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AND WISE THERTRE의 조중환 작 이종훈 연출의 낭만악극 이수일과 심순애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일재 조중환(一齋 趙重桓, 1884-1947)은 근대 초창기의 언론인으로서 1910년대 한국근대문학의 정립기에 번안과 번역 및 희곡의 창작을 통하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는 기꾸찌 유우호오(菊池幽芳)의「오노가쯔미(己」が罪를)」의 번안한「쌍옥루」, 토쿠토미 로까(德富盧花)의「호도도기스(不如歸)」를 번역한「불여귀」, 오자끼 고오요오(尾崎紅葉)의「곤지끼야샤(金色夜叉)」를 번안한「장한몽(長恨夢)」을 발표하여 한계에 봉착한 신소설의 시대를 넘어서면서'근대소설(novel)'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정립하고「무정」으로 대변되는 한국근대초기 장편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또한 최초의 근대적 희곡「병자삼인(病者三人)」을 발표하고 신파극단'문수성(文秀星)'을 창단하여 이들 번역·번안 작품의 연극화에도 관여하여 한국희곡사 및 연극사에도 반드시 거쳐야할 족적을 남겼다.

일재 조중환은 한말 대표적인 사립일본어학교였던 경성학당(京城學堂)을 졸업하고 도일하여 니혼대학(日本大學)에서 수학하였다. 1907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대한매일신보>와 그 지령을 승계한 <매일신보>에 1918년까지 윤백남, 심우섭, 방태영, 이상협, 민태원 등과 대략 10여년을 근무하였으며 1912년에는 매일신보사에 근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극개량의 기치를 내걸고 극단'문수성'을 창단하였다.

조중환의 출현은 최대의 항일 민족언론에서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탈바꿈한 <매일신보>의 편집방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한매일신보>의 지령을 계승하면서도 그 내용에서 완전히 대립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매일신보>가 주요과제로 삼고 있었던 것은 지면혁신을 통한 대중성의 강화를 통한 독자확대였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연재소설이었으니 병합직후인 1910년 10월부터 이해조의 신소설이 쉬지 않고 연재된 것은 바로 이러한 <매일신보>의 전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조의 시대가 종결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새로운 감각의 번안소설을 연재하고 근대희곡을 선보이는 동시에 신파극단을 창립하고 각 번안, 번역소설을 신파극으로 재구성하여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모은 조중환이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극단 문수성은 1916년 해산되었지만 조중환의 번안 및 각색자로서의 역할은 1920년대까지 이어진다. 조중환은 1922년 윤백남이 조직한'민중극단(民衆劇團)'에 참여하여 각본을 맡았고 신파극이 서구적 의미의 신극의 도전을 받아 무력해진 1920년대 중반에 이르면 영화에 눈을 돌린다. 1925년 조중환은 그의 번안작「쌍옥루」를 영화화한'고려영화제작소'와 윤백남이 이끌던'백남프로덕션'의 주요 제작진을 중심으로'계림영화협회(鷄林映畵協會)'를 창립하고 첫 작품「장한몽」을 기획하여 1926년 3월 단성사에서 개봉하였다. 초창기 한국영화사에 남긴 조중환의 역할 또한 새로운 주목을 요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일제 말기까지의 그의 행적은 분명치 않다. 다만 몇 편의 소설을 단속적으로 연재하였고 1941년에는 경성방송국에 근무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해방 후에는 상해임시정부 기관지의 제호를 따 속간된 우익정론지 <독립신문>의 주필로 근무하였다. 여기에「해방전후」를 20회까지 연재하다가 1947년 10월 사망하였다.

<장한몽(長恨夢)>은 일본소설이 원작인 '곤지키야샤(金色夜叉)를 번안한 작품이다. 그러나 <곤지키야샤(金色夜叉)>의 원작은 영국의 여류작가인 버서 클레이(Bertha M.Clay)의 <여자보다 약한(Weaker than a woman)>에서 인물과 내용을 따오고 무대와 이름만 일본으로 옮긴 것임이 2000년에 밝혀졌다. 그러니까 <장한몽, 이수일과 심순애>는 번안작의 번안작인 셈이다.

이수일(李守一)은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돌아간 아버지의 친구 심택(沈澤)의 집에서 그집 딸 심순애(沈順愛)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어버이들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은 약혼한다.

어느 날 두 남녀는 서울 다방 골의 부호인 김씨 집으로 초대받아 갔다가 그곳에서 도쿄 유학생인 그 집 아들 김중배(金重培)를 알게 되고 심순애는 김중배의 보석에 유혹된다. 심순애의 부모도 이수일과의 혼약을 파기하고 김중배와 결혼시킨다. 실연한 이수일은 그 집을 나와 금력에의 원한으로 고리대금업자가 된다. 심순애의 결혼 생활도 죄책감과 이수일에 대한 애정 때문에 불행해지지만 이수일은 냉담하다.

고민하던 심순애는 비관하고 대동강에 투신자살을 기도했으나 우연히 이수일의 친구 백낙관(白樂觀)에 의해 구출된다. 백낙관은 이수일에게 재회를 권하지만 이수일은 금전에만 몰두할 뿐 듣지 않는다. 한편 심순애는 친정으로 돌아와 이수일에 대한 연모의 정이 지나쳐 광증을 일으킨다. 백낙관의 중재로 이수일과 심순애는 결국 서로 과거를 재회한다. 그러나 금전에 눈이 먼 이수일 앞에서 심순애는 자결의 길을 택한다. 비로소 사랑하는 여인의 진정을 안 이수일은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고 심순애 곁에서 자결을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낭만악극 이수일과 심순애에서는 시대적 상황과 장면변화를 영상을 배경 막에 투사해 극적효과를 상승시킨다. 낭만악극답게 노래도 귀에 익은 흘러간 명 가요를 출연자들이 열창해 관객의 감성을 고조시킨다. 원로연극인다운 기량과 호연 그리고 열창은 관객을 도입부터 공연에 몰입을 시키고 분장과 의상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공을 들인 게 분명해 대단원에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정 현이 이수일, 우상민이 심순애, 김재건이 김중배, 임일애가 순애모, 김봉환이 전대준, 최효상이 백낙관, 진아라가 김정연, 이종렬이 일인 다역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친 대중적이면서 고품격, 고수준의 연기와 신파극적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음악감독 최종혁, 작화 차성진, 의상 분장 손진숙, 무대 박재범, 조명 이상봉, 조명오퍼 김수민, 조연출 무대감독 이호정, 기획 ㈜ 인아크(홍이룡, 양지훈, 오윤재) 등 기술진과 제작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OLD ANDWISE THERTRE의 2015년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 선정작 조중환 작, 이종훈 연출의 <낭만악극 이수일과 심순애>를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명작공연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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