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로잉 클라운'(왼쪽)과 '퍼포머 코알'(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미술이라는 장르를 어렵게 인식했던 이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상했다."

그래서였을까? 13일과 14일 대학로에 있는 세종아트센터를 찾은 관객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가장 빠른 시간에 그리는 완벽한 그림 '크로키'가 퍼포먼스와 함께 보이면서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새로운 '넌버벌 퍼포먼스'로 변신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드로잉 아티스트 '드로잉 클라운'(우석훈)과 '퍼포머 코알'(임동주)로 구성된 콜라보레이션 팀 '크로키키 브라더스'다.

이들은 스프레이, 분필, 보드마카, 심지어 빛을 재료로 마술쇼 같은 공연을 펼쳤다. 꽉 찬 객석에선 '크로키키 브라더스'의 역동적인 공연이 이뤄지자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한 시간가량 스피드있는 전개와 동시에 공연 사이 깨알 같은 유머들이 관객들을 미소 짓게 했다. 직접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관객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한 관객은 "가족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며 "요즘 대학로의 연극 보면 자극적이면서도 성인 취향 쪽으로 가는 편이다. 그런 것 없이 아이들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 콘텐츠도 알찬 것 같다. 다른 드로잉쇼를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순 없지만, 시간이 짧은 것도 적당했던 것 같다. 드로잉을 한 시간 이상 보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을 텐데, 적당하게 끝난 것 같다"고 평했다.
 

   
▲ 관객들에게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는 지시를 크로키로 표현해 웃음을 준다.

'드로잉 클라운'은 2014년 방송한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 컴퍼니'의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가 연마한 것은 '드로잉 퍼포먼스'였다. '드로잉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드로잉을 무대화하는 작업으로, 기존에 없던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개발하거나, 그림을 퍼포먼스적으로 바꿔서 무대화해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현재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3월에 공연 예정인 뮤지컬 '헤드윅'에서 영상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드로잉 클라운'은 파트너 '퍼포머 코알'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 '드로잉 클라운'은 "드로잉 퍼포먼스 아이디어를 모아 놓은 상태에서 1인극으로 진행하다 보면 공연이 힘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파트너가 절실히 필요했다. 창작집단에 찾아가서 소통과 교류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퍼포먼스 그룹 '쇼모스'를 알게 됐다. 파트너를 구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다 여기 옆에 있는 '퍼포머 코알'을 알게 됐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퍼포머 코알'도 나랑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불씨가 되어 1주일 후에 전화를 걸게 됐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전화해서 차 한잔 하자고 했는데, 만나게 됐다"며 웃은 후 "그래서 드로잉 퍼포먼스 콜라보라도 기념될만한 재미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한 3분 생각한 후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고 당시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공연은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각자 넉 달을 바쁘게 지내야만 했다. '퍼포머 코알'은 "이야기만 1~2주에 한 번 만나 회의만 했다. 세상에 있는 공연과 예술가 이야기들만 많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공감을 쌓아가는 작업을 했고, 상당히 친해진 후 지난해 11월 TIP 댄스 아카데미에서 첫 공연 올리기 두 달 전부터 연습했다"고 말했다. '크로키키 브라더스'는 지난해 11월, 홍대에 있는 TIP 댄스 아카데미에서 첫선을 보이며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당시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이 올해 발렌타인데이에 찾아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크로키키 브라더스'. 공연의 매력을 묻자 '드로잉 클라운'은 "대극장용 공연도 있겠지만, 이 공연은 아담한 소극장용으로 만들었다. 다른 공연과 다르게 관객들과 눈빛도 마주치면서 통하며, 배우들과 친해질 수도 있다. 콘텐츠의 아이템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어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크로키는 시공간적 제한을 받는 '공연예술'이라는 포맷과 잘 어울리는 소묘 방식이다. 다른 공연 장르를 두고 '코미디'와 콜라보를 한 이유를 묻자 '드로잉 클라운'은 "공연을 만들게 되면, 퍼포먼스 자체의 드로잉만 가지고는 지루할 수 있다"며 "미술과 가장 잘 어울리게 할 수 있는 극적 요소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이 '넌버벌 퍼포먼스'이었다. 스토리나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보다 캐릭터들이 미술 하면서 이뤄질 상황을 넣고 싶었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게 뭔가했는데 그것이 코미디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수 있다. 미술이라는 어려운 장르를 쉽게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콜라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이 있는지를 묻자 '퍼포머 코알'은 "연습 기간이 제일 힘들었다"며 "각자 바쁜 일정을 보냈다. 올해 첫 공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픈했다. 대학로에서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퍼포머 코알'은 "앞으로 아이템 개발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순간까지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의 공통된 꿈은 오랫동안 같이 행복하게, 금전적으로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하면서, 남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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