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엘리아후 인발의 '말러'와 만나다

   
 

[문화뉴스] 꽃피는 봄에도 여전히 클래식의 아름다움이 당신을 찾아온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엘리아후 인발의 말러 교향곡 7번'을 무대에 올린다. 2014년과 2015년 서울시향을 지휘해 찬사를 받은 지휘계의 거장 엘리아후 인발(1936년생)이 드디어 그의 장기인 말러 교향곡을 들고 온다. 인발은 말러의 내면에 깃든 남국, 어둠과 역설적 밝음, 우화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연륜과 깊이를 담아 선보인다.

말러는 다양한 양식을 음악에 반영했으며, 독자적인 사상과 개성을 더해 후기낭만파의 절정을 이루었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브루크너 등 오스트리아-독일 음악의 계승자로서 교향곡이라는 형식의 극한에 도달하였다. 종래의 4악장 형식을 파괴하였고, 대개 100명 이상이 필요한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사하고, 민속악기와 해머 등 다양한 악기를 활용함으로써 사운드의 혁신을 이루었다.

또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었던 '제2 빈 악파'를 넘어서, 공간감을 창조하고, 단편을 잇고 붙이는 등의 기법으로 20세기 후반의 현대음악에까지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말러는 음악을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과 인생의 고뇌를 표현했으며 후반기로 갈수록 슬픔과 고통을 극복하고 세속적 환희를 초월한 종교적 작품세계를 펼쳤다.

말러 교향곡 7번은 말러가 남긴 11개의 교향곡(미완성 교향곡 10번 및 '대지의 노래' 포함) 중 가장 난해하고도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불협화음, 극한에 몰린 조성감 등 현대적인 음악어법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곡은 쇤베르크, 알반 베르크 등 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교범과 같은 작품이다.

말러는 1904년 여름에 '밤의 음악' 이라는 부제가 붙은 2악장과 4악장을 먼저 완성한 후 이듬해 여름에 나머지 세 개 악장을 완성했다. 전체 5악장 중 3악장을 중심으로 전‧후 악장이 확고한 질서와 연관성 아래 대칭을 이루고 있다. 담담하고 이성적으로 전체를 조망하며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이끌어내는 인발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말러 교향곡 7번의 섬세하고 독특한 뉘앙스를 어떻게 해석해 낼지 기대되는 무대이다.

말러 교향곡은 서울시향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꼽힌다. 서울시향은 2010년부터 2011년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함께 말러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국내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말러 사이클을 시작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앙상블이 한층 견고해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발판으로 독일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과의 계약을 통해 현재까지 9종의 앨범을 발매한 서울시향은 그동안 말러의 교향곡 1번, 2번, 5번, 9번을 음반으로 내놓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중 말러 교향곡 1, 2번은 발매 초기 1만장을 넘어 '플래티넘'을 기록했으며, 2014년 발매된 말러 교향곡 9번은 지난 해 영국의 음악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의 '이달의 선택'으로 선정된 바 있다.

또, 지난 1월 16일과 17일에는 최수열 부지휘자 지휘의 말러 교향곡 6번 공연에서는 "지휘자의 해석이 돋보인 완성도 높은 무대"라는 평가를 얻었다. 서울시향은 이번 말러 교향곡 7번 무대에서 말러 전곡 사이클, 음반 녹음 등으로 다져진 연주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80세를 맞은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은 현재 파보 예르비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에 1974년부터 16년간 상임지휘자로 재임하면서 악단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이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1984~1987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교향악단(2001~2006년), 체코 필하모닉(2009~2012년), 도쿄도 교향악단(2008~2014년)의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으며, 베를린 필, 빈 필 등 전 세계 주요 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세계적인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나있는 인발은 고전부터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물론,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까지 시대와 대륙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재임 당시, 말러와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텔덱)을 완성하며 평단으로부터 ‘독을 품은 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빈 심포니와 남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덴온)은 통렬함이 살아있는 역작으로 꼽힌다.
낭만주의 음악 해석에도 일가견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브람스와 베를리오즈, 슈만, 쇼팽 등의 작품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등과 꾸준히 녹음해오며 방대한 음반 목록을 남겼다.

쇼스타코비치, 브루크너, 스트라빈스키, 말러 등 대편성 교향곡을 주로 녹음해온 경력, 80대 나이로 거의 반세기 이상을 지휘해온 엘리아후 인발. 서울시향은 연륜의 거장과 함께하는 말러 교향곡 7번 무대에서 우리나라에서 만나기 어려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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