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중

   
 


[문화뉴스] "우리는 왜 자꾸 눕고 싶지?"

누룽지 인간들이 있다. 비좁은 방구석에서 네 명의 장정이 꾀죄죄한 몰골로 엎드려 있다.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는 방바닥과 아주 친밀한 네 명의 남성을 우리 현실의 거울로 삼아 되비춘다. 자고 먹는 것 이외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실업자 네 명은 좁디좁은 방 안에서도 서로 편 갈라 정치 싸움을 일삼는다.

 

   
 

이들은 낮에는 자고 밤에는 깨어 있다. 그들의 의식 상태는 촛불로 표현된다. 촛불은 그들이 일어나 활동을 하는 밤마다 켜지곤 한다. 위태로운 촛불, 허름한 판자 지붕, 덕지덕지 붙인 신문으로 연명하는 초라한 벽, 사선으로 기운 방바닥, 낡고 너절한 세간. 그들의 모습과 상황은 비루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그들이 꾸미는 말과 몸짓은 우스꽝스럽다. 이 아이러니한 감정은 서로의 언쟁과 몸싸움에서 더욱 부각된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에 깊이 남는 대사는 "우리는 왜 자꾸 눕고 싶지?"라는 문장이다. 무기력한 사회에 잠식돼버리면서, 격렬한 저항 정신보다 자기 자신이나 사회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무대에 조소를 날릴 수 있는 연극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됐다. 하릴없이 자꾸만 방바닥에 누우려하는 이들, 하루 19시간 이상을 잠든 상태로 보내는 잉여 인간들의 삶이 낯설지 않다. 부지런하게 살아내는 것도 지친 당신, 사회를 향한 변화의 의지를 꿈꿀 수 없는 당신, 잉여 인간들의 같잖은 알력에 마음껏 조소를 머금고픈 당신에게 추천한다. 오는 28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가 당신보다 더 잉여롭고 무기력하고 비참한 삶을 대변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방바닥 긁는 남자
   - 공연날짜 : 2016. 2. 12. ~ 28.
   - 공연장소 : 게릴라극장
   - 작, 연출 : 김지훈, 이윤택 (초연 연출 : 故 이윤주)
   - 출연배우 : 홍민수, 김철영, 조승희, 신인철, 이보라, 최민혁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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