한민국 모든 도시에 코스트코가 들어섰을 겁니다. 행정은 과정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합니다.

민선 7기의 '결단'과 민선 8기의 '공백'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민선 7기와 8기의 행정력에 분명한 온도 차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민선 7기 시절, 당시 시장은 코스트코 본사 회장을 직접 광양으로 불러 부지를 함께 둘러볼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코스트코 측 역시 광양 입점에 진심이어서, 시와는 별개로 지역 부동산 전문가에게 적합 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습니다. 불씨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행정의 톱니바퀴는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광양시는 입장문에서 "목성지구의 유사한 부지를 다시 추천하며 의지를 피력했으나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끄러운 실상이 숨어있습니다. 당시 광양시는 부지 소유 기업이나 코스트코 측과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만남을 추진했습니다. 

결국 광양시 간부들과 부지 소유 기업 임원이 함께 찾아간 코스트코 본사에서 물 한 잔 얻어마시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것은 단순한 뜬소문이 아닌, 뼈아픈 사실 기록입니다.

기업유치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던 전직 공무원 K모씨는  "대형 프로젝트 유치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같은 집요함과 고도의 전략,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뢰를 얻는 종합예술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문성도,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실무진을 수시로 바꾸기 까지 하는 행정이 외국계 대기업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요“라며 반문했습니다.

'언론 탓'으로 돌리는 위험한 책임 회피

광양시는 이번 사태를 비판한 언론 보도를 향해 정인화 시장의 승인을 받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무분별한 정치적 보도에 유감"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언론의 정치적 의도"라는 표현은 사실 확인과 책임 소재를 묻는 언론의 본질을 부정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모독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기자는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할 뿐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고 해서 비판을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됩니다. 비판이 불편하면 행정을 고치면 될 일입니다.

본지가 지난 9월 5일 게재한 ‘[기자수첩] 코스트코는 광양을 택했었다…그런데 광양은 손을 놓았다’. 제하의 기사는 이틀 동안에 3만을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시민의 관심도가 높은 내용입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

광양시는 이번 일을 '상생의 기회'로 삼겠다고 합니다.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가 먼저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기업 탓, 언론 탓으로 돌리는 행정에는 발전이 없습니다.

요즘 광양시의 치적 홍보가 부쩍 늘었습니다. 구봉산 관광단지 결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렸습니다. 이를 두고 중마동의 P모 시민은 "정작 사업을 시작하고 추진한 세력은 따로 있는데, 왜 지금 행정이 모든 공을 가져가려는지 모르겠다"며 "시장의 치적 포장을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코스트코 유치 실패라는 큰 과오를 덮기 위해 자잘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왜일까요?. 기록은 사라지지 않고, 시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여론을 무겁게 느끼고 행정의 종이 한장으로 덮을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광양시가 이번 실패를 통해 진정으로 변하길 원한다면, 이제는 "우리는 노력했다"는 변명 대신 "우리는 제대로 배웠다"고 말해야 할 때입니다.

문화뉴스 / 이동구 기자 pcs819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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