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귀여워 먹을 때 귀여워~'쿵푸팬더 3'

   
 

[문화리뷰] 팬더 인생 최대의 도전이 시작된다. 동화 같은 팬더마을에 살게 된 포는 다른 팬더들에게 쿵푸를 가르쳐야 한다. 아가팬더, 허그팬더, 썸녀팬더, 아빠팬더, 할머니팬더. 먹고, 또 먹고, 자고, 노는 배불뚝이 팬더들은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잘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우연히 어린 시절 잃어버렸던 진짜 '팬더 아버지'를 만난 '포'는 아버지 '리'와 함께 팬더들이 어울려 사는 비밀스러운 팬더마을로 향한다. 자신 못지 않게 여유와 흥 넘치는 팬더들과 먹방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포. 하지만 쿵푸 마스터들을 제압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카이'의 등장으로 포는 예상치 못했던 불가능한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다. 놀기 좋아하고, 먹는 게 행복이며, 덤벙대는 게 특기인 팬더 친구들에게 궁극의 쿵푸를 전수해야 하는 것.

1. 팬더탐구생활

팬더를 좋아하는 자여, 쿵푸만 하는 팬더는 잊어라! 이번 작품에는 최초로 비밀스러운 팬더 마을에 사는 수십마리의 팬더들이 대거등장한다. 팬더들이 치명적으로 귀여워서 키우고 싶을 수 있다는 건 비밀로 한다. 아직도 그들의 치명적인 뱃살, 치명적인 뒷태를 생각하면 푹 팬더에게 안기고 싶다. 영화를 보는 동안 팬더를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들었는데, 드림웍스에서 랜더링 테크닉과 새로운 조명 소프트웨어로 팬더들의 털을 리얼하게 구현했다고 한다.

포는 그동안의 쿵푸팬더에서 유일한 팬더였다. 그는 요리사 '새' 아빠에게서 자라난다. 아빠만큼 먹자니 항상 배고팠고, 아빠에 비해 배가 많이 나왔다. 이번 작품에서 포는 진짜 팬더 아빠와 재회하고, 팬더마을로 돌아간다. 포는 어떻게 진짜 팬더가 될 수 있을까? 극 중 악당 '카이'와 싸우는 부분을 제외하면 스토리는 포와 아빠의 재회-팬더 적응 훈련-팬더들한테 쿵푸 훈련-팬더들의 기 되찾기로 정리할 수 있다.

포의 팬더 트레이닝 일과를 살펴보겠다.

   
 

#1 구르기

진정한 팬더는 절대 걷지 않는다. 둥글둥글 푸짐한 뱃살과 엉덩이 살을 믿고, 언덕에 몸을 맡긴다. 어떠한 높이의 등산을 만나도 팬더 구르기 신공으로 정복할 수 있다.

#2 귀여워 귀여워 '먹을 때' 귀여워~

진정한 팬더는 먹을 때 양손을 쓰고, 배부를 때 더 먹는다. 포는 원래 만두 먹기 대회 신기록 보유자였다. 그러나 팬더마을에서는 모두가 매번 신기록을 세운다. 젓가락을 쓰며, 항상 배고픔을 느끼던 포는 두 손을 쓰는 법을 배운다.

#3 놀기

진정한 팬더는 가만히 멍 때리기를 즐긴다. 팬더는 흥이 터진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먹고 놀고 음악을 즐기는 자, 팬더가 될 지어다.

#4 늦잠자기

진정한 팬더는 절대 오전에 일어나지 않는다. 정오 전에 깨어난 팬더는 다신 눈을 감아야 한다. 자고, 또 자고, 늦잠까지 자는 것은 진정한 팬더가 되기 위한 기본자세다.

꽃보다 팬더. 이 작품을 보면 팬더마을로 여행을 가고 싶을 것이다. 영화 속 모티브가 될만한 장소들의 로케이션은 드림웍스 애니메이터들이 중국의 청성산을 직접 오르며 접한 것을 스크린에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도 비밀스러운 존재가 살법한 안개 가득한 공간을 지나치면, 장대한 대나무밭 사이 동화 같은 마을을 만날 것이다. 이렇듯 실제 자연에서 얻은 모티브로 만든 팬더마을은 작품의 볼거리를 더해준다.

   
 

2. 영화관에서 볼 것

'쿵푸 팬더 3'은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부하다. 귀여운 팬더들과 환상적인 팬더마을이 그러하고, 명품 음악이 효과를 배로 만들어준다. '인터스텔라',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셉션' 등에서 훌륭한 영화 음악을 만들어낸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쿵푸 팬더 3'만의 독창적 음악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한스 짐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링링'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협업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잘 보고, 잘 듣기 위해 큰 스크린과 거대한 음향시설이 있는 '영화관'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3. 나는 어떤 팬더일까? 곰곰….

이 영화는 팬더의 성장을 다뤘다. 기존에는 쿵푸를 통해 본인의 외적 성장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포가 사부처럼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져도, 팬더들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도전을 하는 등의 개인적 도전이 존재한다. '나-가족-사회'라는 틀로 볼 때,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과 사회를 통해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포의 모습을 그린 점이 특징이다.

먼저 가족과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포는 엄마가 자신을 살리고 돌아가셨고, 두 아빠를 만난다. 새 아빠는 가슴으로 낳아 자신이 키운 포가 팬더 아빠한테 가버릴까봐, 팬더 아빠를 살짝 질투한다. 그러나 이내 이 둘은 포를 위해 아빠들의 힘을 합친다. 그리고 포는 엄마와의 기억을 마주한다. 이를 사람의 일로 치환하면, 포는 고아였고, 자신과 너무도 다르게 생긴 아빠한테 입양되어 자라온 강한 아이다. 그동안 포가 자신의 힘을 키운 것은 어찌 보면 어렸던 그의 슬픈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포는 끝내 진짜 가족을 만났고,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확인한다.

나아가 포는 처음으로 자신의 종족인 팬더들을 만난다. 그리고 팬더 마을에서 팬더로서의 삶을 배운다. 그동안 포는 쿵푸를 너구리와 거북이 스승한테 배웠다. 이제 포는 드디어 자신의 내적인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포는 더욱 강해지고, 굳건해졌다. 포, 아들로서 포, 팬더로서 포. 포는 이제 자신의 또 다른 타이틀이 생긴 셈이다. 우리 관객들은 어떤가. 자신, 가족 속에서의 자신. 인간 속에서의 자신. 그 이름들 속에서 헤메고 있지는 않은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성장 모티브지만 포의 성장은 분명 오늘날 현실 속 우리의 자아에 물음을 던져준다.

   
▲ 감독 여인영

4. 한국 감독 여인영의 손길

할리우드 대작 쿵푸팬더가 우리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데서 뜻깊게 다가온다.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여인영은 2005년 '마다가스카'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를 하고, 2008 '쿵푸팬더' 스토리 총괄, 2011 '쿵푸팬더 2' 연출을 맡으며 드림웍스에서 인정받는 애니메이터가 됐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는 동양적인 가치가 잔뜩 묻어난다.

젓가락, 만두, 부채 등 외적인 소재들을 제외하고, 이 작품에 드러난 가족과 팬더 마을을 통한 '공동체적 가치'는 서양의 '개인주의'와 대립각을 세운다. 포는 쿵푸 마스터지만, 절대 혼자서는 악당을 물리칠 수 없다. 포는 가족 안에서, 팬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수련해야 한다. 또한, 극적 순간에서 팬더들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모아준 기가 모여서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해낸다. '소수의 영웅'만 강조하는 기존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와는 대조되어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는 영화를 그린다.

이들 관계의 핵심은 끈끈한 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의 정은 특히나 음식으로 잘 드러난다. 할머니가 주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봉밥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에서 아빠 새는 포에게 직접 빚은 고봉 만두를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을 맛있게 먹는 게 '예의'였다. 전자렌지에 돌리면 만사가 해결되는 너무나도 빠르고 정 없는 '인스턴트'음식과는 대조된다. 그리고 모두가 포를 도와 마을을 지킬 때, 누구 하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망가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 그들의 정과 사랑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위해 힘을 합친다. 여기에 서구적인 관점에서 비판을 제시할 수 있겠다. 비판 없이 포라는 리더 한 명만을 계층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은 것인가.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관계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공동체적 가치가 드러나는 '쿵푸팬더 3'은 의미 있다. 눈으로는 귀여운 팬더들과 신비로운 팬더 마을을 보고, 귀로는 한스짐머의 음악을 들는 것 또한 좋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우리 한국인이 감독으로서 이러한 작품을 내놓았다는 점 역시 자랑스럽다. 스크린과 음향이 좋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추천하고, 무엇보다 팬더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팬더는 크니까, 집에서 키우려는 시도는 말도록.

문화뉴스 김진영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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